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9 (일)

‘유엔 청년 기후회의’ 참석 김유진양·정주원씨 “우린 텀블러·에코백 쓰지만, 정부는 뭐했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국 대표로 참석…한국의 기후정책에 비판적 견해 밝힐 것

기후변화의 ‘과학적 현상’보다는 ‘사회적 의미’를 가르쳐야

경향신문

오는 21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청년 기후 정상회의’에 한국 청년대표로 참석하는 김유진양(왼쪽)과 정주원씨가 지난 17일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유진양(17)은 ‘미세먼지’라는 단어를 초등학교 6학년 때 이사 간 중국 상하이에서 처음 들었다. 학교가 휴교할 정도로 미세먼지가 많았지만, ‘여기 평생 살 것도 아닌데’라고 생각하며 버텼다. 하지만 5년 만에 돌아온 한국에서도 이미 미세먼지는 ‘재난’으로 불리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돼 있었다.

정주원씨(25)는 대학 신입생 때 밀양 송전탑 투쟁 현장을 찾은 적이 있다. 송전탑 반대 운동을 하던 70대 할아버지는 그에게 “사실 난 나이가 많아서 보상금만 받아도 그만이지만, 이걸 합의해주면 너희 세대가 감당해야 할 문제가 되겠더라. 그래서 싸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할아버지의 말이 인상 깊이 남았던 정씨는 지난해 폭염을 겪으면서 기후변화가 ‘진짜 내 문제’라고 느끼게 됐다. 한 후배가 그에게 “죽을 정도로 덥지는 않잖아요”라고 말하는 순간, 폭염으로 사람이 죽었다는 뉴스 속보가 떴다.

고등학교 2학년인 김양은 ‘청소년 기후행동’에서 기후위기를 알리고 정부 대응을 촉구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정씨는 ‘지속가능청년네트워크’ 공동대표를 맡아 청소년 기후행동 활동을 돕는다. 이 두 사람은 오는 21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청년 기후 정상회의’에 한국 청년 대표로 참석한다. 유엔이 ‘기후’로 주제를 한정해 청년 정상회의를 소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7일 경향신문사에서 만난 두 사람은 ‘한국 청년 대표’이긴 하지만 한국 정부의 기후위기 관련 대책에 매우 비판적이었다. 김양은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세계 12위이자 온실가스 배출 7위 국가이면서도 파리기후협약에서 개발도상국의 위치를 고수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진짜 개도국’들은 해수면 상승, 이상기온 등 한국이 무분별하게 경제성장한 대가로 피해를 입고 있는 나라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가해자 국가’에서 살고 있다는 게 부끄럽다”고도 했다.

오는 21일부터 1박2일간 열리는 청년 기후 정상회의의 스케줄은 30분 단위로 빽빽하게 짜여 있다. 두 사람은 수많은 일정 중에서도 첫날 ‘한국에서 기후위기를 말한다는 것’이란 주제로 열리는 워크숍 패널토론에서 다른 나라 참석자들과 토론하는 시간을 가장 고대하고 있다. 정씨는 “한국 정부가 내놓은 기후위기 대응책이 얼마나 보잘것없는 것인지 이야기하면서 서로 힘든 점을 공유하고 연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양도 “유엔 정상회의에서 대한민국 정부대표단이 하는 이야기만 들으면 한국이 정말 잘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이번 기회에 청년 활동가들이 한국 기후대응의 부족한 점을 알려 국제사회의 ‘압박’을 이끌어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정부나 기업이 기후변화와 관련해 더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씨는 “종이컵 대신 텀블러 쓰고, 에코백 들고 다니라는 등 ‘개인적 실천’을 강조하지만, 우리한테 그렇게 말할 수 있으려면 정부나 기업은 그보다 더 많을 것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온실가스 감축계획,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같은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개인적 실천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김양도 “집집마다 전기코드 뽑으면 뭐 하나. 그 전기를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만드는데…”라고 덧붙였다. 청소년 기후행동은 ‘3대 정책과제’로 2020년까지 현재 건설 중인 석탄화력발전소 백지화,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전환, 2050년까지 ‘넷제로’(탄소배출 제로) 달성을 내걸고 있다.

이들은 시민들의 관심도 촉구했다. 김양은 “우리는 기후변화를 ‘과학적 현상’으로 배울 뿐, 사회적으로 그게 어떤 의미이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선 배우지 않는다. 일종의 불감증이 생긴 것 같다”며 “지금 이 순간 어디에 살고 있든 간에 지금 고통받느냐 나중에 고통받느냐의 문제일 뿐 기후변화는 모든 이들의 문제”라고 말했다. 정씨는 “단순히 텀블러를 쓰는 것에 그치지 말고, 내가 이걸 쓰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이런 실천의 한계점이 무엇인지 등을 스스로 생각하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최신 뉴스두고 두고 읽는 뉴스인기 무료만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