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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수출입 부진에도 부산항 물동량 늘어난 까닭은…빈컨테이너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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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중국 갈 빈 컨테이너 부산항에 발 묶여"

물량 증가에도 운영사들 속앓이 "하역료 낮고 터미널 효율 저하"

연합뉴스

수출입화물 가득한 부산 북항 감만부두
[연합뉴스 자료사진]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올해 우리나라 수출과 수입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도 부산항 컨테이너 물동량은 오히려 늘어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수출입 컨테이너의 62%가량을 처리하는 부산항 물동량은 경기 상황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18일 부산항 8개 터미널 운영사 집계에 따르면 올해 8월 말까지 처리한 수출입 컨테이너는 20피트짜리 기준 682만여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655만4천여개)보다 4.1% 늘었다

수출 컨테이너(339만6천여개)는 4.6%, 수입 컨테이너(342만2천여개)는 3.5% 증가했다.

부산항만공사가 올해 물동량 목표를 지난해보다 3.8% 많은 2천250만개(20피트 기준)로 정할 때 국내 경기침체를 고려해 수출입 컨테이너가 0.3%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 것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항만공사 예상대로 올해 우리나라는 수출과 수입은 모두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출 실적은 지난해 12월 마이너스로 돌아선 이후 올해 8월까지 9개월 연속 감소했다.

수입 실적도 4월(2.9% 증가)을 제외하곤 모두 줄었다.

월별 수출 감소율은 최저 2.1%에서 최고 13.8%이며, 수입 감소율은 1.6∼12.4%이다.

반대로 부산항 수출입 컨테이너는 1월에 5.6% 증가한 것을 시작으로 2월(-2.5%)을 제외하곤 매월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가 수출은 13.6%, 수입은 4.2% 줄었다고 밝힌 8월 부산항 수출입 컨테이너는 올해 들어 가장 높은 9.5%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7월에도 수출이 11.0%, 수입은 10.9% 각각 줄었지만, 부산항 수출입 컨테이너는 6.4% 늘었다.

이처럼 수출입 실적과 컨테이너 물동량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이유는 뭘까?

컨테이너 물동량은 아주 복잡다단한 요인에 의해 변동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을 한마디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다만,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현상은 수출과 수입 모두에서 상품을 담지 않은 빈 컨테이너 처리가 유난히 많아졌다는 것이다.

컨테이너 자체가 화물이기 때문에 빈 것이라도 우리나라에서 외국으로 나가면 수출, 외국에서 들여오면 수입으로 통계를 잡는다.

상품을 담지 않았으므로 수출입액 실적에는 반영되지 않는다.

북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를 운영하는 부산항터미널(BPT)이 올해 물동량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수출 컨테이너 가운데 상품이 든 것은 지난해보다 7% 줄어든 반면, 빈 컨테이너는 11% 늘었다.

수입도 마찬가지여서 상품을 담은 것은 지난해 수준에서 제자리걸음을 했지만, 빈 컨테이너는 12%나 증가했다.

북항 신감만부두 운영사 DPCT도 올해 8월까지 수출입 컨테이너가 지난해보다 9.5% 늘었는데 증가 물량 대부분이 빈 컨테이너라고 밝혔다.

수출입화물 비중이 큰 북항 자성대부두도 사정은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운영사들은 빈 컨테이너 수출입이 많이 늘어난 가장 큰 요인으로 미중 무역분쟁을 꼽는다.

운영사 관계자는 "무역 분쟁으로 중국의 대미 수출이 줄면서 선사들이 중국으로 보내야 할 빈 컨테이너를 일단 부산항에 반입해 부두에 보관했다가 나중에 중국으로 가져가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산항의 빈 컨테이너 보관료 등 처리 비용이 외국 항만보다 싸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수출입보다 환적 컨테이너를 더 많이 처리하는 신항 터미널들도 올해 빈 컨테이너가 많이 늘었다.

연합뉴스

부산신항 PNC 터미널 전경
[부산신항만주식회사(PNC) 홈페이지 캡처]



신항 5개 운영사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부산신항만(PNC)의 경우 올해 8월까지 처리한 빈 컨테이너는 56만1천300여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7%나 증가했다.

7월의 경우 전체 물동량은 38만8천100여개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1% 늘었는데, 빈 컨테이너는 5만4천400여개에서 7만3천700여개로 35.5%나 늘었고 8월도 마찬가지다.

급증한 빈 컨테이너 때문에 터미널 운영사들은 속앓이하고 있다.

빈 컨테이너는 하역료가 상품이 든 것보다 30∼40%가량 싸기 때문에 많은 물량을 처리해도 수익성이 낮고, 장시간 야적장을 차지해 터미널 운영 효율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부산항만공사는 빈 컨테이너가 급증한 구체적인 이유를 파악하고자 선사들을 대상으로 정확한 실태를 조사하는 한편, 항만 효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lyh950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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