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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석유의 시대가 저문다고? 착각에서 벗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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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 수많은 전쟁의 원인
여전히 세계경제 움직여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한국
석유 역사 속에서 길 찾아야


파이낸셜뉴스

석유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는가 최지웅/ 부키


사우디아라비아 원유시설에 대한 드론(무인기) 공격에 따른 원유 생산 차질과 긴장 고조로 국제유가가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석유의 중요성은 단지 에너지나 원료로서 쓸모가 있다는 차원에만 머물지 않는다.

한국은 석유가 한 방울도 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석유에 대해 많은 고민이 필요하지만 '석유 한 방울도 안 나오는 나라에서 자원 개발은 필수'와 같은 구호만 크게 들린다. 최근에는 석유의 자리를 새로운 신재생에너지가 대체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주목받은 적이 있다. 석유가 한 방울도 나지 않는 한국 입장에선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막연한 기대감으로 지금이 석유의 시대라는 명백한 사실을 보지 못한다면 시대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전히 우리는 석유의 시대를 살고 있으며 따라서 과거 석유를 둘러싸고 일어난 다양한 사건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279만 3000배럴. 2016년 기준 한국에서 하루 평균 소비된 석유의 양이다. '석유' 하면 보통 휘발유의 이미지가 떠오르기 때문에 이 많은 소비량의 상당 부분이 운송 수단의 연료로 사용됐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운송에 사용된 석유는 32.6% 정도이고, 절반이 넘는 52.8%는 플라스틱, 고무, 화학섬유 등을 만드는 석유화학 산업에서 쓰인다.

석유 공급이 중단되면 운송 뿐 아니라 소비재 상당 부분이 생산을 멈추기 때문에 석유가 현대인의 경제 행위를 지배하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석유의 중요성은 단지 개인의 경제적 삶 수준에서 머무르지 않는다. 4차례의 중동 전쟁, 진주만 공습, 9·11 테러, 걸프전과 이라크전 등 현대사의 수많은 전쟁과 테러가 석유 때문에 벌어졌다.

석유가 단순한 연료나 원료 정도가 아니라 국제정치와 세계경제를 움직이는 핵심 동인이기 때문에 보통 현대사를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로 석유를 꼽을 수 있다. 현대사에서 석유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하고 석유의 변화가 세계의 변화를 낳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석유가 세계를 지배하는 시대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저자는 당분간 석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면 산유국의 이익이 한국의 이익과 긴밀히 연결되도록 유지하는 방향을 제안한다. 이 역시 석유의 역사 속에서 나오는 방안 중 하나다.

2008년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스끄지가 피살되면서 미국이 사우디를 제재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사우디는 현재 에쓰 오일 지분의 63.4%를 확보해 최대 주주이고 현대오일뱅크의 지분도 17% 매입했다. 이는 사우디가 점유율의 확보, 즉 석유를 팔 수 있는 시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었다. 저자는 이런 상호의존 관계를 한국 쪽에서 더 적극적으로 강화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무엇보다 우리에게 그럴 역량이 있기 때문이다. 2004년 대우인터내셔널은 미얀마 바다에서 석유 탐사에 성공했는데 이는 광권 계약 체결부터 탐사 활동, 가스전 발견 및 개발 그리고 석유 생산에 이르는 전 과정을 한국 인력이 주도했다.

우리나라에서 석유가 한 방울도 나지 않는 상황은 분명 앞으로도 문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석유의 역사를 잘 살핀다면 문제 상황을 현명하게 극복하는 길은 발견할 수 있다. 한국은 이미 지금까지 석유 문제를 다양한 방법으로 극복한 경험을 쌓아놓고 있다. 조심할 것이 있다면 석유의 시대가 저물었다는 착각과 함께 이같은 경험을 등한시하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석유가 전 시대의 유물이면서 동시에 현재의 명백한 트렌드이고 최소 한 세대의 범위 안에서는 미래의 비전이라고 지적한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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