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사보아에서 자라는 포도© 정경화 통신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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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르노블=뉴스1) 정경화 통신원 = 프랑스인들이 겨울에 많이 마시는 와인은 어느 지역의 와인일까. 바로 스위스에 인접한 프랑스 알프스 마을 사보아에서 생산되는 와인이다. 이 지방 대표적인 치즈 음식인 퐁듀와 딱 어울리는 사보아 와인은 주로 화이트 와인으로, 개성적인 맛을 자랑한다. 광활한 목초지에서 맛좋은 A.O.P (정부의 원산지 보호 인증) 치즈를 만들어주는 젖소들이 평화롭게 풀을 뜯는 장면 아래, 알프스 산과 호수 사이의 동네에는 사보아 지방의 포도밭이 펼쳐져 있다.
한국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알프스의 절벽 아래에서 자란 포도로 만든 사보아 지방 와인은 프랑스인들에게 꽤 오래전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사보아 지방의 프랑스인(켈트족의 한 분파였던 갈리아인)들은 알프스 기후 조건에 잘 견뎌낼 수 있는 포도나무 품종을 개발해, 기원전 1세기부터 알프스 산 아래에서 포도밭 경작을 시작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와인은 고대 로마인들에도 유명했다.
이곳에는 18세기부터 새롭게 조성된 포도밭도 있는데, 이 포도 경작지가 만들어진 배경에는 역사적으로 슬픈 참사가 있었다. 1248년 11월24일 밤 고도 1993미터(m)인 석회암 그라니에 산이 붕괴되면서 주민들 1000명이 살고 있던 열다섯 개의 마을들이 매몰되었다. 그 후 주변 마을의 포도 재배자들은 몇 세기가 지난 후 버려졌던 이 땅 위, 붕괴 당시 떨어진 바위와 돌 틈에 포도나무를 심기 시작했던 것.
알프스의 추위도 잘 견뎌내는 사보아 지방의 포도지만 무더위로 인해 수확 시기가 몇 년 전부터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올해 포도 수확은 작년보다 일주일 빠른 8월 말에 시작됐다. 사보아 지방의 포도 수확은 품이 많이 든다. 산 밑에 있어 트랙터가 올라가지 못해 포도밭의 3분이 2는 사람들이 직접 수확해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농민들이 전지가위로 포도송이를 통째로 따서 포도 압착기까지 그대로 넣을 수 있어 기계로 수확할 때보다 와인 맛이 더 좋다.
수확철이면 사보아 지방의 포도 농장주들은 프랑스 고용청을 통해 약 2000명의 계절노동자를 구한다. 포도 수확은 오전엔 춥고, 낮에는 강한 햇빛에 땀을 흘리며 포도송이를 따고 날라야 하는 힘든 작업이다. 계절 노동자들은 단 며칠부터 최대 한 달 정도까지 일을 하며, 숙식과 함께 최저임금인 시간당 10.03유로(약 1만3200원)를 받는다. 계절노동자들은 주로 대학생들, 퇴직자들, 또는 그저 농가의 잔치 분위기가 좋아서 휴가를 내고 오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힘든 일과 후 포도밭 가운데 있는 농가에서 같이 먹고 마시는 동안 농촌의 가을 분위기는 점점 무르익어 간다.
올해 사보아 지방의 수확량은 많지 않다. 지난 6월15일 오후 4시께 우박을 동반한 폭우가 쏟아져 내렸다. 기후변화 영향이었다. 15분 동안 탁구공 만한 우박들은 포도재배자들이 8개월 동안 가꾼 포도나무들을 전멸시켜 버렸다. 포도나무들은 한창 개화하고 있었지만, 우박이 뒤덮은 포도밭에는 이파리와 잔가지도 떨어져 포도나무 둥치들만 앙상하게 남아있어 다시 겨울이 찾아온 것만 같았다.
특히 사보아 지방의 유명한 와인 마을 중 하나인 아프르몽 마을은 포도밭의 70~95%가 파괴됐다. 포도나무들의 손상이 심해 2020년 수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어 농민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프랑스 사보아 지역 포도밭 © 정경화 통신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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