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지위' 영향인 듯…자사고들, 학부모 안심시키기에 주력
학부모에게 인사하는 자사고 교장들 |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서울 자율형사립고(자사고)는 법적으로도 확실하게 공교육 리더의 자리를 이어나가게 될 것입니다."
서울 자사고 21곳은 20일 종로구 동성고에서 공동 입학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설명회에서 자사고 측은 학부모를 안심시키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참석자가 과거보다 줄어 지위가 불안한 자사고의 현실을 보여줬다.
김철경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자사고들이 그간 혼란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많은 혼란을 겪으셨을 학부모님께 사과드린다"면서 "(하지만) 이제 서울 자사고들은 법적으로도 확실하게 공교육 리더의 자리를 이어나가게 됐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서울 자사고들은 역사와 전통을 지닌 명문사학"이라면서 "앞으로 입시제도가 어떻게 변화하든 건학이념에 맞는 교육으로 학생들 실력배양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안광복 중동고 입학홍보부장은 "법원이 (자사고 지정취소처분의 효력 정지 결정을 내려) 정의를 바로잡았다"면서 "자사고들은 학생들의 선택을 받아야 하므로 교육 열의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 자사고들은 지위가 불안정한 상황이다.
경희·중앙·배재·세화·숭문·신일·이대부고·한대부고 등 8개 자사고는 올해 운영성과평가 점수미달로 지정취소처분을 받았다가 법원이 효력정지 가처분 결정을 내리면서 가까스로 자사고 지위를 유지한 채 내년 신입생을 선발하게 됐다.
이들 8개교는 지정취소처분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로 소송에서 지면 다시 자사고 지위를 잃을 위기에 처한다.
나머지 자사고 가운데 8곳은 내년 운영평가를 받는다.
올해 운영평가에서 살아남은 5곳도 진보 성향 교육단체를 중심으로 자사고라는 학교 형태를 완전히 없애자는 주장이 지속해서 나오는 상황이라 앞날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이날 설명회장 안팎에서는 열기가 예전과 같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설명회가 열린 강당은 총 1천370여석 규모였는데 436석인 2층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고 942석인 1층도 곳곳에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 1천400여부 준비된 설명회 자료집도 960여부만 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자율형사립고 연합 설명회 |
왔다 간 사람을 포함해도 이날 설명회를 찾은 사람은 1천명 안팎일 것으로 추정된다. 문재인 정부가 자사고 폐지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한 2017년 설명회에 2천여명이 몰렸던 점을 고려하면 '격세지감'이라고 할 정도로 사람이 줄어든 것이다.
학부모들 관심도 미래에 자사고가 유지될지에 쏠렸다.
중학교 3학년 아들을 둔 한 학부모는 "자녀를 자사고에 보내겠다고 완전히 결심한 것은 아니지만, 아들이 자사고를 가겠다고 했을 때 무엇이든 알려주고 싶어 설명회를 찾았다"면서 "각 학교가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는지 중점적으로 보려 한다"고 말했다.
자사고나 특목고에 진학하려는 딸을 위해 설명회를 찾았다는 이모(48) 씨는 "지정취소처분을 받았다가 가처분으로 살아난 학교들이 있다는 점이 신경 쓰이기는 한다"면서 "그래도 학교를 잘 골라서 가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이씨는 "일반고들은 학교 간 편차가 너무 크지 않느냐"면서 "소위 '뺑뺑이'로 배정받아 가는 일반고보다는 그래도 자사고나 특목고가 나을 것이라고 기대해 딸을 진학시키려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 자사고들은 12월 9일부터 일반고·자율형공립고 등과 동시에 원서를 접수한다. 자사고와 일반고 이중지원이 허용되며 자사고에 지원했다가 탈락한 학생은 일반고 학생배정 단계 중 2단계부터 참여해 거주지가 속한 일반학교군(학군) 내 학교 2곳에 지원할 수 있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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