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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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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없다’ 한미, 내주 서울서 방위비 협상 시작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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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정 공백 막으려면 빠듯… 대표에 기재부 출신 정은보 유력
한국일보

강경화(오른쪽) 외교부 장관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올 3월 8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대접견실에서 열린 제10차 한미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 서명식에서 협정서를 교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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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이후 한국의 방위비(주한미군 주둔비) 분담금 규모를 결정할 한미 간 협상이 이번 달 내에 시작될 전망이다. 올해 협정이 1년짜리여서 흥정할 수 있는 기간이 빠듯한데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폭 인상 요구 와중에 협상 개시 시기가 차일피일 미뤄지던 터였다.

외교부 당국자는 20일 기자들과 만나 “제11차 한미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SMA) 협상 제1차 회의가 이달 말에 열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미는 첫 회의를 내주 후반에 서울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놓고 최종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껏 방위비 협상 회의는 통상 양국에서 번갈아 열려왔는데, 10차 SMA 협상 때는 첫 회의가 지난해 3월 하와이에서, 마지막 회의가 같은 해 12월 서울에서 각각 열렸었다.

현재 정부의 협상팀 인선 작업은 막바지다. 협상팀을 이끌 대표로는 기획재정부 출신인 정은보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대표는 외교부 관료가 맡을 공산이 크다. 기재부 출신 인사가 대표를 맡게 된다면 근 30년간의 협상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 당국자는 “현재 대표 임명을 위한 내부 절차가 진행 중이고, 정해지는 대로 발표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시간이 많지 않다. 한미는 올 3월에야 ‘분담금 총액 1조 389억원, 유효 기간 1년’이 주요 내용인 10차 SMA 문서에 서명했고, 비준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4월이었다. 협정 공백을 막으려면 원칙적으로 연말까지 협상을 끝내야 하지만, 벌써 올해 4분의 3이 지난 상태다. 외교 소식통은 “다른 제도 합의는 손대지 않고 과거처럼 한 자릿수 인상률을 전제로 총액 규모만 협상한다 해도 3개월은 빠듯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인상 폭을 둘러싼 양측의 이견이다. 현재 미국은 분담금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글로벌 리뷰’를 통해 분담금 산정 기준을 새로 만들며 △전략 자산(위력적인 첨단 무기) 한반도 전개 △한미 연합 군사연습 △호르무즈 해협 호위 연합체 구성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죄다 청구서에 집어넣어 50억달러(약 6조원)에 육박하는 한미 동맹 유지비를 최근 산출해놓은 상태라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 총회 참석을 계기로 23일 미 뉴욕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관련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발상의 근원은 취임 이전부터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 규모를 크게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온 트럼프 대통령이다. 그는 12일(현지시간) 미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열린 공화당 연방 하원의원 만찬 연설에서도 미국이 부유한 나라들을 방어하고도 대가를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며 가끔은 동맹국이 미국을 더 나쁘게 대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정하고 합리적인 수준의 인상만 수용할 수 있다는 게 한국의 기본 입장이다. 원래 방위비 분담금은 일종의 예외다. 1950년에 한미가 체결한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은 한국이 시설과 부지를 미국에 무상제공 하는 대신 미국은 주한미군 유지에 따르는 모든 경비를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다(5조). 그러나 1991년부터 한국이 먹고살 만해졌다는 이유로 유지비 일부를 한국이 부담한다는 내용의 SMA를 양국이 맺고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 인건비 △미군기지 내 건설비 △군수 지원비 등을 우리가 지원해 오고 있다.

방위비 분담금이 1조원을 상회하게 된 건 올해부터다. 올해 분담금 1조389억원은 지난해(9,602억원)보다 8.2% 인상된 액수다. 올해 협상 대표로 기재부 출신 인사가 검토되는 것도 1조원 이상의 부담을 국가 예산에 주게 됐기 때문이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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