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 행정지원에 전력…효성, 2028년까지 1조원 규모 투자
탄소소재 수요 확산·연관산업 육성·탄소산업법 제정 등 절실
효성 전주공장 내 탄소섬유 생산 장면 |
(전주=연합뉴스) 최영수 기자 = 일본의 수출규제로 국내 소재·부품산업이 어려움에 맞닥뜨렸지만, 전북의 탄소산업은 오히려 도약의 기회를 잡았다.
전북도가 효성과 함께 세계 세 번째로 중탄성 탄소섬유를 개발하고도 판매 부진으로 난관을 겪어야 했으나 최근 소재·부품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비상(飛上)'할 동력을 얻은 것이다.
지난 7월 4일 시작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맞서 효성은 지난달 1조원 투자를 약속하기도 했다.
◇ 전북도, 탄소산업 발전에 전력투구
전북은 2006년 탄소산업을 시작했다. 사실 국내에선 생소한 분야였다. 실제 섬유업체들이 탄소섬유 개발에 실패했던 탓에 국내 탄소산업은 태동조차 못 할 즈음이었다.
당시 송하진 전주시장(현 전북도지사)은 2006년 7월 탄소산업을 미래산업으로 선정하고 효성과 함께 전주탄소융합기술원을 세우면서 탄소산업 분야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 이듬해 탄소섬유 생산설비를 구축하고 2008년부터 고기능·고성능 복합섬유 개발에 착수했다.
전주시는 2010년 탄소산업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한국탄소융합기술원 국제탄소연구소도 열었다.
짧은 기간에 성과도 냈다. 탄소산업 착수 3년 만인 2011년 세계 세 번째로 범용성이 큰 T-700급 탄소섬유(탄섬·TANSOME)를 개발했다. 자체 기술력을 확보한 것.
전주시 팔복동 친환경 첨단복합산업단지에는 2013년 연간 2천t을 생산하는 효성 탄소섬유 전주공장이 준공됐다.
이어 송하진 전주시장이 도지사가 되면서 전북도는 2015년 탄소산업 육성조례를 제정해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한편 탄소산업 클러스터 조성과 전주 탄소특화 산업단지 등의 정책을 펼쳤다.
그러나 국내산 탄소섬유는 낮은 인지도와 고가라는 인식 탓에 이미 세계시장을 장악한 일본산에 밀려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해왔으나, 일본 수출규제 조치 이후 상황이 반전됐다.
갖은 어려움을 겪으며 탄소섬유를 생산해온 효성은 지난달 1조원 규모 증설 투자를 약속하고 제2의 도약을 다짐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이 지난 8월 20일 효성 전주공장에서 탄소섬유를 살펴보는 장면 |
◇ 철보다 강한 '미래산업의 쌀' 탄소섬유…전략물자로 우뚝
탄소소재의 하나인 탄소섬유는 철보다 4배 가벼우면서 강도는 10배에 달해 '꿈의 소재, 미래산업의 쌀'로 불린다. 철을 대신할 소재로 주목받는다.
실(絲)안에 탄소가 92% 이상 함유된 탄소섬유는 전도성이 좋고, 부식과 열에 견디는 능력이 뛰어나다.
작년 전국 체육대회에서 탄소섬유 성화봉이 쓰였고, 리우올림픽 양궁대표팀도 탄소소재 활을 썼다.
탄소섬유는 차세대 여객기 동체, 수소차, 풍력발전, 방위산업에도 활용될 전망이다.
효성의 탄소섬유는 일본 기업 제품과 같은 등급의 품질이어서 항공기, 자동차, 에너지, 건축, 레저·스포츠, 의학 등에서 첨단소재로도 활용된다. 미래 친환경 자동차인 수소전기차, 수소연료탱크, 고압용기 제작에도 쓴다.
효성은 앞으로 항공, 우주, 자동차, 비행기 등에 쓰는 고성능 탄소섬유 생산을 늘릴 계획이다.
탄소 활용도를 높이는 융합기술은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해 개발과 상용화가 쉽지 않다.
탄소소재와 탄소섬유 제조 현장은 공개조차 안 될 정도로 철통 보안이 필요하다.
세계적으로도 주요 전략물자인 데다 철저한 기술 보안 대상이어서 극소수 국가만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미래의 산업경쟁력을 주도할 탄소소재와 탄소섬유의 성장 잠재력이 큰 데도 쉽사리 개발에 뛰어들지 못하는 이유다.
현재 세계 탄소섬유 시장은 일본의 3개 기업이 60%를 점유한다. 효성은 3%에 불과하다.
지난 8월 20일 효성의 탄소섬유 투자 협약식 |
◇ 효성, 공장 증설에 1조원…생산량 12배 확대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정부가 핵심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효성은 지난달 20일 전주공장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효성은 2028년까지 1조원을 투입해 탄소섬유 생산라인을 10개로 증설, 생산량을 현재 2천t에서 2028년 2만4천t으로 늘려 세계 3위(점유율 10%)의 탄소섬유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일자리도 2천300개 넘게 생길 것으로 봤다.
전북도와 전주시는 국내에서 탄소섬유 수요의 600% 확대와 시장 점유율 80%를 견인하도록 보조금 지원, 인허가 신속 지원, 인프라 구축 등 행정·재정적 지원을 약정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탄소섬유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강조하면서 방산·로봇·우주산업과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에 쓸 초고강도·초고탄성 탄소섬유 개발 지원을 약속했다.
지난 1일 전북 탄소소재 및 복합산업 육성에 날개를 달아줄 '전주 탄소소재 국가산업단지 지정'이라는 희소식이 추가됐다. 지정된 곳은 전주시 팔복동 일대 65만6천㎡다.
이 주변에는 한국탄소융합기술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전북분원, 전주 친환경첨단복합단지, 완주 테크노밸리가 있어 해당 산업단지가 완성되면 '탄소소재산업 특화클러스터'가 구축될 전망이다.
전북도는 탄소소재 기업들이 유치되면 2천378억원 생산유발과 2천명의 고용효과가 날 것으로 본다.
송하진 도지사는 "탄소산업을 태동시킨 전북에 세계와 맞설 탄소 클러스터를 육성하겠다는 정부 의지가 반영됐다"며 "전북을 세계 수준의 탄소산업 수도로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전주 탄소 국가산단 지형도 |
◇ 정부 지원·기술 혁신 필요…탄소진흥원 설립돼야
당면 과제는 탄소소재의 빠른 국산화와 수요의 확대다.
우선 국내 기업들이 일본 제품에 의존해 온 관행을 깨고 국가 전략산업 육성 차원에서 국산 소재를 사용하도록 정부의 독려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 탄소섬유시장은 2030년까지 390%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풍력에너지, 우주·항공, 압력 용기 분야에서 수요 급증이 예상되는 만큼 기술 혁신과 차별화가 절실하다.
건설·건축, 레저·스포츠 등 연관산업 활성화와 연관 기업 유치도 필요하다.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산업 육성을 위해 국가 차원의 컨트롤타워인 한국탄소산업진흥원 설립과 탄소산업을 지원할 법안 마련도 필수적이다.
송하진 지사는 "전북 탄소산업 강화를 위해 국내외 탄소소재 시장 수요 유발, 탄소 융복합 기술의 혁신적 진화 및 소재 다변화, 탄소산업 종합적 육성체제 확립 등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전북의 탄소 산업을 대한민국을 살릴 새 소재산업과 전략산업으로 성장시키도록 정부, 기업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송하진 지사 지난 8월 21일 탄소산업 육성 계획발표 장면 |
k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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