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3 (월)

여성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 한국 영페미니스트에게 "여성끼리의 경험 나누기가 중요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여성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20일 한국YWCA연합회 강당에서 열린 강연 중 참석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탁지영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 출신의 여성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85)과 한국의 영페미니스트들이 만났다. 스타이넘은 20세기 페미니즘의 대모로 불린다. 남자는 미스터(Mr)로만 불리는데 여자만 미스(Miss·아가씨)와 미세스(Mrs·부인)으로 분리된다며 ‘미즈(Ms)’라는 새 호칭을 만들었다. 1972년 창간한 잡지 이름도 ‘미즈’다.

“우리에게는 서로가 필요합니다. 나만의 경험이라 생각했던 것들을 다른 여성들도 겪었구나 아는 게 중요하죠. 문제를 공유하면서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아는 게 중요합니다.” 그는 영페미니스트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With you(당신과 함께)’를 강조했다.

20일 서울 중구 명동 한국YWCA연합회 강당에서 열린 대화 주제는 ‘탈코르셋’(여성에게 강요되는 외모 잣대에서 벗어나자는 페미니즘 운동), ‘미러링’(좌우를 바꾸어 보여주는 거울처럼 남성들의 여성혐오 표현을 성별을 바꿔 보여주는 전략) 등이다. 여성들은 페미니즘 운동을 하며 겪은 어려움을 물었다. 한 참가자는 반 페미니즘 흐름을 이야기하면서 이견을 맞닥뜨릴 때 취해야 할 행동에 관해 질문했다.

스타이넘은 “민주주의의 기본은 내가 말하는 만큼 경청하는 것”이라며 경험을 꺼냈다. 그는 “‘미즈’를 펴낼 때 반동성애 등 인권을 침해하는 글이 아니라면 최대한 다양한 의견을 담은 기사를 실으려고 했다”며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최고의 해결책이 무엇인지 당시엔 모를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경청해야 한다”고 했다.

스타이넘은 줄곧 ‘의견이 다르더라도 존중하고,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며 연대해야 한다’는 점을 말했다.

경향신문

참여자들이 준비한 사전 질문지. 탁지영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다른 참가자는 탈코르셋 실천을 두고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눈치가 보여 화장을 하게 된다”며 해결책을 구했다. 스타이넘은 “저는 친코르셋주의자는 아니다”라며 “일자리에서 여성에게 치마를 입으라고 강요해서는 안 되지만 자발적으로 화장하고 치마를 입는 건 상관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화장 같은 외모 꾸미기는 선택의 문제라는 취지의 말이다.

최모씨는 “미러링을 실천하다보면 페미니즘에 대해 오해하는 사람들이 생긴다”고 했다. 스타이넘은 “(미러링은) 마치 자신이 여성에 대해 정의를 내릴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남성에게 교육적인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도 “남성이 여성에게 하는 행동을 모방함으로써 일종의 가부장적인 통제에 또다시 놓이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우리는 ‘남성은 사회활동을 하고 여성은 집안일을 해야 한다’는 인식 속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우리도 가부장적인 속성을 갖고 있다”며 “서로의 경험을 나누며 스스로 깨닫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타이넘은 평화 운동 실천과 페미니스트 역할을 두고 “여성은 상대방을 포용하는 방식을 제안함으로써 평화를 이룩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스타이넘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15년 5월 세계 여성평화운동가 30명과 함께 북한에서 비무장지대를 걸어서 넘어오는 위민크로스(Women Cross) 캠페인을 펼쳤다. 지난 19일 9·19 평양 공동선언 1년을 기념해 열린 경기DMZ포럼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했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최신 뉴스두고 두고 읽는 뉴스인기 무료만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