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55132973 0232019092255132973 03 0304001 6.0.13-RELEASE 23 아시아경제 0 related

"간병보다 더 힘든건 따가운 시선"…우울증 앓는 치매환자 가족

글자크기

치매 기피하는 사회 분위기에 '마음의 병'

"부양가족도 보호대상이란 인식 필요"

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조현의 기자] "주변의 차가운 시선이 반복되다 보니 나중엔 집 초인종만 울려도 가슴이 벌렁거렸다."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모시는 김 모(59·여)씨는 시어머니를 향한 따가운 눈초리로 우울증과 대인기피증 등을 앓았다.


집을 나설 때면 시어머니가 남들에게 욕설을 할까 봐 가슴을 졸이기 일쑤였다. 병원을 모시고 갈 때도 주변 눈치를 보기에 급급했다. 김 씨는 "장애를 가진 사람은 '장애우(友)’라고 하면서 고령으로 몸이 불편해진 치매환자는 꺼린다"며 "시어머니 병세보다 주변 시선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했다.


◆"가족도 이해 못 하는 고충에 우울증"=치매환자를 돌보는 부양가족은 '건강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다. 대한치매학회에 따르면 치매환자 보호자 71%는 병간호로 큰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다. 치매를 환자보다 보호자가 더 힘든 질병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지난 19일 경기도 양평 치매안심센터에서 만난 보호자들은 입을 모아 "치매환자를 돌보면서 우울증을 앓았다"고 했다. 이들은 대부분 가사를 책임지고 있는 50~60대 여성이었다. 정 모(62·여)씨는 "치매환자인 시어머니를 모시는 고충을 토로하면 친구들은 공감하지 못했고 가족들은 '왜 생색을 내느냐'고 했다"면서 "우울증에 걸리기 일보 직전이었다"고 했다. 노부모를 모시기 위해 서울에서 양평으로 이사 온 그는 "갱년기 우울증에 더해 생각지도 못한 일(치매)이 벌어지니 착잡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센터 내 자조모임(환자 가족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도움을 주고받으며 해결책을 모색하는 모임)에 참여하면서 마음의 병을 회복했다. 공예 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남들에게는 차마 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나누면서 치유를 받고 있다. 치매환자인 친정어머니를 모시는 이 모(50·여)씨는 "어머니를 간병하며 겪었던 일에 대해 나누면 모임 회원들이 눈물을 흘리며 공감해준다"면서 "그 모습에 굉장히 위로를 받는다"고 말했다.


김 씨는 "모임 때만큼은 간병 스트레스를 잊을 수 있는 나만의 휴식 시간"이라면서 "환자를 돌보다가 스트레스가 쌓여도 모임만 오면 다시 돌볼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치매환자를 돌보는 부양가족도 보호의 대상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면서 "옆에서 지지해줄 수 있는 사람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낫을 들고 위협하는 등 환자의 이상행동증상(BPSD)도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환각, 폭력, 망상 등 이상행동증상은 치매 증상의 하나로 나타난다. 김 씨는 "처음에는 '어머니가 나한테 어떻게 이러시지' 하면서 속앓이를 했는데 다른 집의 환자도 그렇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다"면서 "인식이 개선되니 환자를 더 이해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씨도 "어머니가 치매를 앓으면서 냉장고를 뒤지기 시작했는데 모임의 다른 회원도 같은 경험을 공유했다"면서 "처음에는 '큰일이다!' 싶었는데 같은 경험을 한 보호자를 만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고 말했다.


◆"보호자도 정서적으로 지지해야"=이들이 속한 양평 치매안심센터는 2011년부터 치매환자 보호자들을 위한 자조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총 3개의 모임이 있으며, 모임마다 10명의 보호자가 속해있다. 박미현 양평군 치매안심센터 부센터장은 "도자기나 염색 체험을 하거나 보신 음식을 먹으러 갈 때도 있다"면서 "보호자들은 직접 정한 프로그램을 통해 치유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전국 256개 치매안심센터에 설치된 자조모임은 지난 8월 말 기준 940개다. 배기현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실 치매정책과 행정사무관은 "자조모임은 센터마다 보호자들의 요구에 맞춰서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수원에선 고위험군 환자와 환자 가족들로 구성된 합창단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국내 치매환자 수는 75만명에 달한다. 2024년엔 100만명, 2039년엔 2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치매 노인과 돌봄 제공자를 위한 맞춤형 정책 방안 모색' 보고서에 따르면 치매 확진자 70.2%는 동거 가족의 도움을 받고 있다.


자조모임의 목적은 치매환자로 인한 가족 붕괴를 예방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 2007년부터 2017년간 치매환자 보호자가 환자를 살해하는 경우도 173건에 달한다. 배 사무관은 "치매환자 보호자들이 스트레스 조절에 실패하면 순간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있다"며 "보호자들에 대한 정서적인 지지를 줌으로써 이들의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조현의 기자 hone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볼만한 영상 - TV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