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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피의사실 공표'에 떠는 경찰, 지적장애여성 살인동기 답변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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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설명회 현장서 '국민 알 권리' vs '피의자 인권 보호' 충돌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다른 것도 아니고 사람이 죽었잖아요. 왜 살해했는지, 어떻게 살해했는지 국민 앞에 하나도 설명할 수 없다는 게 말이 됩니까?"

18일 오전 전북 군산경찰서 4층 회의실에서는 경찰의 답변에 항의하는 취재진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기자들을 마주한 경찰은 애꿎은 서류만 매만지며 애써 시선을 피했다.

이날 상황은 이랬다.

군산경찰서는 여성을 원룸에 감금한 뒤 살해하고 시신을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로 체포된 일당에 대한 사건 경위를 취재진에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피해자가 지적장애를 앓는 사회적 약자인 데다 범행 수법이 잔혹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취재진 수십 명이 경찰서에 몰렸다.

취재진은 이 자리에서 살해 동기와 경위를 캐물었다. 피해여성에 대한 성매매 강요 의혹 등도 물었다.

경찰은 일시나 장소 등 사건 경위에 대해서는 간략하게나마 설명했지만, 범행 동기와 수법을 묻는 말에는 "그 부분은 확인되지 않았다"라거나 "수사 중인 부분이라 말할 수 없다"며 사실상 답변을 거부했다.

취재진이 가장 집요하게 물은 성매매 강요 여부에 대해서는 "(경찰이) 확인한 것은 없다"고 애매한 답변을 내놨다.

연합뉴스

전북 군산경찰서
[군산경찰서 제공]



실랑이는 계속됐다.

엽기적인 사건에 대해 국민의 알 권리를 요구하는 취재진과 피의자의 인권 보호를 주장하는 경찰 사이에 질문과 침묵이 반복됐다.

취재진은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면 처음부터 죽일 목적을 갖고 범행했다는 것인데 그에 이르게 된 동기가 가장 중요한 것 아니냐"며 "사건이 사건인 만큼 이 부분에 관해서는 설명해달라"고 거듭 경찰에 요구했다.

경찰은 살해 동기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자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할 수 있다"며 더는 답변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후 서류를 매만지던 경찰은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며 질문을 받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로 향했다.

이날 살인사건을 대하는 경찰의 태도는 최근 제기되는 피의사실 공표 논란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피의자의 법적 방어권과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검찰의 기소 이전에는 피의사실을 알릴 수 없도록 한 법 조항이 최근 수사기관의 공보 준칙에 반영되는 추세여서 잔혹한 강력범죄가 발생하더라도 언론의 취재에 응할 수 없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군산경찰서 관계자는 "아직 조사를 마치지 않은 부분도 있고 언론에 보도되면 피의자의 인권 보호에 반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며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오늘 설명한 정도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jay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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