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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지윤정의 XYZ 코칭]<18>유리멘털에서 멘털 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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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약을 먹는 젊은이가 늘고 있다. 앞으로는 감기몸살 때문이 아니라 우울하고 무기력해서 결근해야겠다는 연락을 받을 날이 올지 모른다. 요즘 젊은 세대는 형제자매와 함께 북적북적 자라면서 터득하는 생존력 및 사회성을 기를 기회가 없었다. 거의 외동에 가깝게 불면 날아갈세라 금지옥엽으로 자랐다. 갈등 상황이 익숙하지 않고, 싫은 소리에 대한 면역성이 높지 않다.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과 기대치는 높지만 상황이 예상외로 전개될 때 어떻게 견뎌야 하는지는 배운 적이 없다. 밀레니얼 세대는 자신감은 높은데 현실감은 떨어지고 독립심은 강한데 독립성을 기를 기회는 많지 않았다. 부양해야 할 노모도 없고 책임져야 할 동생이 없지만 살아야 하는 이유도 함께 없다. 너 하나 행복하면 그뿐이라는 소박한 부모의 소망이 나 하나도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을 낳았다. 게다가 인터넷,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타인의 삶이 시시각각 드러나는 환경에서 더 많이 더 자주 남들과 비교하고 경쟁하게 된다. 상대성 빈곤감과 심리 압박감이 그 이전 세대와 차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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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가 고갈되는 번아웃증후군은 의욕을 내 가며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신체 및 정신 탈진으로 무기력해지는 상태를 말한다. 목표 지향으로 투지를 불사르던 사람이 갑자기 무릎이 꺾이는 것이다. 투입되는 에너지는 부족한데 지나치게 에너지를 꺼내 쓸 때 번아웃증후군이 나타난다. 이는 심리 자원이 충분하지 않은데 잘하고자 하는 심한 압박감, 압도되는 과한 업무량, 가치와 충돌하는 요구를 받을 때 주로 발생한다. 정신 휴식과 열정을 회복하기도 전에 심한 경쟁 상황, 납득할 수 없는 처우, 불공평한 대우를 받을 때 마음이 지친다. 이런 때는 충분한 휴식과 심리 충전으로 심신을 회복해야 한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헬스 케어 시장 못지않게 멘털 헬스 케어 시장이 확장되고 있다. 명상, 상담 등 정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이제 여드름 피부 특수케어처럼 유리멘털도 특수케어를 받아야 하나 보다. 독감 예방 주사처럼 웬만한 일에는 끄덕도 하지 않게 하는 번아웃증후근 예방 주사가 있다면 좋겠다. 만약 번아웃증후군 예방 주사가 있다면 그 안에 있어야 할 성분은 무얼까.

첫째 기대와 요구를 희석시키는 중화제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스트레스는 상황 때문에 생기는 게 아니라 그 상황에 대해 스스로 선택한 관점 때문에 생겨 난다. 상대가 아무리 뭐라고 해도 내가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가 없다. 스트레스는 상대가 주는 게 아니라 내가 받는 것이다. 상사나 주위의 요구에 심한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면 그것이 실재 그런 것이 아니라 자신이 그렇게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주위의 요구보다 자기 자신에게 요구하는 스스로에 대한 기대가 더 자신을 압박했는지 모른다. “이것밖에 못해” “남들에게 이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내가 생각하는 나는 이러면 안돼” “나는 이 정도를 해야 하는데 왜 이렇게 못하지?” 하며 스스로를 책망하는 것이다.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자존감이 지나치게 높으면 현실의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잘하고자 하는 열망이 강하고 목표 지향형인 사람은 좌절에 더 실망한다. 조사에 따르면 업무에 대해 저몰입 그룹보다 오히려 고몰입 그룹이 번아웃도 많고 퇴직 의사가 높다고 한다. 타인의 요구건 자신의 기대건 적당히 중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세상에 꼭 그래야 하는 법도 없고, 꼭 그게 그렇지만도 않다. 가볍게 받아들이자. 그 사람의 관점일 뿐이고 그 사람의 바람일 뿐이다. 못하는 구석도 있고 아직 부족한 구석도 있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 자기자신이 불완전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자신에 대한 균형 잡힌 현실 시각을 갖게 한다. 그래야 자신에 대해 여유와 유연함으로 성찰하면서 성장할 여지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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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자신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영양제가 필요하다. 칭찬이 범람하는 요즘은 웬만한 타인의 인정과 보상은 약효가 오래 가지 않는다. 또 자신의 관점에서 걸러져 심리 자원으로 승화되기는커녕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압박감으로 전환되기도 한다. “큰 도움이 됐어” “정말 고마워” “대단해, 멋진데!”와 같은 타인의 긍정적 피드백이 “앞으로도 잘해야 될 텐데 걱정이다” “나는 아직 ○○에 비하면 너무 부족해” “정말로 하는 말이 아니라 인사치레로 하는 말일거야. 나에 대해서 잘 몰라서 저렇게 오해하는 거야. 나의 실체를 알고 나면 마음이 달라질 걸”이라는 생각으로 걸러 듣는다. 득이 되라고 한 말이 독이 되는 것이다. 심리 자원도 외부에서 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남이 아니라 자신 스스로가 소진 시킬 수도 있지만 충전도 할 수 있다니 이 얼마나 희소식인가.

'인생은 멘털 게임'이라는 광고 카피가 있다. 스펙이나 체력보다 멘털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베이비붐 세대보다 정서 고갈을 빨리 알아차리고 민감하게 반응한다. 예민한 감수성에 버금가는 단단한 면역성이 필요하다. 수입은 늘리고 지출을 줄여야 저축을 할 수 있듯 유리멘털이 멘털 갑이 되려면 주위의 요구는 줄이고 마음의 자원은 늘려야 한다. 누구도 요구하지 않는 나만의 방으로 도망가는 것 대신 상대의 기대와 요구를 거절할 줄 알고, 가볍게 부담 빼고 중화시키는 능력을 기르자. 먼 여행을 떠나서 충전하고 올 수도 있지만 삶의 길목에서 누가 뭐라 하든 스스로에게 심리 자원을 충전시킬 수 있는 회복력을 기르자. 감정 소진을 막고 심리 자원을 충전시키는 자가 발전 장치는 누구에게나 있다. 누구에게나 있지만 아무나 가동하지는 않는 장치, 그 장치를 작동시켜서 유리멘털이 아니라 멘털 갑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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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윤정 윌토피아 대표이사 toptm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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