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5 (일)

[박소현의 내 인생의 책]③장소의 힘 - 들로레스 헤이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나를 도시설계로 이끌다

경향신문

지역 역사보존에 관심이 있던 나는 미술사학이나 건축사학 분야에서 심화연구를 더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막연히 갈등하고 있었다. 그러다 도시설계 분야에서 이 공부를 하는 것이 나에게는 더 적절하겠다고 마음을 먹는데 결정적으로 도움을 준 책 중에 <장소의 힘>이 있다.

저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다양한 인구집단이 일상의 도시장소를 어떻게 경험해 왔는지 그 공간 점유의 사회사를 10여년간의 현장연구로 세세히 탐색하고 지역공동체와 함께 공공의 기억 장소로 기념하며 활성화했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펼쳐주었다. 도시보존과 공동체재생의 이론 및 실무에 있어 기존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방법론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현장연구 당시에는 검증되지 않아 무모한 실험으로 여겨졌지만, 이제 이 사례는 여러 지역에서 보편화된 도시보존운동의 모델이 되었다.

한편 나에게 이 책의 추가 쓰임새는 미주로 나열된 참고문헌의 방대함에도 있었다.

지리학, 인류학, 사회학, 역사학에서 고민했던 장소 해석의 당대 현실에 대해 무지했던 나의 눈을 뜨게 해주어 고마웠다. 장소 가치를 논의하는 거의 모든 학문 분야의 지식 생산물을 어떻게 이리 잘 소화해내며, 동시에 이를 도시공간 디자인 행위로 어떻게 이리 잘 연결할 수 있는지 매우 놀랐었다. 간혹 열의에 찬 학생이 장소성 실체 규명을 주제로 학위논문을 쓰고 싶어 하면, 이보다 더 자세하고 새롭게 다학제간으로 요리할 자신이 있으면 도전해 보자며 간곡히 만류할 때 또한 나는 이 책을 활용하고 있다.

박소현 건축도시공간연구소 소장

최신 뉴스두고 두고 읽는 뉴스인기 무료만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