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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비핵화 정의’도 합의 못한 북·미… 실무협상 앞서 기싸움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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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다리기 속 협상 쟁점은 / 北 "하노이서 다룬 영변부터 시작" / 美 "核활동 중단부터" 입장 고수 / 당장 제재완화 등 이견 해소 난망 / 안전보장 1차적 다뤄질 가능성도 / 美는 '뉴욕채널' 가동 물밑 작업 / 北, 한·미 정상회담 본격 나설 듯

북한이 예고한 ‘9월 말’ 북·미 실무협상을 앞두고 ‘사전 기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북·미는 1·2차 정상회담 사이에도 신경전을 펼쳤지만, 이번엔 실무협상을 통한 성과 도출 압박이 강해 줄다리기가 길어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협상 쟁점은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다뤄진 의제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상황이 바뀐 만큼 일부 변화도 감지된다.

세계일보

DMZ 페스타 중립국감독위원회 스위스 파견단으로 근무한 다니엘 토마스 팔러가 18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리고 있는 ‘DMZ(비무장지대) 페스타’를 찾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회동 장면을 담은 소형 입체전시물 디오라마를 휴대전화로 찍고 있다. 고양=뉴스1


◆‘하노이 회담’에서 시작… “스몰딜 우려 여전”

핵심 의제는 하노이 제2차 정상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비핵화의 범위와 이에 따른 상응조치의 수준이다. 영변 핵시설 폐기를 주장하는 북한과 ‘영변+α(알파)’를 주장하는 미국의 의견차는 하노이 회담 결렬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18일 “(비핵화 범위와 관련) 북한은 하노이에서 다뤘던 대로 영변부터 시작해보자는 입장이지만 미국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밝힌 대로 동결, 더 정확하게는 핵활동 중단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북·미 이견이 여전하기 때문에 ‘잠정 합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통일연구원이 이날 개최한 ‘9·19 평양공동선언 1주년 평가: 성과와 과제’ 회의에서도 이런 의견이 나왔다. 로버트 아인혼 전 미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보는 비핵화를 최종 목표로 하되 협상 진전을 위해 영변 핵시설 폐기 등 일정 수준의 ‘핵 동결’에 먼저 합의하는 ‘잠정적 합의’를 시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지난 16일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국장 명의로 발표한 담화에서 원하는 상응조치는 크게 제재 완화와 안전보장으로 나뉜다. 북한은 하노이 회담 이후 한동안 제재 해제 요구를 멈추고 안전보장 문제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당장 북·미가 비핵화 범위와 제재 해제에서 쟁점을 좁히기 어려운 만큼 종전선언 등 안전보장 문제가 1차적으로는 더 다뤄질 가능성도 높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통일안보센터장은 “미국으로선 핵동결 약속 없이 제재 완화를 해줄 수 없기 때문에 연합훈련 중단 등을 통한 안전보장 방안이 상응조치로 집중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완전한 비핵화’가 빠진 ‘스몰딜’에 대해서도 우려가 여전하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전체적인 비핵화 로드맵 없이 ‘영변+α’에만 집중해 협상 타결을 이룰 경우 ‘스몰딜’로 회귀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예상했다.

세계일보

◆“뉴욕채널 가동”… 한·미 정상회담 후 北 나설 듯

협상이 임박했다는 징후는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특히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를 배경으로 하는 ‘뉴욕 채널’을 통해 비핵화 협상을 위한 사전 물밑작업을 하고 있다는 증언과 관측이 미국 전문가들 사이에 나왔다.

조지프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는 17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미가 그동안 교착상태에 빠진 실무협상을 재개하기 위해 ‘뉴욕 채널’을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도 “미 국무부가 현재 뉴욕 채널을 통해 북한과의 비핵화 실무협상을 준비하기 위한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며 “북·미 간 뉴욕 채널이 유용하다는 것이 다시 한 번 증명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현재 발표할 만남은 없다”면서도 “북한의 9월 말 협상 재개를 위한 약속을 환영한다. 합의된 시간과 장소에서 이러한 논의를 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북한은 한·미 정상회담 등을 지켜본 뒤 본격적으로 행동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내주 유엔총회에 앞서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20일부터 워싱턴에서 비건 대표와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갖는다.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금강산관광 등을 비핵화의 상응조치로 다시 제시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홍주형 기자,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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