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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 (수)

연극 ‘극적인 하룻밤’ 사랑 말고 섹스부터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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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극적인 하룻밤’이 10주년을 맞았다. 2009년 한국일보 신춘 문예 당선작을 원작으로, 지난 10년간 4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대학로 대표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한 ‘극적인 하룻밤’. 10주년을 맞이해 좀 더 섬세한 대사와 작품을 더 잘 드러낼 수 있는 무대, 그리고 대학로를 대표하는 새로운 배우들과 함께 관객 앞에 섰다.

시티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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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

-장소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4관

-기간 2019년 3월1일~오픈 런

-티켓 일반석·연인석·셀카석·꽁냥꽁냥석 3만5000원, 자물쇠석 2만 원

-시간 평일 오후 2시30분, 5시, 8시 / 토요일 오전 11시 50분, 오후 2시, 4시10분, 6시20분, 8시30분 / 일요일 및 공휴일 오후 1시, 3시10분, 5시20분, 7시30분

-출연 한정훈 역-김다흰, 김주일, 신재열, 김의건, 김현민 / 정시후 역-권진란, 정서희, 이설희

친했던 선배 형과 사랑했던 옛 애인의 결혼식에 씁쓸한 기분으로 참석한 정훈은 밥 한 끼 먹고 가려고 들른 식당에서 연어초밥을 내놓으라며 막무가내로 엉겨 붙는 이상한 여성 시후를 만난다. 시후와 실랑이 도중, 둘은 각자의 옛 애인이 서로 눈 맞아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술잔을 기울이며 실연의 고통을 함께 나누던 두 사람. 시후는 죽고 싶다며 정훈에게 하룻밤만 같이 자자고 보채고, 정훈은 엉뚱한 그녀의 매력에 자신도 모르게 호기심이 발동해 제안에 응한다. 그런데 이대로 끝내기엔 너무나 기막혔던 하룻밤! “딱 몸친, 거기까지만. 열 개 다 채우고 빠이빠이. 어때?” 시후는 커피 쿠폰 열 개를 채울 때까지 딱 아홉 번만 더 자자며 당돌한 제안을 하고, 속타는 연애에 지친 정훈과 시후의 ‘섹’다른 만남이 시작된다. 대학로의 이른바 ‘데이트 연극’으로 자리 잡은 이 극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거침없는 대사, 팽팽한 감정선 그리고 유쾌한 상황들이다. 물론 극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따로 있다. 사랑하고 싶지만 두려움이 앞서고, 연애하고 싶지만 용기가 없는 청춘들의 ‘현실 연애’다. 극에서 정훈과 시후의 만남은 ‘원 나이트’다. 결혼 정보 회사 ‘바로연’에서 전국 미혼 남녀 2113명을 조사했다. “당신은 원 나이트 경험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47%가 “예스”라고 답했고, 이 중 36%가 원 나이트 이후 만남을 가졌으며 일부는 연애를 시작했다고 답했다(영화 ‘극적인 하룻밤’ 자료). 이 시대 청춘들은 ‘연애조차’ 어려운 세대다. 경제적인 이유도 있지만 연애-사랑-결혼에 대한 두려움도 크다. 극은 정훈과 시후의 하룻밤 인연이 어떻게 ‘배신 당한 사랑의 웅덩이’를 메우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이 지점에서도 시후와 정훈의 시각은 다르다. “몸 주고 배신한 남자의 흔적을 씻고 싶었다”고 말하는 시후, “몸을 줬다고 전적으로 너의 사람이 되는 게 아니야”라고 말하는 정훈이다. 극은 감정의 표피를 간질이는 유혹감만으로 관객을 만나지 않는다. 과감한 사랑 표현이 등장하지만 이는 ‘지금의 사랑 방식’을 보여 주는 상징일 뿐이다. 일테면 시후와 정훈의 열 번의 ‘잠자리 쿠폰’은 시작의 다른 표현인 것이다. 물론 작금의 세대가 지닌 섹스에 대한 놀라운 속도감과 넓은 경계는 분명 자극적이지만 극은 이를 세련되고 현실적으로 풀어냈다. 섹스를 통해 새로운 사랑의 감정을 키워 나가는 시후, 단지 섹스 상대였을 뿐인데 “왜 다가오는 거지?”라는 정훈의 생각에는 거리감이 있다. 그 거리감을 좁히는 단초는 서로에 대한 스스럼없는 ‘극적인 하룻밤’이다. 첫 만남부터 ‘다 보여 주고 시작한 커플’이 갖는 ‘오묘한 친밀감’은 서로에 대한 연민, 귀찮음, 궁금증의 온갖 감정이 교차하지만 이 감정의 최종 지점은 분명 ‘새로운 사랑’이다. ‘새롭다’는 것은 놀라운 치유 능력이다. 사랑의 상처가 아무리 깊어도 지금 ‘내 옆의 그와 그녀’의 존재는 지금의 나를 웃게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이유이기 때문이다. 과감한 소재, 은밀하고 성적인 대화 등이 눈과 귀에 전달되지만, 극은 ‘불편함’이 없다. 이는 수많은 공연을 통해 다듬어진 연출과 연기의 힘 덕분이기도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사랑과 섹스’에 대한 관객의 기준이 높아지고 넓어진 것에도 기인한다. 사랑은 이타적일까 이기적일까. 연극을 본 뒤 각자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글 김은정(프리랜서) 사진 연우무대]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96호 (19.09.24)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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