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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 (수)

[직장인 레시피] 1년이면 당신의 점심시간은 240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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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의 점심시간. 한정된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할 일은 많기만 하다. 1년이면 240시간에 달하는 점심시간을 ‘맞춤형으로 잘 활용하는 것’도 직장인이 갖추어야 할 덕목 중 하나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이기기 위해, 옆 동료보다 빨리 승진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어떤 목표를 정하든 240시간을 그저 밥 먹고, 커피 마시고, 수다 떠는 데 온통 소비하지 말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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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에게 점심시간은 그야말로 꿀맛 같은 휴식이자 재충전의 시간이다. 출근길 만원 버스, 지하철에 시달리다 책상 앞에 앉으면 바로 업무에 몰입하기 어렵다. 대개는 커피 한 잔 마시며 카페인으로 뇌에 ‘이제 일 시작이다’는 신호를 준다. 그렇게 오전 세 시간은 빠르게 지나간다. 그리고 잠깐의 쉼표인 점심시간을 맞는다. 오후의 다섯 시간을 위해 몸과 마음을 점검하고 에너지를 보충하는 ‘주유 타임’이다. 직장인에게 주어지는 공식적인 점심시간은 한 시간이다. 일주일에 다섯 시간, 한 달이면 스무 시간, 1년으로 계산하면 240시간이다.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물론 다수의 직장인이 12시 땡 하면 일어나 사무실을 나갔다가 1시 땡 하면 사무실 책상에 앉지는 않는다. 편차는 있겠지만 상사 눈치 보지 않고 “식사 다녀 오겠습니다”고 말할 수 있는 ‘익스큐즈 시간’은 11시50분경이다. 귀사 역시 1시10분까지는 크게 ‘실례’가 아니다. 그렇다면 대략 1시간 20분의 시간이 직장인들에게 주어지는 셈이다.

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에는 전형적인 대답이 따른다. 재충전과 자기 계발, 휴식 등이다. 식사를 하고 동료들과 커피 한 잔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그 자체로 휴식이다. 또 가까운 서점에 들러 관심 있는 책이나 잡지를 뒤적이다 오는 직장인도 있고, 잠깐의 짬을 이용해 피트니스로 달려가 건강과 몸짱을 동시에 노리는 행동파도 있을 것이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회사 내 휴게실이나 수면방을 찾아 짧지만 달콤하게 잠을 청하기도 한다. 사실 그 어떤 것이든 ‘올바른 점심시간 활용법’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주어진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할 일은 많은 것이 직장인이다. 1년이면 240시간이 되는 점심시간을 ‘맞춤형으로 잘 활용하는 것’도 직장인이 갖추어야 할 덕목 중 하나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이기기 위해, 옆 동료보다 빨리 승진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240시간을 그저 밥 먹고, 커피 마시고, 수다 떠는 데 온통 소비하지 말라는 뜻이다.

통계에 의하면 직장인의 하루 평균 출퇴근 시간은 편도 약 45분이라고 한다. 대략 하루 두 시간을 출퇴근에 쓰는 셈이다. 출퇴근 시간에는 학습을 하거나 취미 생활을 즐길 만한 여유는 없다. 자가 운전도 마찬가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더라도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거나 기사를 검색하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 대부분의 직장인 모습이다. 물론 다수는 아니지만 영어 공부를 하거나 관심 있는 강좌를 듣는 ‘독한 직장인들’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말하려는 것은 집과 직장과의 거리, 교통수단 등에 따른 편차로 모두에게 출퇴근에 드는 시간이 ‘똑같지 않다’는 뜻이다. 말하자면 직급, 연봉, 집의 위치와 상관없이 하루에 한 시간씩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점심시간이야말로 직장인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력의 시간이란 뜻이다.

게다가 출퇴근 시간에는 이어폰을 끼고 잠을 자든 멍하니 창밖을 쳐다보든 아무 상관없다. 하지만 점심시간은 다르다. 직장 상사나 동료들과 같이 보내는 업무 외 시간이며, 그 시간 역시 당신에 대한 평가로 연결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점심시간을 잘 활용해 ‘내 만족’과 ‘직장 생활 경쟁력’을 동시에 높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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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생각하고 정리하자

한때 ‘워런치’라는 단어가 유행했다. ‘워킹Walking과 점심Lunch’의 합성어로, 점심시간에 걷기 운동을 하는 직장인을 뜻한다. 물론 제대로 된 운동을 하기 위해 피트니스 센터를 찾을 수도 있다. 하지만 ‘천성적으로 게으를 수밖에 없는’ 직장인들에게 매일의 피트니스 센터 운동은 ‘금연’과 맞먹는 대단한 결심이 필요하다. 하지만 걷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잠깐의 여유와 발만 있으면 된다. 건강학적으로도 ‘걷기의 효능’이 검증된 바 있다. 상식적으로도 밥 먹고 가만히 앉아 있는 것보다 단 10분이라도 걷는 것이 소화에도 좋고 졸음 폭탄이 쏟아지는 오후의 식곤증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이다. 걷기의 효능은 비단 신체적인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인터넷을 살펴보면 걷기에 대한 수많은 명언, 격언들이 무수히 많다. ‘우유를 마시는 사람보다 우유를 배달하는 사람이 더 건강하다’, ‘철학의 첫 스승은 우리의 발’이라는 말도 있다. 위대한 철학자 니체는 이를 뒷받침하듯 ‘진정으로 위대한 생각은 걸으면서 나온다’고도 했다.

걷는 순간 인간은 자신의 머리를 지배하는 생각과 정면으로 만난다. 사무실 안에서는 업무에 몰두하고, 집에서는 가족 혹은 TV와 접촉면을 넓히게 되지만, 점심을 끝내고 약 20분간의 걷기는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는 기회인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만의 걷기 코스가 필요하다. 물론 가까운 곳에 공원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회사 근처의 호젓한 골목길을 걷는 것도 괜찮다. 또한 매일은 힘들겠지만 점심 장소를 회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잡는 것도 방법이다. 왕복 30분 정도 소요되는 곳에서 식사를 하고 일부러 걷는 것이다.

가끔은 혼자만의 걷기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면서 머릿속에서 맴도는 수많은 생각들을 하나씩 꺼내 정리하는 것이다. 오전 업무를 복기하고 이를 오후 업무에 연결시키기도 한다. 걷기를 통한 ‘생각 정리’로 지금 나를 지배하는 생각과 삶에 대한 나름의 고찰도 해 본다. 처음에는 여러 가지 생각이 복잡하게 머리 회로를 지배하겠지만 점차 생각하기 훈련을 통해 문제점, 원인, 해결 방법 순으로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걷기를 통한 생각 정리, 문제의 단순화, 가능하다면 해결점에 이르기까지 빠르게 ‘생각의 초고’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이것이 업무에 반영되는 순간을 맞게 된다. 부서 회의나 부장에게 보고서 제출 시 당신의 이야기나 보고서는 그야말로 간결하게 정리된 ‘아름다운 보고서’로 부장의 눈길을 끌 수도 있다. 걷자. 돈도 들지 않고 그리 힘도 들지 않는다. 단순히 직장 생활의 경쟁력 강화라는 진부한 목적이 아니라도 걷는 것을 통해 세상과 자연의 변화, 그동안 놓쳤던 회사 근처 골목의 발견 등을 경험할 수 있다.

▶SNS를 관리하라

부장급 관리자들과 식사 자리에서 나오는 이야기에는 공통점이 있다. “회의를 못 하겠어. 내가 말하는 중에도 부원들이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않아. 또 눈은 나를 쳐다봐도 손은 뭔가 계속 움직이고 있어. 뭐라고 야단치기도 그렇고. 업무나 거래처와의 연락이 모두 메신저와 카톡으로 실시간 일어나니, 참. 우리가 꼰대가 되긴 했나 봐.” 꼰대가 되었다기보단 세상의 소통 방식이 변한 것이다. 실시간, 다중적 그리고 비주얼의 양방향 소통 세상이 되었다. 요즘 웬만한 직장인의 컴퓨터 모니터에는 몇 개 창이 동시에 떠 있다. 업무용 파일, 인터넷 창, 카톡, 메신저, 메일 등 그야말로 입체적인 멀티 업무가 이루어진다. 물론 다 업무용은 아니다. 단톡방에서 수다를 떨기도 하고 아침에 먹은 가벼운 브런치 사진을 보정해 인스타그램에 올리기도 한다. SNS로 인해 업무와 회의 집중도가 떨어지는 것은 분명하다.

이럴 때는 일정 시간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자신의 SNS 계정을 모니터하며 관리하는 것은 업무가 아닌 사적인 일이다. 더구나 회의 시간에 단톡방에서 저녁 약속 시간과 장소를 정하는 데 정신이 팔려 부장의 이야기를 귓등으로 듣는 것은 직장인의 자세 이전에 매너 문제다. 차라리 점심 을 먹은 뒤 30분을 SNS에 투자하는 습관을 들이는 편이 낫다. 찾아보고, 열어 보고, 가입하고, 업데이트하고…하며 말이다. 촌각을 다투는 거래처와 업무 협의로 회의 시간에 카톡을 할 수도 있다. 이럴 때는 먼저 양해를 구하고 잠시 회의실을 나가거나 부장의 결정이 필요하면 아예 오픈해서 메신저를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노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라고 생각하지 말자. 부장이 꼰대든 아니든 회의에서 부장보다 스마트폰에 주목하는 부하 직원의 행위를 “어느 때나 열심히 일하는 친구군” 하고 너그러이 봐줄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점심 먹고 30분, 자신의 SNS를 관리하는 시간을 가질 때도 매너는 필요하다. 사적인 사이라면 몰라도 업무적 내용이라면 그 시간에 메신저로 연락하는 것은 실례다. 그에게도 유일한 자신만의 휴식 시간이기 때문이다. 업무는 업무 시간에, 사적인 일은 점심시간이나 자투리 시간을 내서 하는 것이 관계를 깔끔하게 유지하는 방법이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올리는 SNS는 평범하지만 작은 소확행이 되어줄 수 있다. 힐링이 되는 해시태그 한 줄, 사진 한 장, 한 문장의 글은 다음날 이 시간을 기다리게 하는 ‘무의식적 기다림’을 유발하는 좋은 방법도 되기 때문이다. SNS 세상에서 이와 동떨어진 아날로그 사고와 방식만으로 직장 생활을 이어 갈 수도 없다. 그러니 누구에게도 상처와 피해를 주지 않고 번잡스럽지도 않은 현명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SNS는 분명 자기 만족의 소비지만, 그것의 전파력은 무한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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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공부는 해 보자

예를 들어 점심시간에 짬을 내 업무와 관련된 영어나 중국어 문장 10개씩 외워 보자. 일주일이면 50개, 한 달이면 200개, 1년이면 2400 문장이 된다. 엄청나지 않은가. 10개씩이 무리라면 그 절반도 좋다. 1200개의 업무 관련 문장이나 단어를 숙지하고 있으면 고도의 협상이 아닌 경우 웬만한 외국 기업과의 소통에 문제가 없다. 영어 회화를 익히기 위한 30분짜리 강의나 외국인과의 통화도 좋지만 이왕이면 업무 관련성이 있는 공부로 집중하면 좋다. 해운 회사라면 해운과 선박, 수출입 관련 용어에 집중하고, 무역 회사라면 세금 관련, 무역품으로 분야를 좁히는 것이다. 화장품 회사, 유통 회사, 반도체 회사도 마찬가지다. 업무에 필요한 단어와 문장은 한정적이다. 그간 축적된 기록과 서류, 그리고 선배들의 집약된 노하우가 있어 자료 접근 역시 쉽다. 매일이 힘들다면 출퇴근 시간으로 돌려도 된다.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귀로 익히고, 점심시간에 입으로 말해 보고, 퇴근 시간에 다시 문장을 만드는 식이다.

또 하나의 공부는 바로 책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7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1년 종이책 독서량은 평균 8.3권으로 조사됐다. 1년에 열 권도 읽지 않는 셈이다. 이에 비해 비슷한 시기 조사한 한국인의 하루 평균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82분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직장인을 포함한 대부분의 한국인이 중독에 가까운 스마트폰 친밀도를 보이고 있다. 하루 대부분을 기사 검색과 카톡 등의 SNS 활동에 쓰는 것은 비단 1020세대만은 아니다. 필자 역시 가끔 이런 질문을 받는다. “장차 종이 신문은 사라질까요? 책은 어떻게 될까요?” 아마도 디지털 시대에 모두가 갖는 궁금증일 것이다. 포털에는 신문보다 수백 배 많은 정보가 쏟아지고, 전자책 시대가 도래한 지 이미 오래다. 인간에게는 누군가의 정리된 생각과 완성된 이야기를 경험하는 것이 인생의 중요한 자산이다. 그리고 제아무리 종이를 넘기는 감각과 소리까지 구현한 전자책이라도 아날로그적 지식은 필요하다. 바로 깊이와 집중이다. 책을 읽는 것은 어쩌면 자신에 대한 가장 값싼 투자일 수도 있다. 점심시간 30분을 독서에 투자하라. 2주일에 한 권의 책을 읽는 것, 그 정도만 해도 당신은 한국인의 평균 독서 수준을 넘어선다. 그렇게 투자된 시간으로 한 달에 두 권, 1년이면 24권을 읽을 수 있다.

무엇이든 재미와 흥미를 느껴야 한다. 1000쪽에 육박하는, 베개로 쓰일 만한 두께의 책에 도전하는 것은 포기로 가는 지름길이다. 마치 피트니스 센터를 찾아 “1주일 안에 나를 몸짱으로 만들어 주세요”하는 요구와 같다. 운동이든 공부든 시작은 가벼워야 한다. 일단 당신이 가장 흥미를 느끼는 분야의 책이나 작가를 정해 놓고 지루하지 않은 독서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서점을 찾아 책의 제목과 작가 그리고 서문 정도만 읽어 나가는 것도 방법이다. 인터넷 서핑을 통해 입수한 정보만으로 대화를 이어 나간다면 그 대화가 아무리 흥미로워도 당신은 전달자에 불과하다. 하지만 200쪽이 넘는 두툼한 책에서 얻은 그것이 당신의 입을 통해 말로 표현되는 순간, 당신의 생각과 결합된 사유의 결정체가 된다. ‘오마하(Omaha)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은 이렇게 말했다. “매일 독서와 글쓰기를 꾸준히 하면 재산에 복리 이자가 쌓인다”고. 현인의 말이니 일단 믿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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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식사 파트너를 다양화하라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이야기를 이어 나가 보자. 투자회사 버크셔 헤서웨이 회장으로 올해 88세인 그와 점심 식사를 한 끼 하려면 얼마가 드는지 아는가. 무려 456만7888달러, 한화로 약 54억 원이다. 이에 낙찰된 올해의 주인공은 중국의 가상 화폐 기업체인 트론의 설립자이자 CEO인 젊은 기업인 저스틴 선이다. 그는 버핏에게 “블록체인의 미래와 투자에 대한 현인의 고견을 듣고 싶다”고 말한다. 세 시간 남짓의 식사 시간 동안 저스틴 선이 워런 버핏에게서 대박 날 주식을 추천받거나 미국의 슈퍼 복권 당첨 번호를 점지 받는 것은 아닐 테다. 워런 버핏의 진지한 인생과 가치 있는 투자 이야기를 듣기 위해 기꺼이 그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다.

남의 일이라고? 그렇지 않다. 비록 단가 차이가 나겠지만 당신의 점심시간도 가치가 있다. 그리고 식사 파트너가 누구인지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진다. 생각을 정리해 보자. 먼저 메모지를 꺼내 지난 한 달간 당신과 점심을 같이 먹은 이들을 적어 보자. 빈도로 보면 1순위는 부서 동료, 2순위는 거래처, 3순위는 친구 등일 것이다. 대부분의 직장인에게는 부서 동료의 비율이 압도적이다. 동료들과의 점심이 시간을 허비한다는 말이 아니다. 그러나 능률과 효과 면에서는 그리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다. 새로워질 필요가 있다.

일단 명단을 작성하라. 동료와는 1주일에 두 번, 나머지 세 번 중 한 번은 회사 내 타 부서원과, 그리고 나머지 두 번은 거래처나 유관 기업에 배정한다. 물론 강압적이지는 않다. 혼자서도 먹을 수 있고, 친구들과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렇게 한 부서의 사무실 울타리를 넘어서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어쩌면 “점심 식사도 로비 도구네”, “편하게 먹지, 점심까지 그래야 하나?”, “거래처는 저녁에 술 한 잔 하며 만나도 될 것을” 하는 핀잔을 들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그저 남의 의견이다. 신경 쓸 필요가 없다. 타 부서원 혹은 유관 기관 사람과의 식사는 유익하다. 회사의 전체적인 상황과 각종 프로젝트의 우선 순위나 중점 부문을 파악할 수도 있고, 정보 교류를 통해 해외 출장이나 연수, 파견 근무 계획 같은 알짜배기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물론 얻기만 하는 건 아니다. 당신도 준다. 당신의 이미지, 능력, 대인 관계와 인맥 그리고 당신의 현재와 미래도 그 짧은 1시간 동안 당신의 앞자리에서 식사하는 그에게 주는 것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당신이 그에게 준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받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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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을 깔끔하게 정리하자

점심 식사를 위해 일어서는 순간, 책상을 보자. 출근길에 들고 온 테이크아웃 커피잔, 메모지, 서류, 보고서, 책 몇 권, 구석에 놓인 각종 비타민제, 굴러다니는 볼펜, 휴대폰, 충전기, 휴지 박스, 달력, 작은 선풍기, 생수, 읽다가 접어 둔 신문 등 생각보다 많은 물건이 당신 책상에 놓여 있을 것이다. 대개는 그냥 일어나 사무실을 나선다. ‘부장님 책상은 더한데 뭐’ 하는 마음으로 당신을 위로하면서. 그러지 말고 11시50분부터 책상 정리를 해 보자. 원칙은 업무의 중요성, 연속성이다. 오후에 바로 시작할 업무, 오늘까지 마쳐야 할 보고서 작성, 주말까지 시간이 있는 시장 조사 자료 정리, 거래처와의 연락, 오후에 잡힌 미팅이나 부서 회의 시간 체크 및 준비물 그리고 퇴근 후 ‘나의 일’까지. 이때 필요한 것은 메모다. 포스트잇을 활용해 작은 판에 붙이고 업무나 일이 종료되면 떼어 낸다.

물론 점심 식사를 마치고 들어와서 해도 된다. 게다가 안 해도 일만 잘하면 뭐라고 할 사람도 없다. 하지만 이 몇 분간의 책상 정돈은 오전 시간의 정리이자 오후 시간의 점검이다. 모든 기계는 본격 가동 전 예열 시간이 필요하고, 직장인에게 예열은 집중력이 발휘되는 시점을 단축시킨다. 점심을 먹고 들어와 차 한 잔 마시고 화장실에 다녀와 대충 2시부터 일을 시작하는 데 익숙해지면 안 된다. 부장이나 고참의 날카로운 눈매가 무서워서가 아니다. 점심시간 뒤에 이렇게 소비되고 허비된 시간이 쌓이면 당신의 미래를 향한 발걸음에 장애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점심’. 가볍게 마음에 점을 찍는다는 뜻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들을 실천하는 데는 비장한 마음가짐이 필요치 않다. 그저 가볍게 걷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 밥을 먹고, 가까운 서점에서 가서 책도 보고, 잠깐 SNS 계정도 관리하고, 그리고 책상을 깔끔하게 정리하면 된다. 그렇게 240시간이 모이고 또 다시 240시간이 쌓이면 당신 자신도 모르게 ‘경쟁력 있는 직장인’이 되어 있다. 이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글 박기종(커리어코칭 칼럼니스트) 사진 언스플래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96호 (19.09.24)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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