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9 (토)

한국GM 노조의 자살골…"우리차 사지 마세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라인업 강화 목적인 수입모델 불매운동, 치명적 악수(惡手)

부분파업도 재개…임협 압박이라지만 해사 행위 지적

뉴스1

한국지엠 노동조합 홈페이지 갈무리. ©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올해 임금협상을 놓고 사측과 대립하고 있는 한국지엠(GM) 노동조합이 파업 재개와 동시에 라인업 보강을 위해 미국에서 들여온 쉐보레 브랜드 신차 불매운동까지 선언했다. 사측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지만 '악수'를 뒀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 노조는 전날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파업 재개와 수입차 불매운동 기자회견 등을 골자로 하는 투쟁지침을 발표했다. 한국지엠 노조는 전날 오후 사측과 한 달여 만에 임금협상 단체교섭을 재개했으나 또다시 입장차이만 확인한 뒤 이같이 지침을 결정했다.

노조가 언급한 수입차는 최근 출시한 중형 픽업트럭 '콜로라도'와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트래버스'다. 이들 모델은 한국지엠 국내 공장에서 생산하지 않고, 미국에서 수입해 판매한다. 현대·기아차에 비해 절대 열세인 라인업 보강을 위해 불가피하게 들여온 차량들이다.

노조의 이 같은 몽니에 사측은 크게 실망하고 있다. 당초 회사 예상치를 뛰어넘는 사전계약이 몰리며 초반 판매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데 노조의 불매운동으로 이 같은 분위기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트래버스와 콜로라도는 국내에서 생산하는 차량은 아니지만, 한국지엠의 매출과 수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차량이다. 콜로라도는 현대·기아차에는 없는 픽업 트럭이다. 다양한 모델로 라인업을 강화하면 고객 유입효과가 커지고, 국내 생산 모델까지 판매가 증대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노조의 수입차 불매 운동은 뼈아픈 실책이란 지적이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 공장에서 생산하는 차종을 늘려야 한다는 게 노조의 기본 입장인 것은 이해하지만, 회사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생산 차종을 결정하게 되는 것"이라며 "노조의 불매운동을 본사에서는 심각한 해사(害社) 행위로 인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노조의 불매운동으로 인한 피해는 애꿎은 대리점주 및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 한국지엠 전국 판매 대리점은 2년 새 20%가량 문을 닫았는데, 내수 판매량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이렇다 할 신차도 출시되지 않은 결과다. 국내 철수설마저 불거지며 소비자들의 불안감도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의 신차 불매운동이 본격화하면 한국지엠 및 대리점이 입는 타격도 상당할 것이란 게 업계 분석이다.

뉴스1

쉐보레 콜로라도. (한국지엠 제공) ©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기존 소형 및 중형 SUV 트랙스와 이쿼녹스에 이어 콜로라도와 트래버스 도입으로 SUV 라인업을 확대한 것은 물론, 경차(스파크)부터 세단(말리부, 임팔라), 전기차(볼트EV), 고성능 스포츠카(카마로) 등의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내수 판매 회복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 어긋날 수 있다.

노조가 불매운동을 어떠한 방식으로 전개할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차량 구매를 고려했던 소비자들 역시 노조 입김에 따라 선택권을 침해받을 가능성도 있다.

한국지엠을 둘러싼 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노조는 자사의 수입 모델 불매운동에 나서는 동시에 카허 카젬 사장 및 본사 파견 직원 퇴진 운동도 시작한다.

20일과 24~27일 부분파업도 단행한다. 20일 생산직 조합원은 4시간 부분파업에 돌입한다. 이어 24~27일 4일간은 6시간 부분 파업을 진행한다. 노조 간부들은 23~24일 이틀간 8시간 전면 파업에 철야농성도 한다.

27일 이후에도 파업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근무 중 언제든 파업할 수 있는 '파상파업권'도 노조위원장에게 위임했다.

노조는 기본급 5.65% 정액 인상, 통상임금의 250% 규모 성과급 및 사기진작 격려금 650만원 지급 등의 내용을 담은 임금협상 단체교섭 요구안을 제시했다.

인천 부평2공장의 지속가능한 발전 전망 계획, 부평 엔진공장 중장기 사업계획, 창원공장 엔진생산 등에 대한 확약 등도 사측에 요청하고 있다

사측은 최근 5년간 누적 적자가 4조원 이상에 달하는 등 경영 사정이 악화돼 노조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cho84@news1.kr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