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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河중사 재판정, 김현종 사과...조국·경제·북한만 빼고 '빨라진 靑 대응',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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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경없는 기자회 크리스토프 들루아르 사무총장을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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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7일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로 두 다리를 잃은 하재헌 중사의 국가유공자 공상(公傷) 판정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자 보훈처에 사실상 '재검토' 지시를 내렸다. 하 중사가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도 '전상(戰傷)'이 아닌 공상 판정을 받은 데 대해 강한 비판이 제기되자 하루만에 판정을 재심의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강경화 외교부장관과 언쟁을 벌인 일로 논란이 된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도 이틀만인 18일 "제 자신을 더 낮추겠다"며 사과했다.

문 대통령이 하 중사 공상 판정을 직접 번복하고 자기 주장이 강하기로 유명한 김 차장이 사과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청와대의 위기 의식이 예상외로 큰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조국 법무부장관 사태로 현 정권에 대한 여론이 악화한 상황에서 추가 악재(惡材) 차단에 부심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실제로 최근 청와대는 논란성 이슈가 불거지면 전보다 빨리 문제를 인정하고 문 대통령 지시 형태로 시정 방침을 내놓고 있다.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하는 2022년 5월 개관을 목표로 총 172억원의 예산을 들여 별도의 '문재인 대통령기록관' 설립을 추진 중이라는 사실이 언론 보도로 알려졌을 때가 대표적이다. 문 대통령은 관련 보도가 나온지 하루만인 11일 오전 "나는 개별 기록관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밝혔다. 결국 국가기록원은 이날 "개별 대통령기록관 설치를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입장을 바꿨다.

지난 16일 일부 공공기관들의 웹사이트에 동해와 독도가 각각 '일본해(Sea of Japan)'와 '리앙쿠르트 암초(Liancourt Rocks)' 등으로 잘못 표기된 사실이 야당 의원 지적으로 알려졌을 땐 반나절이 지나지 않아 문 대통령이 엄중 경고 조치를 취했다. 청와대는 당시 "해당 부처 감사관실에서는 조사 후 적절히 조치할 예정"고 전했다.

청와대의 이런 대응 기조를 두고 여당은 물론 야당에서도 "청와대가 악재 차단을 위해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가자는 현안 대응 전략을 쓰는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문 대통령이 시비를 부르는 일부 이슈에 대해 재검토를 지시하거나 관련 부처를 질책·경고하는 식으로 청와대가 현안 관리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조국 법무장관 관련 악재가 커 추가 악재는 안 된다는 차원에서 리스크 관리를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물론 청와대는 각각의 현안들에 대해 개별적으로 판단해 대응했다는 입장이다. 공공기관의 동해·독도 오기 문제와 하 중사 상이 판정 문제는 언론을 통해 문제가 제기되자 관련 비서관실 및 부처와 조율하는 통상적 과정을 통해 대응했다는 것이다. 김 차장과 강 장관 언쟁에 대한 사과는 청와대 내 회의에서 별도 논의 없이 김 차장 차원에서 진행했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청와대가 일부 사안에 대해 전보다 빠르게 대응하는 분위기지만 경제·대북 정책 기조나 인사 문제에서는 여전히 강고하다. 조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와중에도 임명을 강행한 것이나, "고용상황이 좋아지고 있다"며 소득주도성장 정책 기조를 고수하는 것이 그런 예다. 문 대통령이 북한의 잇딴 미사일 도발에 침묵하며 대북 평화 프로세스 재개에 정부 역량을 집중하는 것도 마찬가지란 지적이다. 이 때문에 현 정권이 근본적인 기조 변화에 나선 조짐은 아직 찾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박정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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