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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이종일의 공항24시]⑨"기체 사고? 3분만에 현장출동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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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에어사이드 소방대 상주

출동대 180명, 24시간 교대 근무

화재진압·구조·구급활동 주력

영종소방서, 공항 밖에서 대응

이데일리

인천공항공사 소방대와 영종소방서가 인천공항 소방훈련장에서 항공기 사고 위기대응 종합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 영종소방서 제공)




[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항공기 사고 지령이 발령되면 5㎏짜리 두꺼운 방열복을 입고 3분 안에 출동합니다.”

인천국제공항은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곳이기 때문에 화재·구급 상황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소방대가 24시간 상주한다.

인천공항공사가 운영하는 소방대는 기존 ㈜한방 소속 비정규직원 214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지난해 1월 공사 자회사인 인천공항시설관리㈜ 정규직으로 전환됐고 내년 6월께 공사 정규직으로 직고용될 예정이다. 소방대는 인천공항 에어사이드(출국장·활주로 등)에서 근무하고 출국장 밖 화재·구급 상황은 영종소방서가 담당한다.

◇신속 대응에 24시간 긴장하는 소방대

화재진압 등의 임무가 있는 소방대는 24시간 긴장감을 갖고 근무한다. 전체 소방대 214명 가운데 간부 등 일근직을 제외한 출동대는 180명으로 운영한다. 출동대는 60명씩 A팀, B팀, C팀 등 3개 팀으로 나눠진다. 각 팀은 ‘주(주간)·주·야(야간)·야·비(비번)·휴(휴일)’ 순으로 6일씩 반복적으로 교대 근무한다. 주간근무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고 야간은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이다.

각 팀에는 운전요원, 소방요원, 구급대, 구조대, 상황요원 등이 배정돼 있다. 본대, A분소, B분소로 10~30명씩 나눠져서 활동한다. 출동대가 상주하는 소방대 건물은 인천공항 활주로 주변에 3곳이 있다. 본대 건물은 제2활주로 북쪽에 있고 A분소는 제1활주로 남쪽에 있다. B분소는 제3활주로 중앙에 설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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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공사와 소방대가 인천공항 소방훈련장에서 항공기 화재 진압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 인천공항공사 제공)




출동대는 평상시 근무복을 입고 지원업무 등을 하다가 항공기 사고 지령이 발령되면 방열복을 착용한다. 방열복(상하의 5㎏)은 방화복(3㎏)보다 두껍고 무게가 2㎏ 더 나간다. 항공기 화재는 일반 화재보다 고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소방대 안전을 위해 방열복을 입는다. 방열복에는 열을 막아주는 알루미나이즈드 코팅처리가 돼 있다.

활주로에서 항공기 사고가 났을 때는 지령 후 3분 안에 장비를 챙겨 현장에 도착해야 한다. 인천공항에 착륙하려는 항공기에 이상이 있을 때는 로컬 스탠바이(차고지 앞 대기), 풀 이머전시(활주로 근접 대기) 등의 지령에 따라 움직인다. 안개가 심한 날 저시정 준비(550m 미만 시야 가릴 때)가 발령되면 출동대는 방열복을 입고 종료 시까지 근무지에서 대기한다. 또 승객이 탄 여객기를 주유할 때도 출동대는 방열복을 입고 소방차에 탑승한 채 항공기 옆에서 대기한다. 주유 중에 화재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항공기 사고를 제외하고 차량 화재, 건물 화재 시에는 방화복을 입고 진압한다. 대원들은 신속한 대응을 위해 매달 3~4차례씩 화재진압·구조·출동 훈련 등을 한다.

가장 최근 인천공항에서 항공기 사고가 난 것은 2016년 6월6일 발생한 UPS 화물기 활주로 이탈 건이었다. 당시 인천공항에서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로 향하려던 화물기는 이륙에 실패하고 활주로를 벗어나 화재 직전의 상황에 처했다. 조종사가 긴급히 브레이크를 잡아 바퀴 주변 금속 휠이 뜨겁게 달궈졌지만 다행히 불은 나지 않았다. 소방대는 이때 방열복을 입고 구조활동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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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공사 소방대와 영종소방서가 인천공항 소방훈련장에서 항공기 사고 위기대응 종합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 영종소방서 제공)




활주로뿐만 아니라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제2여객터미널, 탑승동, 계류장 등 에어사이드에서 발생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모두 소방대가 출동한다. 이들은 화재 대응과 구급·구조활동을 중심으로 임무를 수행한다. 매순간 사고·훈련에 대응해야 때문에 항상 긴장하고 있다.

소방대원 이영재씨(45)는 “인천공항 에어사이드에서 큰 불이 난 적은 없지만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긴장감을 안고 있다”며 “지령이 발령되면 어디에 있건 신속하게 출동하는 것이 모든 대원의 몸에 베어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한여름에 방열복을 입으면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된다”며 “내 몸의 열기와 우선 싸워야 한다. 힘든 점이 많지만 안전을 위해 방열복을 입고 훈련하고 대응한다”고 설명했다.

공항에서 자주 발생하는 구급활동의 어려운 점은 항공기 안에서 환자를 이송하는 것이다. 환자를 들것에 싣고 좁은 통로를 지나가려면 들것을 항공기 좌석보다 높이 들어야 하기 때문에 팔 힘이 배로 든다. 100㎏ 이상의 환자를 이송할 때는 더 힘들다. 이럴 때는 구급대원 2명에 항공기 직원 2명 등 최소 4명 이상이 환자가 누운 들것을 함께 들지만 만만치 않다.

소방대는 소방관과 동일한 업무를 하지만 임금이 적다. 이 때문에 일부 소방대원은 기회가 되면 소방서 등 유사 직종으로 옮긴다. 경력 대원이 빠져나가면 신입직원으로 대체하기 때문에 소방 대응력이 약해진다는 우려가 있다.

소방대원 A씨(30대)는 “소방대에서 지난해 타 회사로 이직한 인원이 20여명 된다”며 “연간 10% 정도의 높은 이직률을 보인다. 소방대는 호봉이 없기 때문에 오래 근무해도 임금 인상이 안 된다. 오직 조장, 반장, 부장, 분소장 등으로 승진해야만 임금이 오른다”고 말했다.

A씨는 “소방대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소방관 정도의 호봉제 임금체계를 적용해야 한다”며 “인천공항공사 직고용도 입사 시점은 고려하지 않고 4급 이하 대원은 모두 경쟁시험 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공사 방침은 3급 이상 소방대 관리자와 2017년 5월12일 이후 입사한 7급 대원에 대해서는 경쟁시험을 거쳐 직고용하는 것이다.

◇영종소방서, 공항 주변서 진압·구조활동

인천공항 에어사이드 밖에서는 영종소방서가 화재진압과 구급·구조활동을 벌인다. 에어사이드는 보안구역이기 때문에 인천공항공사 소방대가 맡고 보안구역 밖에서는 영종소방서 소방관들이 활동한다. 150여명이 근무하는 영종소방서는 공항119안전센터 등 센터 4곳과 119구조대 1곳을 운영하며 화재 상황 등에 대응하고 있다.

인천공항 출국장 밖 로비, 건물 주변 등에서 불이 나거나 환자가 발생하면 공항119안전센터가 가장 먼저 출동한다. 불이 크게 번지고 대규모 인명피해가 있을 때는 인근 안전센터와 구조대의 지원을 받아 대응한다. 지난해 3월25일에는 인천공항 외곽의 3층짜리 기내식 제조공장에서 불이 나 영종소방서가 긴급히 출동했고 화재 발생 2시간여 만에 진압했다.

에어사이드 안에서 항공기 사고가 발생할 때도 영종소방서는 펌프차, 물탱크 등을 동원해 출동한다. 이때 에어사이드로 곧바로 들어가지 않고 주변에서 대기하다가 상황에 따라 진입허가를 받고 들어가 지원한다. 공항119안전센터 승광열(45) 소방위는 “인천공항 주변의 화재 예방을 위해 평상시 화재감지기 등 소방시설을 점검한다”며 “소방관들은 시민 안전을 위해 노력하고 소방대와도 협력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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