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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유기농 고추로 소득 3배…‘농촌 부활’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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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시 선장면 ‘일대마을’

경향신문

17일 오후 충남 아산시 선장면 죽산리 일대마을의 유기농 고추재배 비닐하우스 안에서 오일섭 제이에스 대표가 고추를 수확하고 있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이곳의 비닐하우스는 병해충 차단을 위해 환풍시설과 방충망 등을 설치하고 외부인의 출입을 차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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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한 농촌마을을 고소득 작물 생산 터전으로 바꾼 곳이 있다. 충남 아산시 선장면 죽산리 일대마을이다. 주민들은 마을기업을 세워 화학비료와 농약 등을 일절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 고추를 생산·가공·판매하면서 마을을 활기찬 곳으로 만들었다.

주민들 참여 ‘마을기업’ 세워

농약 안 쓰고 생산·가공·판매

입소문 타고 귀농·귀촌 늘어

소멸 위기의 마을 활기 가득

매년 2000명 벤치마킹 방문

할머니들 “벌이가 쏠쏠해요”


지난 17일 오후 찾은 일대마을 마을기업 제이에스(JS·죽산리의 영어 약자) 고춧가루 가공시설. 문을 열자 시끄러운 기계음 사이로 할머니들의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70~80대 주민 3명이 가루로 만들 고추를 선별하고 있었고, 한쪽에서는 기계가 빻은 고춧가루를 용기에 담아 밀봉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재영씨(71)는 “농사짓기 힘든 나이의 할머니들이 가족처럼 모여 일하고 있다”며 “손주들 용돈 넉넉히 줄 수 있을 정도의 벌이는 된다”고 말했다.

일대마을은 2000년 이전에는 60가구가 거주했지만 젊은이들이 떠나면서 2012년 38가구로 줄었다. 당시 주민의 평균연령은 75세 정도였다. 도시에서 직장을 다니다 퇴직한 후 고향인 일대마을로 돌아온 오일섭 제이에스 대표(62)는 당시 이장 등 2명과 함께 소멸 위기에 놓인 마을의 부활을 고민했다. 오 대표는 “주민 모두가 참여할 수 있고 고소득을 낼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면 주민도 늘지 않겠냐”며 유기농 고추 농사를 추진했다.

이들은 2012년부터 전국 유기농 고추 재배농가를 다니며 유기농법을 배웠고, 2013년 마을기업을 만들어 유기농 고추를 생산했다. 오 대표는 “몇년의 실패 끝에 방충망과 자동 환기시설을 갖춘 비닐하우스를 이용한 최적의 유기농 재배법을 터득했고 소득이 발생하자 2013년 35가구가 조합원으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유기농 고추로 입소문을 탄 이 마을에 귀농·귀촌이 잇따르면서 현재 49가구가 거주한다.

이 마을에서는 160여개의 비닐하우스(5만3000㎡)에서 연간 7t가량 건고추를 생산한다. 오 대표는 올해 매출액 목표를 5억원으로 잡고 있다. 노지에서 고추를 재배하던 시절 농가당 연평균 소득은 약 500만원이었지만 비닐하우스에서 유기농으로 재배한 뒤 1500만원 정도로 올랐다는 게 오 대표의 설명이다. 유기농 고춧가루는 2배 이상 비싼 가격에 판매된다. 이 마을에는 유기농 고추 재배를 벤치마킹하거나 고추장 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매년 2000명 이상이 방문하고 있다.

오 대표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지낼 수 있는 마을요양원을 지을 계획”이라며 “유기농 고춧가루 사업 등으로 귀농·귀촌을 유도해 젊은 일대마을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글·사진 권순재 기자 sjkw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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