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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수석 협상가" 문재인이 "피스 메이커" 트럼프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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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칼럼] 한미정상회담에 바란다

"우리 정부는 그 역할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 한반도 평화 정착과 평화경제로 공동 번영의 미래를 당당하게 열어갈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다음 주 유엔 총회 참석 및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16일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밝힌 의지이자 포부이다. 문 대통령은 "북미 실무대화가 재개될 것"이라며 "북미대화를 적극 지지하고 지원하겠다"고도 덧붙였다.

관심의 초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모아진다. 북미 대화 재개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지만, 그 성패는 여전히 안개 속에 있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미국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만 북미관계뿐만 아니라 '하노이 노딜' 이후 지속적으로 악화되어온 남북관계에 숨통을 틔울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의제를 선점할 필요가 있다. 예상되는 한미정상회담 의제로는 비핵화를 포함한 북미대화, 지소미아 종료 결정으로 불거진 한미동맹 균열론, 그리고 방위비 분담금 협상 및 미국제 무기 도입 등이다. 이 가운데 트럼프는 방위비 분담금 인상 및 무기 판매에 우선적인 관심을 둘 것으로 보인다.

길지 않을 정상회담에서 트럼프의 페이스에 말려들지 않으려면 문 대통령이 회담을 주도해야 한다. 트럼프를 "한반도 피스 메이커"로 거듭 칭찬하면서 역사적이고 위대한 과업을 완성하자며 의기투합을 이뤄내야 한다. 동시에 트럼프가 문 대통령을 가리켜 "수석 협상가"로 불렀던 것을 환기시키면서 북미협상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프레시안

▲ 16일 문재인 대통령이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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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안에 중대한 진전 만들어낼 것"

이와 관련해 재선 도전을 1년 여 앞둔 트럼프도 대북 협상에 박차를 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최고의 외교 업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반면에 가시적 성과는 아직 미흡한 상황이다. 또한 미국 유권자들에게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는 다른 분야의 외교적 성과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북한과의 대타협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하듯 스티븐 비건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지난 6일 미시건대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1년 내에 중대한 진전을 만들어내는 데에 완전히 몰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이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 "중대한 진전"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또다시 '노딜'이 자리잡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에게 중대한 진전을 이뤄낼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비핵화 정의 어디 있나 헤매지 말고

가장 시급하면서도 중요한 과제는 비핵화의 정의와 최종 상태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북미간에는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했지만, 이게 무엇을 의미하고 그 출구는 무엇인지에 대한 합의는 15개월이 지나도록 부재한 상태이다.

미국은 핵뿐만 아니라 생화학무기 및 탄도미사일까지 모두 제거되는 것이 비핵화라는 입장이고, 북한은 이를 "무장해제" 요구로 비난하면서 미국의 대북 핵위협이 완전히 해소될 수 있는 방안도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비핵화 정의에 합의하는 것 자체가 여전히 멀고도 험한 현실이다.

그런데 대안은 있다. 국제적으로 합의된 정의가 존재하는 비핵지대를 비핵화의 정의와 목표로 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렇게 하면 북미간의 소모적인 갈등을 해결하면서 입구와 출구를 동시에 찾을 수 있다. 트럼프로서는 사상 최초로 북한의 핵포기에 국제법적 구속력을 부여할 수 있게 되고, 김정은으로서는 '명예로운 비핵화'의 길을 찾을 수 있게 된다.

문 대통령은 또한 2020년 이내에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목표로 올해 내에 평화협정 협상 개시를 선언하자고 트럼프에게 제안할 필요가 있다. 이게 가능하겠냐는 반문도 많이 나오지만, "가능성의 예술"로 불리는 정치외교의 무대에서 시간의 중요성은 물리적인 길이가 아니라 화학작용에 있다. 66년 동안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지 못한 이유는 시간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당사들의 정치적 의지가 부족한 데에 있었던 것이다.

아울러 대북 제재 문제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촉구해야 한다. 트럼프가 김정은과 "사랑에 빠졌다"고 하면서 제재를 계속 높이는 것은 '데이트 폭력'에 해당된다. 그래서 제재의 유지,강화에 바탕을 둔 '최대의 압박'을, 이제는 북한의 핵포기 단계에 조응하는 제재 완화와 해제를 통한 '최대의 공감'으로 바꿔야 할 시점이다. 북한의 약속 불이행시 제재를 자동으로 복귀하는 '스냅백'을 안전장치로 달 수도 있을 것이다.

기자 :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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