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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단독]‘저서 표절’ 미 한국학자 암스트롱 교수 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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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약자의 폭정: 북한과 세계’ 출처 잘못 기재 의혹

컬럼비아대서 불명예 퇴진 확인…암스트롱 “답변할 수 없다”

미국인 아버지·한국인 어머니…브루스 커밍스 교수 ‘수제자’

경향신문

미국의 저명 한국학자 찰스 암스트롱 컬럼비아대 역사학과 교수(57·사진)가 저서에서 표절이 확인돼 대학에서 불명예 퇴직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암스트롱 교수는 한국 근현대사와 동아시아사 전문가다. 특히 북한과 관련해 역사학과 국제관계학을 넘나드는 실증적 연구로 미국뿐 아니라 국내 학계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컬럼비아대 측은 16일(현지시간) 경향신문에 “컬럼비아대의 연구 부정 행위에 관한 방침과 절차에 따라 암스트롱 교수가 그의 저서 <약자의 폭정: 북한과 세계, 1950~1990>에서 표절을 했다고 판단했다”면서 “이런 결론을 학내 모든 교수들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암스트롱 교수는 더 이상 컬럼비아대 학생들을 가르치거나 지도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뉴욕 소재 컬럼비아대 인근을 기반으로 하는 언론 ‘컬럼비아 스펙테이터’는 지난 12일 이 대학 ‘연구행위위원회’ 조사 결과 <약자의 폭정>이 최소 61차례 존재하지 않거나 부적절 자료를 인용했다는 판정을 받았다고 했다. 대학 측은 안식년을 보내고 있는 암스트롱 교수가 내년 퇴직할 것이라고 동료 교수들에게 공지했다고 보도했다.

2013년 코넬대 출판부에서 발간된 <약자의 폭정>은 러시아와 동구권에서 수집된 미공개 자료들을 바탕으로 한국전쟁 발발부터 냉전 종식 시기까지 북한의 대외관계사를 분석했다. 암스트롱 교수는 출판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이 일관된 사고를 갖고 있으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강대국을 이용할 줄 아는 능력을 갖고 있다”면서 “북한이 쉽게 망하지 않을 것이며 쿠데타가 일어날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 책은 2014년 미국역사학협회가 동아시아사 분야 우수도서에 주는 ‘존 페어뱅크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이 책을 둘러싼 표절 논란이 일었다. 엉뚱한 자료를 인용했거나 발라즈 샬론타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의 2005년 저서 <후르쇼프 시대의 김일성> 내용을 상당 부분 인용하면서 출전을 다른 문서로 표기했다는 의혹이 2016년 제기됐다. 암스트롱 교수는 당시 자신의 블로그 글에서 부족한 러시아어 실력 때문에 일부 실수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2017년 나올 개정판에서 잘못된 부분을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표절 의혹은 부인했다.

암스트롱 교수가 표절 판정을 받아 대학에서 불명예 퇴진한다는 사실은 국내외 학계에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암스트롱 교수가 <한국전쟁의 발발>로 유명한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 석좌교수 수제자로 이른바 ‘수정주의 학파’의 일원이라는 점에서 학계 판도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1962년 대구에서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두 살 때 미국으로 이주한 그는 예일대 역사학과를 졸업하고 런던정경대에서 석사, 시카고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1996년부터 컬럼비아대에서 한국학 석좌교수로 재직했고, 이 대학 한국연구센터장도 지냈다. 암스트롱 교수는 경향신문 질의에 “현재는 답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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