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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 (수)

상암동 上岩洞-이제 사람 사는 이야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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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팽창을 막기 위해 계획된 도시들은 많다. 분당, 일산을 비롯해 평촌, 삼송, 하남 등이다. 서울 안에서는 땅을 찾기가 어려운 탓이다. 그런 면에서 상암동은 서울에서 유일하게 계획된 마을이다. 상암DMC를 비롯해 각종 미디어센터가 자리 잡으면서 상암동은 계획된 부도심으로 성장했다. 도로는 넓고, 그 양쪽으로 아파트 등의 거주지와 높은 빌딩의 상업 지구가 구분되고, 주변에 초록의 공원도 넓게 포진하고 있다.

시티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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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동이 서울 서쪽 중심으로 자리 잡은 계기는 단연 2002년 서울월드컵이다. 축구 전용 구장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뚝섬, 인천, 상암 등 후보지 중에서 한강과 인접하고 서울권이며 개발이 낙후된 서울 서쪽을 활성화시킨다는 명분으로 상암에 월드컵경기장이 완성되었다. 약 6만 명을 수용하는 월드컵경기장은 내부에 쇼핑몰과 영화관 등 각종 편의 시설을 갖추어 상암동 명소가 되었다. 이때가 2001년이다. 그 뒤 각종 미디어센터가 들어섰고 2003년부터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자리하면서 상암동은 홍대, 합정, 망원과 연결되는 살기 좋은 동네가 되었다. 사실 상암동 개발에는 숨은 이야기가 있다. 월드컵경기장부터 이야기해 보자. 이 건물이 상암에 들어선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난지도의 존재다. 국유지나 시유지가 아닌 이상 도시 개발에는 토지 수용에 따른 막대한 보상금이 들어간다. 그런 의미에서 난지도를 비롯한 월드컵경기장 일대는 보상금 면에서 상당히 유리한 조건이었다.

월드컵경기장, 미디어센터와 함께 상암동을 상징하는 또 다른 단어는 ‘난지도’다. 원래 난지도는 갈대숲이 우거져 많은 동식물이 서식하는 천연의 공간이었다. 그런 난지도가 1977년 쓰레기 처리장이 들어서며 변하기 시작했다. 여의도 면적과 비슷했던 난지도는 쓰레기 처리장 및 오물 처리장이 되었고, 1993년에 폐쇄되기까지 무려 15년 동안 서울시의 모든 쓰레기를 이곳에 매립했다. 그 높이가 90여 미터에 달했다. 이후 환경 보존을 위해 쓰레기 매립장 안정화 사업과 생태 공원화가 추진되어 지금은 서울을 대표하는 생태 공원이 되었다.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난지도에 쓰레기가 모일 당시 별별 소문이 다 있었다. ‘가스가 가득 쌓여서 언젠가는 터진다’, ‘쓰레기 썩은 물이 한강으로 흘러간다’ 등이다. 그 난지도가 지금은 서울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공원이 되어 1년이면 약 800만 명의 사람들이 찾는다.

난지도의 본모습을 확인하려면 직접 오르는 것이 가장 좋지만 한강 이남 올림픽도로도 적당하다. 강 건너에서 보는 난지도는 분명 높은데 그 위는 산봉우리가 아닌 넓은 평지다. 우리가 ‘하늘공원’ 혹은 ‘월드컵공원’이라 부르는 난지도 위 공원에는 명물이 있다. 남쪽 ‘평화의공원’, 북쪽 ‘노을공원’, 동쪽 ‘난지천공원’, 서쪽 ‘난지한강공원’을 조망하는 사방의 풍광이다. 서울 서쪽에서 바라보는 제대로 된 각각의 경치를 제공한다. 억새와 유채, 해바라기가 우거진 숲길도 운치 있지만 하늘공원으로 오르는 291개의 ‘하늘계단’은 힘듦을 살짝 경험케 한다.

상암동은 동으로는 성산 망원과, 서쪽으로는 경기도 고양시, 북쪽은 은평구 수색, 남쪽은 한강과 맞닿아 있다. 꽤 넓은 면적이다. 동명은 옛 지명인 수상리水上里의 ‘상’과 휴암리休岩里의 ‘암’이 합성됐다. 수상리는 홍수가 나면 한강물이 이곳까지 넘친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휴암동은 이곳에 부엉이 모양의 큰 바위가 있어 ‘부엉이 마을’, 즉 휴암리라 불렀다.

상암동은 젊은 동네다. 개발의 시작, 주거지로서의 이력, 미디어 등 입주 업체의 특성 그리고 범홍대권과 연결되는 특성상 아직도 ‘자라는 동네’다. 상암동이 커지고 넓어지는 것과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은 이제 ‘이야기’다. 공교롭게도 온갖 픽션의 세계를 만들어 내는 미디어가 많은 곳이지만 정작 필요한 것은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소박하고 평범한 그러면서도 상암동만의 독특한 진짜 이야기일 것이다. 물론 시간이 켜켜이 쌓이면 가능한 이야기겠지만 그저 맛집과 카페가 들어서는 ‘핫하지만 수명 짧은 이야기’는 이 동네에서만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 장진혁 사진 픽사베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96호 (19.09.24)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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