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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이슈 아프리카돼지열병 국내 상륙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에 야생 멧돼지 포획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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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 가능성에 내버려 둘 수도 없고

총으로 쏘면 달아나 병 확산할 수도

포획틀로 잡자니 효율 크게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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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경기도 연천군의 한 양돈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해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농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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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경기도 파주와 18일 연천에서 확인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야생 멧돼지 탓일 수도 있다는 일부 지적에 환경부가 고민에 빠졌다.

멧돼지를 그냥 내버려 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대대적으로 포획하자니 오히려 ASF 확산을 부추길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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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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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는 ASF 예방을 위해 지난 5월부터 북한 접경지역과 전국 양돈 농가 주변 지역에서 멧돼지 포획을 강화했다.

환경부가 동물보호단체 등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멧돼지 포획을 강화한 것은 야생 멧돼지 발병 우려 때문이었다.

유럽식품안전청 저널에 따르면 유럽에서는 2014년 1월에서 2018년 10월 사이 멧돼지 ASF 발병 건수가 1만9881건으로 사육돼지 1492건보다 훨씬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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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경기도 연천군의 한 양돈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해 방역당국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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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ASF가 확인되자 환경부는 ASF 발생 농가 주변 20㎢ 정도를 관리지역으로 설정하고 폐사체 발생 확인 등 멧돼지 관리 강화에 나선 것도 야생 멧돼지로 인한 전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일부에서는 북한 멧돼지가 비무장지대를 거쳐 내려온 탓이 아니냐는 주장도 내놓았다.

하지만 환경부는 18일 그동안 계속해온 멧돼지 총기 포획을 중단하기로 했다.

경기 북부와 인천 강화군 등 7개 시·군에 대해 총기 포획을 중지하도록 요청한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멧돼지를 총기로 포획할 경우 바이러스 확산을 촉진할 수 있는 만큼 멧돼지 이동을 증가시키지 않는 포획 강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총기 포획에 나설 경우 자칫 ASF에 감염된 멧돼지를 다른 지역으로 쫓아내 ASF를 확산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에 환경부는 포획틀·포획장을 활용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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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홍은동에 설치한 포획틀 멧돼지가 잡혔다. [사진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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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쥐덫을 커다랗게 만든 형태인 포획틀로 멧돼지를 잡는 것은 효율이 극히 낮다.

야생동물연합 조범준 국장은 "멧돼지는 경계심이 강해 포획틀 속에 먹이를 놓아두더라도 포획틀 완전히 들어서지 않는다"며 "일주일 정도 계속 먹이를 주며 안심시켜야 겨우 포획틀에 들어선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오히려 사육돼지에서 야생 멧돼지로 바이러스가 전파되지 않도록 막는 것이 최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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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강원도 철원군 갈말읍 지경리의 양돈농장 주변에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을 위해 외부인의 출입을 차단하고 야생멧돼지의 침입을 막기위해 펜스를 설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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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환경부는 멧돼지 관리 강화에 나섰지만 이번 ASF 발병이 야생 멧돼지 탓일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해 8월 이후 경기 북부지역에서 수집한 멧돼지 시료 76건을 분석한 결과, 모두 ASF 음성 판정이 나왔다.

더욱이 파주 농가가 위치한 곳은 신도시 인근 평야 지대로 주변 구릉지와는 단절돼 있어 멧돼지 서식 가능성이 작고, 주민도 해당 지역에 멧돼지 활동이 없었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또, 북한 멧돼지가 옮겼을 가능성도 작다는 게 환경부의 판단이다.

임진강과 한강 합류지점과는 10㎞ 이상 떨어져 있어 한강을 거슬러 오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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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경기도 연천군의 한 양돈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해 방역당국이 소독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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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야생멧돼지가 사육돼지에게 ASF를 옮긴 사례는 러시아 방목 농가에서 2건 보고된 것 외에는 보고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야생동물연합 조 국장은 "가축 질병이 생기기만 하면 야생동물 탓을 하는데, 사육 밀도를 낮추는 등 가축을 건강하게 기르는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축을 도살 처분할 때도 산 채로 매장하면 비닐이나 부직포가 찢어져 오염이 확산하는 만큼 미리 기절을 시키거나 질식을 시킨 다음 매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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