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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세계적 안무가 매튜 본 “근육질 백조 내세워 사람들 기억 속 원작 ‘백조의 호수’ 지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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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만에 한국 공연 앞둔 매튜

경향신문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에서 ‘백조’는 왕자가 갖길 원했지만 가질 수 없었던 힘과 카리스마를 지닌 존재로 그려진다. ⓒJohan Persson·LG아트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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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초연 ‘환호·야유’ 받아

공연계 경악 속 24년간 인기

새 멤버 투입…내달 내한공연

“새로움·친숙 균형 찾아 시도

관객에 불편 주고 싶지 않아”


근육질의 백조들이 관능적인 몸짓으로 무대를 가득 채운다. 상체를 드러낸 채 깃털바지를 입은 남성 무용수들이 선보이는 작품은 <백조의 호수>. 고전 발레의 대명사, 하지만 원작과는 완전히 다르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안무가로 꼽히는 매튜 본의 댄스뮤지컬 <백조의 호수>가 9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는다. 섬세하고 가녀린 여성 백조 대신 역동적인 남성 백조를 등장시키며 공연계를 말 그대로 발칵 뒤집은 작품이다.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는 동화 같은 원작 스토리를 폐기하고, 현대로 이야기를 끌어온다. 마법에 걸려 백조로 변한 공주 대신에 현대 영국 왕실을 배경으로, 유약한 왕자와 카리스마를 지닌 백조가 등장한다.

한국에서도 2003년 첫 공연 이후 8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한동안 투어공연을 하지 않던 <백조의 호수>는 지난해 무대와 조명, 의상을 업그레이드하고 새로운 출연진으로 세계 투어를 다시 시작했다. 이번 내한공연은 다음달 9일부터 20일까지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열린다. 공연에 앞서 안무가 매튜 본과 e메일 인터뷰를 했다.

- 이전과 전혀 달랐던 <백조의 호수>는 어떻게 탄생했나.

“이미 ‘백조의 호수’는 너무 많았기 때문에 다른 어떠한 작품과도 비슷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클래식 무용단이 아니라 현대무용단이기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해야 했다. 핵심 아이디어는 ‘남성 백조’ 그리고 ‘영국 왕실의 스캔들’이었다. 작품을 만들 당시 다이애나 왕세자비와 세라 퍼거슨, 마거릿 공주에 대한 뉴스가 가득했다. 그래서 자기 자신이었던 적이 없고, 원하는 사람이 되지 못한 ‘왕자’를 내세운 것은 매우 시사적인 주제였다. 첫 공연 때도 왕실 스캔들 부분이 화제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 실제로는 모든 관심이 남성 백조에 쏠렸다. 남성 백조들은 사람들 기억 속에 존재하는 ‘백조의 호수’ 이미지를 지워버렸다.”

1995년 11월 영국 새들러스 웰스 극장에서 열린 첫 공연은 엄청난 화제를 불러 모았다. 근육질의 왕자와 백조가 함께 춤을 추자 일부 관객들은 야유를 보내며 극장을 나갔다. 하지만 끝까지 남은 관객들은 열광적인 환호와 기립박수를 보냈고, 그렇게 전설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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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가 매튜 본. LG아트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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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연 당시 관객들 반응은.

“첫 공연이 끝났을 때 극장 안은 엄청난 에너지로 가득 찼다. 관객들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발을 구르며 박수를 쳤다. 세계 곳곳에서 처음 공연을 할 때면 종종 ‘중간 퇴장’하는 관객들이 있다. 보통 남성 관객들이 백조와 왕자가 함께 춤추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전혀 보지 못했던 모습이니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작품이 알려질수록 관객들 태도가 바뀌어서 이제는 그런 일이 없다.”

- <백조의 호수> 안무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처음부터 애덤 쿠퍼(초연 때 백조를 맡았다. 영화 <빌리 엘리어트> 마지막 장면에도 등장)와 함께 작업했다. 첫 번째 화보 촬영 때부터 안무를 하기 시작했다. 스튜디오에서 만들었던 여러 가지 움직임들은 나중에 작품에도 사용됐다. 리허설 전까지 몇 주간 워크숍을 하면서 백조의 움직임을 만들었는데, 방법은 백조들의 비디오를 보는 것이었다. 백조들은 언제나 우아하게 움직이는 생명체가 아니었다. 백조들 움직임을 아름답게 표현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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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의 호수>에서 왕자는 자신의 무능함과 왕실의 답답한 삶에 염증을 느끼다가 호숫가에서 강인한 백조를 만나 자신감을 얻는다. 사진은 2018년 영국 로열시어터 플리머스에서 열린 공연 장면. ⓒJohan Persson·LG아트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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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선 어머니인 여왕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왕자가 여자친구마저 자신을 기만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절망에 빠졌다가, 왕자가 꿈에서 그리던 존재인 백조를 만나며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웅장하고 다채로운 차이콥스키 음악에 신비로운 호수와 화려한 왕실 무도회, 런던 뒷골목의 바 등 왕자의 환상과 현실을 오간다.

- <백조의 호수> 외에도 고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로 호평받고 있다. 독창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비결이 무엇인가.

“새로움과 친숙함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재해석한 작품들은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들이다. 대담한 시도를 하지만, 관객들에게 충격이나 불편을 주고 싶지는 않다. 원작에 이미 익숙한 사람들과 원작을 한 번도 보거나 듣지 못한 사람 모두를 즐겁게 하고 싶다. 나의 일은 관객들을 기쁘게 하고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하지만 ‘어디까지 갈지’에 대해선 오로지 나 자신의 판단만을 따른다.”

- 자신의 작품세계를 설명한다면 무엇인가.

“관객들을 위한 명료한 스토리텔링에 관심이 많다. 프로그램북 안에 공연을 보기 전에 이야기를 알 수 있는 시나리오를 넣지 않는다. 내 일은 관객을 놀라게 하는 것이다. 대사 없이, 아름다운 음악과 디자인으로 멋진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내 스타일이다. 여기에 재미, 위트, 유머, 그리고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진정성을 담고 싶다.”

- 9년 만에 다시 한국 관객을 만나는 소감은.

“언제나 따뜻하게 맞아주는 한국 관객들을 다시 만나게 돼 기쁘다. 새로운 버전의 <백조의 호수>, 새로운 세대 무용수들을 소개하게 돼 매우 기대된다. 이미 작품을 본 관객들은 새로운 변화를 즐겼으면 좋겠다. 어느 때보다 더 멋진 관객들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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