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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美합참의장 "중동지역 미군, '전지전능'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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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퍼드 의장, '사우디 피습 왜 못 막았나' 지적에 반박 / "조사 중이나 모든 증거는 이란 도발 가능성 가리켜" / 사우디 내에선 미국산 방공무기 체계 '무용론' 거세져

세계일보

사우디아라비아의 핵심 유전 시설이 지난 14일(현지시간) 무인기 또는 미사일로 추정되는 물체의 공격을 받아 불타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이 중동지역 전체를 바라보는 ‘한 번도 깜박이지 않는 눈’(an unblinking eye)을 갖고 있는 건 아니다.”

미국산 방공무기로 무장한 사우디아라비아가 최근 어디서 온 것인지도 불분명한 무인기 또는 미사일 추정 물체의 공격으로 큰 피해를 입은 가운데 미군을 대표하는 조지퍼 던퍼드 합참의장(해병 대장)이 ‘중동에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고 해서 지역 국가들이 안보를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건 곤란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다.

영국 런던을 방문 중인 던퍼드 의장은 17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재 미군 정보당국의 도움을 받아 사우디 측이 공격 물체에 대한 분석을 진행 중이나, 모든 증거는 공격이 이란 또는 이란의 조종을 받는 세력에 의해 이뤄졌음을 가리킨다”고 말했다고 미 국방부가 18일 전했다.

앞서 사우디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무인기 또는 미사일로 추정되는 물체의 공격으로 아브카이크 원유 설비와 쿠라이스 유전이 큰 피해를 입었다. 하루 산유량이 절반으로 줄어들어 사우디산 원유 수입에 의존하는 세계 주요국들이 ‘유가 급등’을 우려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미군은 피습 직후 공격이 누구에 의해, 어떻게 이뤄진 것인지 조사를 개시한 사우디 측에 과학수사, 즉 포렌식(forensic) 전문가들을 지원해 분석 작업을 돕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던퍼드 의장은 “공격이 어느 방향에서 이뤄졌든 이란 또는 이란이 지원하는 세력이 위협을 가했을 가능성이 제일 크다”며 “사우디 측의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먼저 앞서갈 수는 없으나 그것(이란이 공격 배후라는 것)이 합리적 결론이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왜 미국이 이번 공격을 사전에 감지하고 예방하지 못했느냐’는 지적이 잇따르자 던퍼드 의장은 “미국이 중동지역 전체를 바라보는 ‘한 번도 깜박이지 않는 눈’을 갖고 있는 건 아니다”고 해명했다.

세계일보

조지프 던퍼드 미 합참의장(해병 대장). 사진은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군의 11번째 통합전투사령부로 출범한 우주사령부 창설식에서 연설하는 모습. 미 합참


그는 “미군의 정보, 감시 및 정찰 자산은 우리(미군)한테 가해지는 통상적 위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중동지역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미군이 볼 수도, 볼 필요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던퍼드 의장은 “예멘의 후티 반군이 저지른 기존의 공격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아주 복잡하고 정밀한 공격”이라고 말해 이번 공격의 위력을 인정했다.

한편 이번 피습을 계기로 사우디 내에서 ‘그간 미국으로부터 사들인 무기들이 대체 어떤 역할을 했느냐’ 하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WP는 “사우디의 핵심 원유 설비를 공격한 이번 작전이 6개 패트리엇 미사일 대대 등 사우디군의 방공망 체계를 회피한 것으로 보인다”며 “순항미사일이나 드론(무인기)은 전투기, 탄도미사일보다 낮게 비행하기 때문에 레이

더로 감지하기 어렵고, 뒤늦게 감지하면 요격할 때 적지 않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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