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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커버스토리]우리 아이 ‘성인지 감수성 교육’ 어떻게…이 책들 먼저 보여주는 건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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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나다움 어린이책’ 선정

자기 긍정·다양성·공존 등 주제

창작자들도 ‘성평등’ 관심 높아져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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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교육은 주로 글과 그림이 어우러진 책을 통해 이뤄진다. 이야기의 전개가 빠르고 즉각적인 반응을 유도하기 위해 자극적인 묘사가 많은 영상 콘텐츠로는 다양성 존중에 대한 가치를 깊이 있게 전달하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아이들과 함께 읽고 이야기하며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책의 특성이 아동의 성별 고정관념을 완화시키는 데 유익하다고 말한다.

시민단체 씽투창작소는 지난 7월 초록우산어린이재단·롯데·여성가족부와 함께 성인지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나다움어린이책’ 134권을 선정했다. 어린이들이 성별 고정관념에 갇히지 않고 ‘나답게’ 살 수 있도록 하는 성인지 감수성의 가치가 담겼다.

선정된 책들은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들이 주로 볼 수 있는 수준으로 자기긍정·다양성·공존이라는 큰 주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성인지 감수성을 주제로 한 아동 도서 큐레이션 작업이 이뤄진 건 국내에서 처음이다.

선정 작업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리 잡힌 고정관념과 편견에서 벗어나 성인지 감수성을 지닌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고민하면서 시작됐다. 선정위원들은 자기 자신은 물론 나와 다른 타인에 대해 긍정하고, 다양한 이들과 소통하고 공존하는 것을 성인지 감수성의 가치로 꼽았다. ‘투쟁적 여성주의’로 쉽게 오해되지만, 성인지 감수성을 지녔다는 것은 성별로 자신과 타인을 함부로 판단하거나 한계를 규정짓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것을 의미하고, 나를 둘러싼 세상과 진지하게 소통할 수 있다는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나다움에 대해 질문하게 하는 책에는 작가가 얼마나 차별과 고정관념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는지가 드러난다. 평소 성인지 감수성에 대해 이야기하던 사람도 예민하고 민감하게 바라보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치기 쉬운 편견들이 많다. 작가의 고민은 작품의 깊이와 수준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나다움어린이책에 선정된 책에는 뜨개질을 배운 후 옷을 만드는 일에 빠진 섬세한 소년이 등장하는 <뜨개질하는 소년>, 사춘기 여자아이가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격렬한 경기를 치르는 성장이야기인 <롤러걸>, 남매가 함께 무술을 배워 협동하는 그림책 <코숭이 무술> 등이 있다. 넓은 야외무대에서 모험을 떠나는 남성 주인공이나 좁은 실내에서 내면의 고민을 이야기하던 여성 캐릭터라는 전형적인 모습에서 벗어났다. ‘남자답다’ ‘여자답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있으면서도 성별에 상관없이 자신과 타인의 존재를 긍정하는 가치를 담고 있다.

나다움그림책 사업은 기존 작가들의 동화뿐만 아니라 창작 동화 공모전도 진행 중이다. 지난 4월9일부터 8월20일까지 진행된 공모에 190여편의 작품이 몰렸다. 창작 공모전으로서는 짧은 기간 동안 진행됐는데도 뜨거운 반응이 나타난 건 성인지 감수성이 강조되는 사회의 변화를 작가들도 공감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1~2년 사이에 성인지 감수성을 다루는 젊은 작가들이 많이 등장했는데, 아이들 사이에서의 불평등과 혐오의 문제나 부모들 사이에서 성평등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생겨난 현상 중 하나다.

김지은 서울예대 문예창작부 교수는 “최근에는 아이들이 접하는 콘텐츠의 주인공이 모험심 강한 여자아이가 나오는 식으로 새롭게 바뀌는 경향이 있는데, 주변 인물에 대한 묘사는 아직 성별 고정관념이 남아 있다”며 “살림을 하며 잔소리하는 어머니, 가정을 지키는 아버지, 학력이 부족한 할머니, 선생님은 여자, 소방관은 남자, 체육시간을 싫어하는 여자아이 같은 요소들은 유심히 살펴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쉬운 고정관념의 모습”이라고 했다.

남윤정 씽투창작소 대표는 “우리보다 그림책 역사가 100년 이상 긴 서구에선 좋은 어린이책이란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은 이야기가 담겨야 한다는 의식이 있다”며 “창작자들이나 교육을 맡은 교사와 부모들의 책임도 크다”고 말했다.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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