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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전문] "국토부, 신생항공사 면허 짜맞추기식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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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주 에어프레미아 전 대외협력실장 입장문

"잘못된 변허 취득 일조한 도의적 책임 침묵할 수 없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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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상훈 기자 = <국토부의 에어프레미아 변경면허 승인과 관련한 입장문>

에어프레미아 변경면허발표는 국토부의 짜맞추기식 심사결과입니다. 언론인 여러분께 사실관계에 기반한 공정한 판단을 요청 드립니다.

저는 2018.1~2019.5 에어프레미아의 대관, 홍보업무를 총괄했던 이동주 전 대외협력실장입니다. 엊그제 국토교통부의 에어프레미아 변경면허 발급 관련 발표를 보고 저의 양심에 비추어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어 주주 자격으로 글을 올립니다.

지금부터 제가 드리는 말씀은 그동안 언론인 여러분이 들었던 내용과 상당히 다를 수 있음을 먼저 알려드립니다. 하지만 저는 30여년 동안 언론과 고위공직을 거친 사람으로서 제 개인의 사익과 무관하게 공공 이익의 관점에서 사실에 기반해 말씀드린다는 점을 유념해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올 상반기 내내 지속된 에어프레미아 경영권분쟁 와중에 지난 5월 투기세력을 주축으로 구성된 현 경영진에 의해 강제 퇴직을 당했습니다. 저는 대외업무 총괄책임을 맡기 위해 이 회사에 들어와 면허취득 목표를 달성했고 심지어 경영권 분쟁과정에서 김종철 전대표의 편을 든 적이 없음에도, 단지 '혁신항공사의 비전과 가치를 잃어선 안된다'는 주장을 했다는 이유로 신임 경영진에 의해 제거대상으로 낙인 찍혔습니다.

저는 부당한 강제 퇴직을 당한 직후 5월 중순 국토부 관계자들을 만나 '에어프레미아 상황은 혁신항공사 취지에 전혀 맞지 않을뿐더러 국민안전에도 심각한 잠재적 위협이 될 우려가 크다'는 설명과 함께 '저 개인의 분풀이 차원이 아니므로 국익과 공익 차원에서 투명하고 공정하게 처리해달라'고 간곡히 당부했습니다. 그리고 이후 4개월 동안 인내하며 심사가 진행되는 과정을 지켜보았습니다. 그러나 국토부의 엊그제 발표는 충격적이고 실망스러운 결과였습니다. 공정하고 투명한 심사가 아니라 부당하고 불투명한 짜맞추기식 심사였습니다.

저는 이와 관련해 필요한 자료와 충분한 논거를 갖고 있으며, 우선 엊그제 국토부 발표내용의 문제점부터 하나씩 말씀드리겠습니다.

1. 국토부는 엊그제 발표에서 이번 변경면허 신청의 근본원인이 된 대표변경 사유가 심사대상이 아닌 것처럼 말하며 구체적 답변을 회피했습니다. 하지만 작년말부터 금년 4월19일 이사회에 이르는 경영권 다툼과 대표변경은 이번 에어프레미아 사태의 시작이자 끝이며, 그 과정은 지극히 불투명하고 의혹투성이였습니다. 면허총괄 책임자였던 제가 '혁신항공사를 표방하는 회사가 이렇게 불투명해선 안된다'는 취지의 주장을 사내 게시판(밴드)에 올렸다는 이유로 강제퇴직을 당한 사실만 보더라도 당시의 참담한 상황을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내게시판에 올렸던 글은 아직도 그대로 게재돼있으며 원하시는 분들께 드리겠습니다.)

더구나 현 경영진은 최근 법원에 제출한 공식서류에서 김종철 전대표를 사실상 해임한 원인이 '기재도입과 관련한 개인유용 시도'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그와 관련해 문제를 제기한 언론보도도 있었습니다. 이는 극소수 경영진 사이에 항공기 도입과 관련해 심각한 불법, 비리 의혹이 진행됐고 그를 둘러싼 갈등이 빚어지면서 분쟁이 벌어졌을 가능성을 암시합니다. 만약 그게 아니라면 현 경영진이 김종철 전 대표 축출을 정당화하기 위해 꾸며낸 거짓말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국토부는 이런 중대한 법적, 도덕적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졌는지에 대해 아무런 조사도 없이 형식적으로 심사를 끝냈고 이를 단순히 '내부갈등'이라고 얼버무리고 있습니다.

투기세력의 항공사 장악이 미칠 파장과 관련해, 이미 에어프레미아 현직 감사가 청와대 등에 탄원서를 제출한 바 있고 국회에서도 국민안전을 우려하는 성명이 나올 정도로 엄중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주무부처가 그냥 사인(私人)간의 이해다툼인 것처럼 치부하고 덮으려 드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직무유기입니다.

땅콩회항, 물컵투척 등 항공사와 관련해 큰 물의를 빚은 사건들은 그 자체로는 사소한 해프닝에 불과할 수 있지만 사회적 문제로 비화했음을 모두가 아실 것입니다. 그 이유는 바로 항공산업이 국민안전과 직결돼 있는 국가기간산업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대표변경 과정에서 대형 비리, 혹은 투기 의혹이 짙고 수개월간 신규항공사를 완전히 마비상태로 몰아갔던 경영권 분쟁의 근본원인을 국토부가 간여할 사안이 아닌 것처럼 취급하며 외면하는 저의가 무엇입니까? 특히 에어프레미아보다 먼저 대표변경을 시도하려던 다른 신규항공사에겐 엄중한 경고를 통해 자진 철회하도록 만들었던 국토부가 훨씬 더 많은 의혹으로 점철된 에어프레미아의 변경면허 신청엔 이상할 정도로 관대한 이유는 또 무엇입니까?

2. 면허심사의 주요기준인 재무건전성과 관련해서는 짜맞추기 의혹이 더욱 짙습니다. 국토부 발표자료는 에어프레미아가 최근 2000억원의 투자의향서(LOI) 체결 등 투자유치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표현했지만 실제 내용은 눈에 보이는 것과 전혀 다릅니다.

우선 에어프레미아는 작년말 신규면허 신청당시 1650억원의 추가투자 LOI를 국토부에 제출했고 이것이 금년 3월6일 신규면허 발급에 중요한 기준이 됐음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지금도 국토부 홈페이지에 실려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장기간 경영권 분쟁과 75억원 유상증자 강행 등으로 기업가치가 대폭 하락하면서 시리즈B 투자유치는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8.26 실사 미팅에서 에어프레미아 경영진은 ‘시장상황이 너무 안좋다’는 핑계로 당초 투자 유치목표와 동떨어진 수준으로 제시한 것을 국토부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8.26 미팅 후 불과 며칠만에 갑자기 에어프레미아가 2000억원대 LOI를 확보했다는 느닷없는 발표가 나왔고 국토부는 기다렸다는 듯 심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더 이상한 점은 국토부가 '신규면허시 제출하였던 추가투자계획(650억원 수준 신주발행)에 대해 변경면허 심사과정에서 제출한 세부계획대로 이행하여 재무건전성을 유지하여야 한다'라며 650억원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설정해준 점입니다. 국토부는 650억원 추가투자계획이 '신규면허시 제출'됐다고 했지만, 면허책임자였던 제가 아는 한 에어프레미아는 신규면허 신청 당시 그런 신주 발행계획을 제출한 바가 없습니다. 김종철 전 대표에게도 확인해보았지만 알지 못한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결국 아무런 법적 구속력이 없는 LOI는 2000억원까지 끌어올려 변경면허 명분으로 활용하고, 실제 추가투자는 그와 무관하게 몇 백억원 수준으로 허용하려 한다는 의혹을 갖게 합니다. 국토부가 사실관계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일반인과 언론을 상대로 왜 이런 눈가림식 숫자놀이를 앞장서서 대신해주고 있는지 저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상식에 준거해 보더라도, 실제 투자유치 규모를 LOI수준으로 맞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그 절반에도 훨씬 못미치는 수준이라면 그건 속임수나 다름없습니다. 더구나 신임 경영진이 투기자본이라는 오명을 가리기 위해 '투자유치전문가'라고 주장해온 점을 감안하면 그런 투자유치 실력으로 대체 왜 항공사를 직접 경영하겠다고 나선 건지 의문입니다.

추가투자유치가 이렇게 줄어들게 된 배경도 문제입니다. 최근 항공시장여건 악화를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최근 강행된 7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그로인한 투기자본의 지배력 강화가 중대한 영향을 미쳤을 것임은 자명합니다.

에어프레미아의 사업모델에는 여러가지 혁신적 요소들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소유-경영이 분리된 선진형 지배구조는 매우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지금도 에어프레미아 홈페이지에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추구하는 선진형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항공전문 경영진이 모여 사람중심경영, 투명경영을 실천한다'는 위선적인 문구가 버젓이 떠있습니다. 그런데 75억원 유상증자의 결과는 당초 우려대로 회사가치 제고엔 큰 도움이 안되고 특정인의 지분율만 높여주면서 소유-경영 분리방침에 정면으로 역행했습니다. 현직 감사가 법원에 유상증자를 막아달라며 가처분신청까지 냈던 것도 그런 이유였던 것으로 이해합니다. 더구나 유상증자 결과로 변동된 주주명부를 달라는 주주의 정당한 요구에 대해서도 경영진은 황당한 이유를 붙여가며 거부하고 있습니다.

국토부는 재정상황과 관련한 이런 총체적 난국을 모두 알면서 보도자료에 마치 투자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처럼 언론을 기만했습니다. 국토부는 올 3월 신규면허 발급 직후 별도 간담회를 통해 '에어프레미아는 중장거리 전문항공사로서 최신 중형항공기를 쓰기 때문에 초기자본금을 2000억원이상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구체적 지침까지 내린 바 있습니다. 그래놓고 사업계획이 충실히 이행되는지를 관리감독하기는커녕 말을 바꿔가며 면죄부를 주는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3. 국토부는 발표자료에 '조건부 변경면허'라는 표현을 쓰며 마치 앞으로는 사후관리를 철저히 할 것처럼 공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토부는 3월 신규면허 발급 당시에도 '사업계획을 충실히 이행한다는 것을 전제로한 조건부면허'라는 표현을 여러 차례 사용하며 엄격한 사후관리를 공언했습니다. 그런데 한달여 만에 대표변경이 일어나고 수많은 의혹과 문제점이 불거졌음에도 형식적인 심사과정을 거쳐 변경면허를 발표했습니다.

국토부는 2018.11.14 항공산업제도개선방안에서도 '항공안전 위협에 대한 사후적, 징벌적 관리를 예방적관리시스템으로 전환하고 항공사 임원제한도 강화한다'고 발표했고 국회를 통해 관련 입법을 추진중입니다. 이처럼 항공안전과 관련한 전반적 정책방향은 규제를 더 강화하는 쪽으로 몰아가면서 에어프레미아에 대해선 유독 반대방향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그 이유가 무엇인지, 이런 식으로 면허심사를 하려면 왜 굳이 면허제도를 유지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토부는 신뢰를 잃었습니다.

언론인 여러분께 당부 드립니다. 저는 에어프레미아의 면허취득 업무를 총괄했고 이 회사의 주식을 가진 주주입니다. 회사가 잘못되면 저 역시 개인적으로 큰 손실을 입게 됩니다. 하지만 국민안전과 혁신항공사의 대의명분은 도외시하고 오로지 자기이익만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항공사를 장악해 훗날 어떤 재앙을 초래할지 알 수 없습니다.

저는 제 의도와 무관하게 결과적으로 잘못된 면허취득에 일조한 도의적 책임 때문에 현 상황에 침묵할 수가 없습니다. 추후 상황에 따라 필요하다면 추가적인 사실관계를 밝히도록 하겠습니다. 언론인 여러분께서도 관심을 갖고 진실을 규명하는데 나서 주시길 간곡히 요청 드립니다.

2019. 9. 18 이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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