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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기후변화 비상상황 선포하라” 시민 5천명 대학로서 ‘기후위기’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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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타 툰베리 선언한 ‘글로벌 기후 파업’ 일환

자전거 타고 행진하고 사상 최초 ‘다이-인 퍼포먼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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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4시 서울시 종로구 혜화역 1번 출구. 경기도 화성에서 온 황혜진(13)양은 친구 4명과 태어나 처음으로 집회에 참석했다. 황양은 한 달 전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의 영상을 봤다. 툰베리가 태양광 요트로 대서양을 횡단한 뒤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 기후 파업’에 참석한 자리에서 한 연설을 담은 영상이었다. 황양은 “영상을 보고 툰베리도 내 또래인데 나도 기후변화에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구는 내가 살아가는 땅이고 지구가 없으면 내가 살 수 없어 지구를 지키기 위해 이 자리에 오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경민(18)양도 툰베리의 영상을 보고 장동규(18)군 등 48명의 성미산학교 친구들과 함께 집회에 나왔다. 이양은 툰베리의 영상을 보고 기후변화 문제는 개인의 행동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양과 장군은 현장에서 향을 피우고 거울을 영정 사진 삼아 향 뒤에 둔 장례식 퍼포먼스를 했다. 장군은 “기후변화가 이어지면 우리 모두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장례식 퍼포먼스를 준비했다”며 “살아가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환경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당장도 당장이지만, 미래도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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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각계각층의 330개 단체로 구성된 ‘기후위기 비상행동’이 이날 서울 대학로에서 ‘9·21 기후위기 비상행동’ 집회를 열고 기후위기에 침묵하는 정부와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 등을 비판하며 기후위기 진실 인정과 비상상황 선포 등을 정부에 요구하고 나섰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쪽 추산 5천명 정도 모였다. 참가자들은 ‘내일의 희망은 오늘 시작됩니다’,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등과 같은 손팻말을 들고 집회에 참석했다. 이날 기후 행동 집회는 부산과 대구, 경남 창원 등 전국 10개 지역에서 함께 열렸다.

이날 집회는 23일부터 열리는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를 두고 전 세계 젊은이들이 들고일어난 ‘글로벌 기후 파업’의 일환이다. 툰베리의 설명을 보면, 지난 17일까지 전 세계 139개국에서 20~27일 기후 파업에 동참하기 위한 집회가 4638개 예정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숫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전 세계적 집회가 열린 것은 이번이 세 번째인데, 규모 면에선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고 미국 <시엔엔>(CNN)이 보도했다.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 김도현(16)양은 단상에 올라 “우리나라가 공장을 짓고 석탄 화력발전소를 짓는 동안 남태평양의 섬나라는 물에 잠기고 동남아시아 사람들은 태풍으로 삶의 터전을 잃게 된다”며 “저에게 편리한 생활을 보장해주는 대한민국의 시스템이 지구 반대편 어떤 이의 삶을 짓밟고 있다면, 저는 그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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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 오연재(17)양도 “기후변화는 더 이상 북극곰만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의 문제”라며 “모두가 기후변화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어 청소년인 우리라도 방관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 청소년기후행동 활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청소년기후행동은 금요일인 오는 27일 최대 5천명가량의 청소년이 학교 수업을 거부하고 서울 광화문에 모이는 ‘기후를 위한 결석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툰베리가 시작한 ‘기후를 위한 등교거부’가 한국에도 확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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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4시30분께 혜화역 1번 출구에서 종각역으로 행진했는데, 행진 대열은 자전거 행렬이 앞장섰다. 자동차보다 친환경적인 자전거를 이용하자는 의미다. 자전거 행렬 중에는 ‘불타는 지구를 지켜줘 출동! 지구특공대!’라고 적힌 망토를 두른 사람도 있었고, 기후위기 노래에 맞춰 각자 만들어 온 손팻말을 흔드는 이들도 있었다. 시위 참가자들은 행진하면서 “기후위기 이제그만”, “온실가스 이제그만”, “화력발전 이제그만” 등의 구호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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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진 대열은 오후 5시48분께 종각역에 도착해 여러 사람이 한 장소에서 죽은 듯이 드러누워 항의를 표현하는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했다. 기후위기로 모든 생명이 죽음에 처한다는 것을 경고하는 의미다. 한국에서 수천 명의 시민들이 참여한 다이-인 퍼포먼스는 처음이다.

글·사진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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