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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여행] 타임머신타고 '방방곡곡' …"이런 한국은 처음일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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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전용 K트래블버스

세계문화유산 안동 하회마을부터

수묵화 옮긴듯 비경 일품인 만휴정

1000년 도읍 경주서 돌담길 걷기

요금 한번에 숙식, 관광안내 원스톱

이데일리

부용대에 올라 바라본 경북 안동 하회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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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경주= 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기대와 두려움이 교차한다. 특히 언어와 문화가 다른 외국에서는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보다는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기 마련이다. 그들의 언어와 문화는 물론 교통과 음식, 숙박, 자연 등 온통 낯선 것들 투성이다. 우리나라를 찾는 많은 외국인 관광객 대부분이 서울이나 제주도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에 서울을 중심으로 일부 지자체가 힘을 모아 ‘K트래블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과 지방을 잇는 외국인 관광객 버스 자유여행 상품이다. 외국인 관광객은 상품만 선택해 요금을 지불하면 교통, 숙박, 식사, 관광안내까지 원스톱으로 지원받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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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하회마을 종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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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년간 물 위에 떠 있는 마을 ‘하회마을’

서울 종로구 인사동 하나투어 본사 앞. 함께 탄 안내자가 간단한 인원 확인 후 버스는 출발한다. 첫 번째 목적지는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인 경북 안동의 하회마을이다. 우리나라 전통가옥인 한옥과 유교바탕의 가족 문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곳이다. 이 마을은 600년 전통의 풍산류씨 집성촌으로, 낙동강이 마을을 ‘S’자형으로 감싸며 흐르고 있다. 마을 이름이 ‘하회’(河回)가 된 이유다. 풍수지리학적으로는 최고의 길지로 꼽히는 ‘연화부수형’이다. 물 위에 떠 있는 연꽃과 닮았다는 뜻이다. 마을을 중심으로 산과 강이 있어 조선시대부터 사람이 살기 좋은 곳으로 이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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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하회마을 삼신당 신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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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회마을장터(매표소)에서 1.2km 떨어진 곳에 하회마을이 있다. 이 둘을 잇는 셔틀버스가 다닌다. 마을로 들어서면 시간 여행은 시작이다. 하회고택을 비롯해 제법 많은 고택이 공사 중이지만, 마을 흙담길을 따라 켜켜이 쌓인 시간은 그대로 머물고 있다. 지도를 들고 구석구석 살펴보는 것도 좋지만 느리고 편안하게 흙담길을 걸어보는 것도 하회마을을 여행하는 괜찮은 방법이다. 하회마을이 품은 보물 양진당(보물 제306호)과 충효당(보물 제414호)은 빼놓지 말아야 할 곳이다. 양진당은 입암 류중영과 그의 맏아들 류운용이 살던 집이고 충효당은 서애 류성룡의 종택이다. 하회마을을 제대로 둘러보려면 짧게는 2시간부터 길게는 반나절까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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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미스터 션사인’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찾는 사람이 많아진 만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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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암폭포 암반 위에 지어진 만휴정이 나무 사이로 어렴풋이 보인다.


◇청빈의 삶을 담다 ‘만휴정’

다음 목적지는 수묵화에서나 만나볼 수 있는 그윽한 비경이 펼쳐지는 ‘만휴정’이다. 드라마 ‘미스터 션사인’의 배경으로 최근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곳이다. 안동에서 영천으로 이어지는 35번 국도를 따라가면 만날 수 있다. 계명산 반대편 자락의 작고 허름한 마을의 허리에서 길안천에 합류하는 물길을 따라 10분 정도 오르면 송암폭포다. 폭포를 건너다보는 자리에 서면 정작 폭포보다는 폭포 위 암반에 들어서 있는 정자 만휴정의 자태에 마음을 빼앗긴다. 자연을 다치게 하거나 거스르지 않고, 딱 맞는 퍼즐처럼 아늑한 자리에 정자가 놓여있어서다. 폭포 너머로 담쟁이가 휘감고 올라간 초록의 돌담 너머로 정자는 추녀 끝이 날렵한 팔작지붕을 이고 있다.

정자 앞에 다가서면 너럭바위를 타고 비단처럼 흘러내려 온 곡간수가 담겨 흐르고 있다. 그 물길 위에는 통나무 네 개를 포개서 만든 제법 긴 다리가 있다. 다리를 건너면 정자의 쪽문이다. 다른 곳의 정자들은 대개 ‘문화재’라는 이유로 문을 꼭꼭 닫고 있지만, 만휴정의 문과 대청마루는 다른 안동의 정자들처럼 늘 열려 있다. 인적 드문 계곡의 만휴정은 그렇게 누구든 잠깐이나마 정자를 통째로 소유한 주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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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미스터 션사인’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찾는 사람이 많아진 만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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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만휴정의 원래 주인은 조선 전기 성균관 대사성을 지낸 보백당 김계행이다. 그는 마흔아홉의 늦은 나이에 대과에 급제해 쉰이 넘어서야 벼슬길에 올랐다. 예순일곱까지 관직에 있었지만, 연산군의 폭정으로 말년에는 ‘벼슬을 그만두겠다’는 사직소를 올리느라 바빴다. 그러다가 무오사화 이후 일흔한 살이 돼서야 고향 땅인 풍산으로 돌아와 만휴정을 짓고 여든일곱의 나이로 임종할 때까지 그곳에 머물렀다. 정자의 현판을 애초에 ‘쌍청헌’이라 했던 것을 ‘저물 만(晩)’에 ‘쉴 휴(休)’를 써넣어 ‘만휴정’으로 갈아 매단 것도 그래서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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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과 백일홍이 만발한 서출지와 이요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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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년의 도읍, 경주의 달밤을 걷다

만휴정을 나와 경주 서출지와 이요당으로 향한다. 남산이 보이는 곳에 자리잡은 서출지는 불굴사나 첨성대 등에 비해 덜 알려졌지만 재미있는 설화와 연꽃 가득 피어난 호수 등 고즈넉한 풍광이 눈길을 사로잡는 곳이다.

마지막 목적지는 교촌 한옥마을이다. 돌담을 따라 멋스러운 한옥이 이어지는 마을로, 경주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교촌’이라는 이름은 ‘향교가 있는 마을’을 뜻한다. 마을 가장 안쪽에 들어선 향교는 국학이 세워진 682년부터 오늘날까지 1300여년간 나라의 인재를 길러온 교육의 산실이다. 대성전(보물 1727호)을 비롯해 명륜당과 강학 공간이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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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경이 아름다운 경주 교촌마을 월정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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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교 바로 옆은 경주 교동 최씨 고택(중요민속문화재 27호)이다. 만석꾼으로 이름난 경주 최씨의 종가다. 1700년경에 지어져 300여년의 세월을 간직한 곳이다. 조선 갑부의 집이라는 명성에 비해 나지막한 솟을대문이 검소한 가풍을 전해준다. 대문 안으로 들어서면 단아한 사랑채가 반긴다. 곳간은 이 집에서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장소다. 웬만한 집 한 채보다 큰 건물 앞에 서면 이곳이 곳간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12대를 이어온 최부잣집의 창고는 쌀 800석을 보관할 수 있는 현존하는 가장 크고 오래된 목조 곳간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곳간은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가훈을 실행한 공간이다. 보릿고개 때나 흉년이면 쌀 100석을 가난한 이웃에게 나눠준 조선판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의 현장인 셈이다..

해가 지고 어스름이 깔리면 교촌 한옥마을은 더 밝게 빛난다. 교촌 한옥마을의 야경의 백미는 월정교다. 원래 신라 왕궁인 월성과 경주 남서쪽을 연결하는 다리로, 고증을 거쳐 최근에 서야 복원했다. 화려한 조명을 받아 남천의 물결 위에 반사된 월정교의 단청과 기둥은 야행에서만 맛볼 수 있다. 월정교 양쪽 문루 위에 내걸린 현판도 볼거리다. 교촌 한옥마을의 북쪽 편 문루 현판은 신라 대학자인 최치원의 글씨를 집자(필요한 글자를 찾아 모음)해서 만든 것이고, 남쪽 현판은 신라시대 명필인 김생의 글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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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경이 아름다운 경주 교촌마을 월정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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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메모

2017년 운행을 시작한 K트래블버스는 전용버스와 숙소, 가이드, 문화체험 프로그램으로 구성한 외국인 전용 여행 상품이다. 서울과 지방도시 한 곳을 방문하는 1박 2일 상품은 7개다. 전국 순환코스는 동·서부권 3박 4일, 전국 순환 6박 7일 프로그램 등 3개다. 동부권 3박 4일 프로그램은 서울∼대구∼경북∼강원∼서울 코스이며 서부권 3박 4일은 서울∼충북∼공주∼전남∼창원∼서울 코스다. 6박 7일 프로그램은 동·서부권 프로그램을 합친 전국 일주 코스다. 각 프로그램은 강원 컬링체험, 충북 한지공예 체험, 공주의 백제 왕실복 체험 등 방문하는 지역의 문화체험도 포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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