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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문 대통령에 투표한 20대는 조국을 어떻게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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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한겨레21>, 20대 8명과 FGI… 6명 “문 대통령 다소 잘못”

“조국, SNS 글과 달라 실망” “자유한국당 삭발 행렬 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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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논란’으로 들썩거렸던 지난 8월, 기자는 조국 딸이 아닌 그와 같은 나이이지만 전혀 다른 처지의 20대 한 남성을 취재하고 있었다. ‘조국 논란’이 가져온 계급의 문제와 그로 인한 교육 불평등을 조국 딸이 다닌 한영외고가 아닌 수도권 소재 D공고에서 묻고 답하고 싶었다. 8년의 취재에 응한 20명 가운데 시사 이슈에 관심 있는 사람은 1명, 조금 있다고 답한 사람이 4명, 관심 없다는 사람이 15명이었다. 계급의 사다리도 그것이 무엇인지 인식한 사람만 오를 수 있다. 그들도 그들을 취재한 기자도 ‘조국 논란’으로 말을 나눌 수 없었다. 그사이 조국 후보는 장관이 됐다.

조국 논란에 관심조차 거의 없는 20대와 조국 논란에 광장에 나선 20대 그리고 또 많은 20대들은 조국 논란에 다른 세대와 다른 여론 지형을 형성했다. 그들이 결코 하나의 균질한 집단은 아니지만 분명 3년 전 촛불을 이끈 주역 가운데 하나다. 그들 가운데 좀더 적극적으로 정치사회적 이슈에 의견을 표출하는 이들을 모아 얘기를 나눴다. 조국 논란을 지켜본 20대들이 무엇을 보고 느꼈는지.


8월9일 조국 전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뒤로 한 달 열흘이 지났다. 논문 제1저자 의혹으로 출발해 동양대 표창장 의혹으로 이어진 조국 장관 딸 입시 특혜 의혹,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개입했다는 사모펀드 의혹 등은 이제 이례적인 규모와 속도로 진행되는 검찰 수사와 이어질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가까스로 합의한 정기국회 의사 일정에도 9월19일 현재 야당의 국정조사 주장으로 재개된 여야의 정국 대치가 언제 풀릴지 기약하기 어렵다. 조국 장관으로 시작됐지만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로 수렴되는 여론 지형은 국면별로 출렁였고 당분간 롤러코스터는 멈추지 않을 기세다.

지난해 3월 <한겨레21>은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을 뽑은 1053명의 성향을 분석해 보도했다. 당시 20대의 지지 이탈에 주목했다(제1201호 ‘20대는 왜 문을 박찼나’ 등). 당시 문재인 후보 투표층 가운데 가장 많이(빨리) 이탈한 세대도 20대였다(당시 투표자 중 직무평가 부정 18.4%로 부정 의견이 가장 높았다).

20대는 올해 8월 이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조국 논란과 관련해 다시 한번 존재감을 드러냈다. MBC의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코리아리서치가 한 조사(2019년 9월14~15일 1009명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 조국 전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 임명에 대해, ‘잘한 일’이라고 답한 비율이 29%로 30대(54%)나 40대(45.6%)와 큰 차이를 보였다. KBS 여론조사(20대 긍정 의견 30.4%, 2019년 9월10~11일 1천 명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나 SBS의 여론조사(20대 긍정 의견 36.6%, 2019년 9월9~11일 1026명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도 30~40대와 명확히 구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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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명 모두 ‘문 대통령=조국’



<한겨레21>은 다시 한번 20대 표적집단면접조사(FGI·이하 좌담)를 통해 문 대통령 지지 그룹 이탈을 확인하고, 이들의 행로를 가늠해보기로 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제19대 대통령선거에서 문재인 후보를 찍은 20대 8명을 선정했다. 20대 초반부터 후반까지 남녀 각 4명을 안배했다. 이들은 직장인(5명)과 학생(3명)으로 나뉘었다. 지역은 서울의 강북과 강남을 아울렀다. 이어 문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를 기준으로 지지 변화를 짚어 ‘다소 잘못하는 편’이라고 밝힌 6명, ‘매우 잘하고 있다’ 1명, ‘다소 잘하는 편’ 1명이 좌담에 참여했다.

좌담은 9월18일 서울 서초구 글로벌리서치에서 전문가인 이동렬 글로벌리서치 부장의 사회로 열렸다. 참석자는 모두 가명을 썼다. 결론부터 말하면 ‘다소 잘못하는 편’이라고 밝힌 6명은 문 대통령 지지를 유보하긴 했으나 갈 곳을 찾지 못해 무당파로 남았다.

장현수(이하 현수) “저는 문 대통령은 능력은 몰라도 선의만큼은 인정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번(조국 논란)을 계기로 그것도 좀 떨어졌어요. 이전에도 경제가 너무 안 좋아서 지지는 아니었던 것 같지만.”

좌담에 참가한 8명 모두에게 문재인과 조국은 다른 말이 아니었다. “오른팔”(김영진), “분신”(현수), “그쪽 라인”(신정현), “한 세트”(김혜정·조영지), “비선 실세”(이승철)라는 말도 나왔다. 이것만으로도 조국 논란이 문재인 대통령 지지와 ‘동기화’된 현실 일부를 그대로 드러낸 셈이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의 ‘분신’이 된 조국, 그의 이미지는 좌담자들에게 어떻게 남아 있었을까.

“불법과 편법, 환상의 콜라보”



20대의 부정 여론이 가시화하기 시작한 것은 조 장관의 이중적 태도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언론 등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면서다. 이렇게 유포된 이미지는 고착돼갔다. “(조국 하면) SNS가 떠오르는데, 올렸던 말이랑 지금 논란이 된 거랑 달라서 실망”(혜정)이라거나 “계속 공정성을 중요하게 말해온 것에 비해 자기 가족에 관해서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현수)가 대표적 예다. “폴리페서”(교수 출신 정치인)를 앞세워 “법무부 장관을 하려면 서울대 (교수직) 사직을 하고 나서 하는 게 좋을 듯한데”라고 말한 손경식씨도 마찬가지다.

김영진(이하 영진) “무능력요. 민정수석 당시에도 그렇고요. 문재인 대통령선거 준비한 라인이니까 그대로 (장관으로) 갔다고 생각해요. (사법시험을 통과한) 검찰 출신도 아니고 법관을 한 적도 없는 사람이 법무부 장관을 하면서 검찰 개혁을 한다는 게 말이 안 되죠.”

박세영(이하 세영) “검찰 개혁요. 영진님이 검찰 출신이 아니라고 했는데, 사법시험을 안 봤을 뿐이고 검찰 출신이 아니라서 검찰 개혁을 더 잘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조국 논란이 만들어낸 조국이라는 상징은 단순하지 않다. 수만 건이 한 달 안에 집중적으로 쏟아진 정보량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물론 문 대통령을 적극 지지하는 세영씨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검찰 개혁과 조국을 연결하는 것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정반대로 지지 유보로 돌아선 이들(영진·영지)은 조국이 ‘무능력’한 느낌이라거나 검찰 개혁의 적임자가 아니라는 이유를 들었다. 이는 조국에 대한 찬반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찬반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국정개혁 과제 중 하나인 검찰 개혁이 중요하게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특징은 9월9일 단행된 조국 장관 임명의 적절성을 묻는 말에서도 도드라졌다. 문 대통령 적극 지지자(세영)뿐만 아니라 지지를 보류한 이들(영지·정현)이 임명을 “잘한 일”로 꼽았다. 조국 논란으로 무당파로 이탈한 20대 지지자가 다시 돌아올 명분은 좁고 험난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셈이다. 물론 “계속 의혹이 제기되고 그게 공직자로서 절대 하지 말았어야 하는 의혹들”(영진)이라거나 “검찰 수사 중이니 장관이 된 것 자체가 수사 진행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수사가 마무리된 뒤 나중에 임명했어야 한다”(승철)처럼 임명을 보류해야 했다는 의견도 엄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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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법 여부보다 공정성 중시



원래라면 조국 논란은 문 대통령이 조국 장관을 임명하는 순간까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임명식 당일 “본인이 책임져야 할 명백한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는 말로 이 논란이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의혹의 위법 여부다. 문 대통령 지지자들에게도 이는 어렵지 않게 받아들여졌다. 문제는 20대다. 좌담에서 만난 20대들이 드러낸 결이 독특했다. 의혹의 위법 여부보다는 의혹 자체, 그 안의 공정성을 중요시하는 듯했다. 논문 제1저자, 동양대 표창장 등의 ‘의혹’을 둘러싸고 ‘실정법상 위법이냐’ ‘합법 안에 존재하는 편법이냐’는 이들에게 판단의 결정적 근거가 아니었다.

현수 “불법과 편법의 ‘콜라보’가 환상적이다보니 전반적으로 막 섞여 있어서 구분이 잘 안 될 정도예요.”

20대 좌담자들은 자신들의 대학 진학 경험에 비춰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스펙 쌓기는 있었다고 전제했다. 다만 조 장관 딸의 경우 “조국 딸이라”(혜정), “조국 입김이 있어서”(영지), “(조국의) 영향으로”(승철), “지인이 있어서”(영진) 등을 이유로 납득하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때의 기준은 역시 공정성이었다.

신정현(이하 정현) “저는 (친구들이) 과학고에 많이 갔는데, (스펙 쌓기를) 많이 했거든요. (조 장관 딸은) 기본적인 것에 조금 더 가미된 것이죠.”

조 장관의 이중적 태도는 20대들이 그의 딸 문제를 판단하는데도 영향을 미쳤다. 문재인·조국 지지를 유지하는 세영씨조차 “본인이 항상 해왔던 말과 모순적인 행동을 한 것은 분명히 잘못한 것이다. 특히 딸 입시와 관련해 박탈감을 느꼈을 사람들을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고 20대 내에서 여론이 단일한 흐름으로 이어진다고 보기 어렵다. 좌담의 경우 초기 20대를 대표하는 듯했던 서울대, 고려대 등에서 벌어진 조국 후보 장관 임명 반대 집회를 향해 거침없는 비판을 내놓았다.

정현 “웃겼어요. 과잉이에요. 자기들이 청년의 모든 걸 대변한다는 식이던데. (자신들이 반대한다고) 모든 청년이 조국을 반대한다고 하다니.”

표현의 자유가 있으니 가능하다는 원론적 입장(경식·혜정)을 빼면, 대표성이나 진정성 모두 의심을 샀다. 이들에게는 조국 장관 임명을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의견을 모아가는 과정의 투명성과 이를 주도하는 개인(또는 집단)의 자격이었다.

세영 “박탈감이 느껴져서 (집회를) 열었다고 하는데, 조국 딸한테만 선택적 박탈감 아닌가요. 나경원 원내대표 아들한테는 가만히 있고. 조 장관 딸과 같은 나잇대에서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들어간 사람 중에 그렇게 편법 안 쓴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고등학교 때 다들 봤으니까, 거기에 들어간 애들이 어떤 걸 했고, 학교에서 그 애들을 ‘스카이’(SKY) 보내려고 뭘 하는지 다 봤는데, 깨끗한 사람이 몇이나 있어 저렇게 시위를 하나.”

정권에 실망, 야당 지지로 이어지진 않아



그렇다고 균열하는 20대 여론을 대변하는 자리에 자유한국당 등 다른 정치세력이 간판을 내걸 여지도 없어 보인다.

현수 “자유한국당에 대한 신뢰는 1%도 없어요. 그런 상태에서 (자유한국당이 하는) 무엇이든 잘했다고 보기 힘들잖아요. 잘못한 것에는 잘못했다고 하는 게 맞다고 해도, 신뢰가 생기질 않아요. 제가 대학 시절을 박근혜 정부에서 보내기도 했고.”

독특한 정서는 여기서도 발견됐다. 지난 정부의 실정과 뒤이은 탄핵의 책임 같은 원칙론보다 더 많이 언급된 것은 자유한국당의 태도와 자격이었다.

조영지(이하 영지) “방법이 너무 무례했어요. 정치인으로서 보이면 안 되는 모습으로 보여서 반감이 들더라고요. 목소리가 아니라 팩트로 조져야죠.(웃음)”

“견제하려는 노력을 보였지만 그 과정이 별로 예뻐 보이지 않았어요”(영진)라거나 “윽박지르고 가족관계증명서를 막 찢는 등 태도 자체가 무례했어요”(세영) 등의 의견이 나오자 일부 사안별로 입장을 달리하던 좌담자까지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또 “자유한국당 자녀 문제도 많다”(혜정), “자기들도 의혹이 있어 함께 자멸하는 느낌”(정현) 등처럼 조 장관을 비판할 자격을 문제 삼는 대목에서는 알 듯 모를 듯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20대 좌담자들은 조국 논란이 보수층을 결집할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는 공감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이 주도하는 삭발 행렬에 대해서는 “보여주기식”(영진·승철·현수·경식·혜정·세영)이라고 결론지었다.

손경식(이하 경식) “보수 입장에서는 좋은 기회는 맞죠. 그런데 많이 배운 분들이 유치해요. 좀 수준 높게 국민의 공감을 끌어내도록 고민해야 하는데 너무 보여주기식이에요. 삭발하는 거 보세요.”

자유한국당에 대해 활발한 논의를 한 것과 대조적으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존재감이 별로 없어 보였다. 민주당에 대해서는 “(조국 논란을) 방치했거나 방임한 것 같다”(정현)는 의견이 나왔고, 이에 대해 반론이 제기되지 않았다. “가족 건드리지 말라는 것 말고는 기억에 남는 게 없다”(영진)거나 “다른 정당은 잘하는 제 식구 감싸기도 부족했다”(세영)는 비판도 더해졌다. 여기에 “금태섭 의원처럼 조국 후보가 장관으로 부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민주당 내부에 많았을 것”(현수)이라는 의견도 보태졌다.

정의당 평가도 후하지 않았다. 조국 논란에서는 지금 인사청문회 국면에서 누려온 캐스팅보트로서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영지씨는 자신이 정의당 지지자임을 드러내며 “여당과 맥을 같이하면서도 어느 정도 공정성을 유지했다고 생각한다”고 두둔했음에도 “가장 낮은 계층을 대변하는 정당이었음에도 방관하는 모습이 부정적으로 보였다”(승철), “좀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했다”(경식) 등과 같은 비판이 우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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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신뢰하는 사람 별로 없지 않나요?”



좌담이 2시간 이어지는 동안 가장 강도 높은 비판과 조롱을 받은 쪽은 언론이었다. 객관성, 공정성 등의 문제는 오히려 논의할 기회조차 없었다. 최소한의 인권조차 무시하는 취재 관행을 얘기할 때는 분위기가 격앙됐다. 진행자가 조국 논란에서 언론의 신뢰를 꺼내는 순간 실소가 터졌다.

현수 “언론을 신뢰할 만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별로 없지 않나요? 언론이 많이 망가져서 저도 최대한 걸러 들으려고 했어요. 중립 성향을 유지하려고요.”

세영 “자극적인 기사를 팩트 체크도 없이 무자비하게 내보내고, 아니라고 밝혀졌을 때는 정정 보도도 하지 않잖아요.”

‘그래도 어떤 언론사만큼은 신뢰할 만하지 않냐’는 질문에 몇 초간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다. 하나둘 이어진 키득거림 뒤 나온 비판은 언론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줬다. 언론에 대한 비판에도 조 장관 지지를 거둬들인 이유(무능력·이중성)와 자유한국당을 지지할 수 없는 근거(불신·무례한 태도) 등과 겹쳤다.

이승철(이하 승철) “한쪽은 너무 공격적으로 없는 사실도 지어내서 선동하고, 또 한쪽은 있는 사실도 (보도 안 하고) 덮어서 사람들을 양분화해서 결국 싸우게 했죠. 한겨레·경향, 조선·중앙·동아, 이들 (언론의) 차이는 명백했어요.”

정현 “진보 쪽이 전 정권에 비해 유했죠.”

좌담이 진행됨에 따라 평가는 진보, 보수의 문제를 넘어섰다.

영진 “진보나 보수나 둘 다 못했죠. 조·중·동은 자극적인 제목에 내용은 (빈약하게) 두세 줄, JTBC는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재 때는 그렇게 밀착 취재를 하더니 조 장관 취재에는 가만히 있는 것을 보면서 (언론도) 네 편, 내 편이 있구나 싶었어요.”

조국 딸 실명·사진 공개 언론 비판



국회에서 연 마라톤 형식의 기자간담회는 언론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정현 “국민에게 사실을 전달하려고 (기자간담회에) 준비해서 간 게 맞나 싶었어요. 어떻게든 하나만 걸려봐라, 이런 기자가 많던데요.”

세영 “소설 쓰듯 ‘이랬대’ 하면서 던져놓고, 아니라고 밝혀져도 뒤로 싹 숨고 그러던데. 그 기자라는 사람들이 기자간담회 때 나왔더라고요. 그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저렇게 질문 수준이 떨어질 수 있구나. 확인도 안 하고 꼬투리 잡으려고 질문하는 게 다 보이던데.”

조국 지지자로 남은 세영씨의 경우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앞다퉈 조국 죽이기를 하려는 것으로 보였다”고 했다. 좌담에서 쏟아지는 비판 가운데 가장 날을 세운 것은 언론이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한 부분이었다.

영지 “조국 딸 실명을 거론한 것은 정말 문제였죠. 장관은 아빠인데 왜 딸 개인이 피해를 받나요. 마녀사냥처럼 느껴졌어요.”

승철 “사진도 나온 곳이 있던데, 심지어 밤에 쫓아갔던데, 신변에 문제가 있으면 안 되잖아요.”

정현 “정치 문제를 다루는 게 아니라 <디스패치>처럼 연예인 밀착 취재하듯 해서 (인물을) 부각하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데도 이들이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견지하거나 바꾸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는 통로는 언론(포털)이었다. “가짜뉴스 때문에”(정현) 또는 “선동하는 내용이 너무 많아서”(영지) 등의 이유로 유튜브나 SNS에서 뉴스를 듣는 것을 경계했다.

검찰 수사엔 “잘하고 있다” “지켜보자” 우세



조국 논란의 초반을 이끈 것이 자유한국당과 언론이었다면, 현재 공은 검찰로 넘어갔다. 검찰 개혁과 공정한 수사는 다른 범주임에도 20대 안에서는 충돌하고 있었다. 좌담에서 나온 검찰의 이미지는 편파, 부당 거래, 개혁 대상, 엘리트 검찰, 정치 검찰 등이었지만, 현재의 수사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는 잘하고 있다”(영진·승철·영지·혜정)는 견해와 “좀더 지켜보자”(경식·정현·현수)는 견해가 우세했다. 세영씨처럼 문재인 지지를 유지하는 경우만 “다른 사건에 비해 과하다. 밥그릇을 지키려고 발악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하지만 여론이 어떻든 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정국은 또다시 요동칠 것이다.

좌담의 막바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 변화 여부를 한 번 더 물었다. 남녀가 미세하게 갈라졌다. 남성들은 “문재인을 뽑고 나서 경제정책이 마음에 안 들었는데 (이번을 계기로) 정치 쪽도 믿음을 접었다”(승철), “뽑고 나서 계속 (지지가) 떨어지고 있다”(경식), “경제도 박근혜 정부 때보다 더 안 좋아지는 것 같다”(영진), “(잘해보겠다는 선의에 대한) 믿음마저 떨어졌다”(현수) 등으로 자기 생각을 설명했다. 여성 3명은 “지지(의 강도가) 떨어졌다”(혜정)거나 “지지하는 편인데 차선에서 더 후순위로 밀렸다”(영지), “자유한국당이 싫어서 사표가 될까봐 뽑았다”(정현) 등으로 문 대통령을 향한 지지가 긍정에서 유보 상태로 변화했음을 조심스럽게 드러냈다.

이들의 지지 유보는 어떤 양상으로 변할까. 답을 내놓기는 쉽지 않다. 다만 20대의 공정성 이슈가 일회성이 아니라는 점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변지민 기자 d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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