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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美레포금리 10%까지 치솟아 ..연준, 570억달러 ‘긴급 수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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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한선 2.5%의 4배 ‘이상급등’
투자자 채권 투매땐 금융 폭락
11년만에 공개시장조작 나서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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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17일(현지시간) 초단기 금융시장에 570억달러를 긴급 투입했다. 은행들이 보유 국채 등을 담보로 환매를 조건으로 하는(레포) 하루동안의 단기 대출 금리가 장중 10%까지 치솟으며 시장 불안을 초래한데 따른 것이다. 레포 금리는 통상 연준 정책금리인 연방기금(FF) 금리 수준에서 움직이지만 이날은 연준의 정책상한선인 2.5%의 4배에 이르는 10%까지 치솟았다.

레포 금리가 뛰면 단기 자금 확보가 어렵다는 점 때문에 투자자들이 채권 투매에 나설 수 있고, 이렇게 되면 시장 분위기가 흔들리며 금융시장이 폭락할 수 있다. 이때문에 17일 연준의 통화정책을 실질적으로 담당하는 뉴욕연방은행이 서둘러 시장에 개입했다.

■연준, 서둘러 시장 개입

파이낸셜타임스(F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뉴욕연방은행은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열린 이날 레포경매를 통해 초단기 금융시장에 570억달러를 긴급 수혈했다. 연준이 공개시장조작에 나선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1년만에 처음이다. 그동안 제로금리 정책과 양적완화(QE)를 통해 채권을 매입하면서 막대한 돈을 시중에 풀어왔던 터라 시중에 초단기 자금이 부족할 일이 없었지만 2014년 채권매입 확대를 중단하고, 2017년부터는 보유 채권 매각에 나서면서 시중 여유자금이 조금씩 줄어든 것이 이번에 대규모 시장 개입에 나선 배경이 됐다.

연준의 QE 종식으로 인해 은행들이 연준에 맡겨 놓는 여유 자금은 2조8000억달러에서 지난주 1조5000억달러로 반토막 났다. 그동안 잠잠했던 초단기 금융시장은 그러나 16일 밤부터 17일 오전 연준이 개입할 때까지 레포 금리가 치솟으며 연준이 통제를 상실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로 소용돌이 쳤다.

시장조사업체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이날 현재 2~2.25% 수준인 연준의 FF 금리 정책목표치 안에서 움직여야 하는 레포금리는 장중 10%까지 치솟았다. 연준 금리 목표치 상한선의 4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레포는 은행들끼리 환매를 조건으로 채권 등 유가증권을 담보로 맡기고 통상 하룻밤 동안 긴급 자금을 수혈하는데 활용되는 방법으로 금융시장이 잘 굴러갈 수 있도록 윤활유 역할을 하는 핵심적인 금융창구다. 그러나 레포 시장에 현금이나 채권 품귀 현상이 빚어지면 레포 금리가 치솟고 이렇게 되면 불안을 느낀 은행을 비롯한 투자자들이 채권 투매를 통해 긴급 자금확보에 나서면서 금융시장에 태풍이 몰아칠 수 있다.

금융리서치 업체 워싱턴 ICAP의 루 크랜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자금압박과 레포 금리 상승은 "시장에 매우 예측불가능한 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우려했다.연준이 이날 이같은 점들을 우려해 1차 진입에는 실패했지만 2차 진입에 성공해 530억달러를 쏟아부으면서 레포 금리는 17일 2.25%로 다시 안정을 찾았다. 전날 2.14%에 비해서는 올랐지만 장중 최고치 10%에 비해서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이날 레포 금리 이상 급등이 구조적인 문제라기보다 기술적인 문제들이 겹친데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 해석하고 있다. 연방정부의 감세정책에 따른 자금부족이 대규모 국채 발행을 부른 탓에 연준을 통해 정부 국채를 사들이는 프라이머리 딜러들이 갑작스레 자금 압박에 시달린 것이 첫번째 배경으로 꼽힌다. 이날 대규모 국채 경매가 있었다.

■"자금수요 몰려 일시적 급등"

연준이 자산매각에 나서고 있는 점도 시중 자금부족을 부르는 또 다른 배경으로 지목된다. 연준이 7월말 FOMC 회의에서 채권 매각을 당분간 중단하기로 결정해 더 이상 매각은 없지만 그동안 연준이 채권을 팔아치우고 이를 은행들이 사들이면서 은행들이 연준에 맡겨 둔 예치금이 크게 줄었고, 이 때문에 자금 압박에 시달렸다는 것이다. 또 법인세 납부를 앞두고 자금 수요가 증가했고, 자금 수요가 많은 분기 말로 접어들고있는 점 역시 자금압박을 심화시켰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은행들의 예치금이 앞으로 당분간은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커버쳐 증권의 레포 브로커인 스콧 스카이럼은 여러 기술적 요인들이 레포금리 상승을 설명하고는 있지만 왜 이 정도까지 '미친듯한 시장 변동성'이 나타났는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라면서 시장 내부에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뭔가가 진행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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