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9 (일)

김훈 “여론조사 결과가 정의란 생각은 무지몽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소설가 김훈, 모교 고려대에서 ‘디지털 시대, 연필로 쓰기’ 주제 강연

“여론조사 결과가 정의고 진리라고 생각하는 건 무지몽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소설가 김훈(71)씨가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여론조사 결과로 정의와 진실을 정하는 건 무지몽매한 세상으로 가는 시작”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19일 오후 서울시 성북구 고려대학교 중앙광장 지하 1층 시시엘(CCL)에서 열린 ‘작가를 만나다’ 행사에서 고려대 학생 등 50명이 참석한 가운데 ‘디지털 시대, 연필로 쓰기’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이 자리에서 김씨는 “우리 시대에 가장 썩어빠진 것이 언어라고 생각한다”며 “말이 타락의 끝까지 갔다. 말을 할 때 의견을 사실처럼 말하고 사실을 의견처럼 말하니까 언어는 인간 소통에 기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견을 사실처럼 말하는 까닭은 그 인간의 생각이 당파성에 매몰되어 있기 때문”이라며 “그런 사람들이 자기가 가지고 있는 당파성을 정의라고 말하고 진리라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우리 시대 최고의 권력은 여론조사 결과”라며 “그 결과가 정의의고 진리가 되어 버렸다. 이는 무지몽매한 세상으로 가는 시작”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론조사 결과로 정의와 진실을 정한다”며 “여론조사 결과는 의견과 다른 것인데 그런 것이 정의의 탈을 쓰고 있는 것이 우리 시대의 가장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는 한국어의 조사에 대해 이야기하며 자신이 쓴 장편소설 <칼의 노래> 첫 문장인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를 언급하기도 했다. 김씨는 “처음에는 ‘꽃은 피었다’로 썼다”며 “‘꽃은’과 ‘꽃이’는 하늘과 땅 차이”라고 말했다. 그는 “‘꽃은’은 주관적 정서가 ‘은’에 들어가고 ‘꽃이’ 피었다는 건 객관적 묘사”라며 “나는 무자비한 객관성을 가진 문장을 쓰고 싶어 ‘꽃이 피었다’라고 썼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자신의 글이 가지는 힘은 ‘검증할 수 없는 단어를 버리는 것’에서 온다고 말했다. 그는 “글을 쓸 때 내가 검증할 수 없고, 내 생애로 확인할 수 없는 단어를 절대 쓰면 안되겠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며 “글을 많이 썼지만 ‘사랑’, ‘희망’, ‘꿈’, ‘미래’와 같은 단어를 한 번도 써본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씨의 강연은 고려대 도서관 누리집을 통해 지난 9일부터 사전 참석 신청을 받았는데, 하루도 지나지 않아 정원 30명이 다 채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강연 당일 시시엘 입구에서 추가 신청을 받아 이날 강연에는 모두 50명이 참석했다.

글·사진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동영상 뉴스 ‘영상+’]
[▶한겨레 정기구독] [▶[생방송] 한겨레 라이브]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