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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이스라엘 네타냐후 13년 장기집권 막 내리나…정치 인생 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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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선 노렸지만 총선결과 연임 불투명…부패혐의로 검찰 기소 위기도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중동의 대표적인 강경파 지도자 베냐민 네타냐후(69) 이스라엘 총리가 정치 인생에서 최대 위기에 몰렸다.

이스라엘 언론은 18일 전날 실시된 총선 투표를 90% 넘게 개표한 결과, 리쿠드당과 중도정당 청백당(Blue and White party)이 32석씩 확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네타냐후 우파 동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도했다.

이스라엘 선거관리위원회의 최종 개표 결과를 지켜봐야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의 연임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스라엘 대통령은 앞으로 정당대표들과 협의를 거쳐 연정 구성 가능성이 높은 당수를 차기 총리 후보를 결정한다.

그런데 총선 다음날부터 연정 구성과 차기 총리 후보를 둘러싸고 복잡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청백당은 리쿠드당과 협력할 수 있지만 네타냐후 총리가 지휘하는 연정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을 긋고 있다.

캐스팅보트를 쥔 것으로 평가되는 극우정당 '이스라엘 베이테누당'의 아비그도르 리에베르만 전 국방부 장관은 리쿠드당과 청백당을 아우르는 대연정을 주장하고 있다.

또 AP통신 등 외신은 리쿠드당이 네타냐후 총리가 아닌 새로운 지도자를 찾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이스라엘 총선에서 투표하는 네타냐후 총리[EPA=연합뉴스]



네타냐후 총리는 법정에 설 위기에도 직면한 상태다.

이스라엘 검찰은 올해 2월 네타냐후 총리를 뇌물수수와 배임 및 사기 등 비리 혐의 3건을 기소하겠다고 밝혔으며 다음 달 첫 심리가 진행될 예정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아논 밀천 등으로부터 수년간 샴페인과 시가 등 26만4천달러 상당(약 3억원)의 선물을 받고 한 일간지와 막후거래를 통해 우호적인 기사를 대가로 경쟁지 발행 부수를 줄이려고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스라엘 야권은 그동안 네타냐후 총리가 연임을 통해 검찰 기소를 피하려고 한다고 주장해왔다.

네타냐후 총리가 실각하고 검찰에 기소되면 정치적으로 재기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네타냐후는 그동안 끈질긴 정치적 생명력을 보여준 정치인이다.

이스라엘인들 사이에서 '비비'(Bibi)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높은 인기를 끌었고 재임 기간이 모두 13년 6개월로 이스라엘 역대 총리 중 가장 길다.

그는 1996년부터 1999년까지 총리를 지냈고, 2009년 두 번째 총리직에 오른 뒤 계속 집권하고 있다.

올해 4월 총선에서 리쿠드당을 비롯한 우파 정당들의 선전으로 총리 후보로 다시 지명됐지만,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하는 쓴맛을 봤다.

과거 자신의 동지였던 리에베르만 전 장관이 초정통파 유대교 신자들에게도 병역의무를 부과해야 한다며 연정 합류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네타냐후는 유대 정당들을 의식해 리에베르만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총선 카드를 선택했다.

그는 5개월 만에 치러진 이번 총선을 앞두고 요르단강 서안의 유대인 정착촌 합병 등 안보와 민족주의 이슈를 부각하며 보수층 지지자들의 결집을 기대했다.

그러나 변화를 원하는 민심을 얻지 못하면서 화려한 정치 경력이 끝날 수 있는 갈림길에 섰다.

1949년 이스라엘의 지중해 도시 텔아비브에서 태어난 네타냐후 총리는 사학자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가 고등학교에 다니고 매사추세츠 공대(MIT)와 하버드대에서 공부했다.

1988년 초선 의원이 된 뒤 1993년 보수 리쿠드당 당수에 올랐고 1996년 선거에서는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시몬 페레스 노동당 대표를 누르고 처음 총리에 당선됐다.

당시 나이가 만 46세로 이스라엘 역사상 최연소 총리라는 명예를 얻었다.

그는 1999년 총선에서 패배 후 정계를 떠났다가 2003년 아리엘 샤론 총리의 연립정부에서 재무장관으로 일했다.

그러나 2년 뒤 샤론 총리가 가자지구의 정착촌 철수를 감행한 데 반발해 장관직을 사임했다.

네타냐후는 2005년 12월 다시 리쿠드당 대표에 올랐고 2009년 총선에서 리쿠드당이 집권당 카디마당에 1석 차이로 패해 2위에 그쳤지만, 보수 진영의 지지를 받아 10년 만에 총리직에 복귀했다.

이후 2013년과 2015년 총선에서 연달아 승리했지만 올해 들어 이스라엘군 참모총장 출신 정치인 베니 간츠가 이끄는 중도정당의 거센 도전에 직면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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