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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정부에 막힌 차량공유… '비싼 콜택시'로 돌연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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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모빌리티가 다음 달 선보일 '라이언택시'(가칭)는 11인승 승합차 택시를 승객과 연결하는 서비스다. 방식만 보면 기존 택시 호출 서비스와 큰 차이가 없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회사의 승합차를 모바일 앱(응용 프로그램)으로 불러주고 연결 수수료를 받는다. 다만 라이언택시는 승차 거부가 빈번한 기존 택시와 달리 강제 배차를 한다. 승합차 내 스마트폰 충전기 설치나 인터넷 이용 서비스 제공도 검토하고 있다. 요금은 일반 택시보다 비싸다. 호출 승객이 많을수록 비싸지는 탄력요금제 방식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호출이 적은 시간대에는 택시보다 싸질 수도 있고, 수요가 폭발할 때는 최대 2배 요금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택시보다 보통 20~40% 정도 비싼 요금제가 될 것"이라고 봤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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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중국·동남아 등 전 세계에 값싸고 편리한 택시 혁신을 불러온 차량 공유가 우리나라에선 '고가(高價) 브랜드 택시'로 바뀌고 있다. 승합차 서비스인 타다도 요금이 기존 택시보다 비싼 상황에서 카카오도 고급 택시로 사업 모델을 전환했기 때문이다. 반면 택시보다 저렴한 차량 공유 서비스를 내놨던 풀러스 등 스타트업은 고사 직전에 몰렸다. 정부 규제 탓에 서비스를 확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풀 스타트업 관계자는 "카카오가 택시와 손을 잡으면서 국내에는 진정한 의미의 차량 공유 서비스가 사라진 셈"이라고 말했다. '무늬만 차량 공유'라는 것이다. 미국 우버 같은 차량 공유 사업은 일반인이 자신의 자가용에 승객을 태우는 것이다. 주차장에 서 있을 자동차를 활용하는 공유 경제다.

타다·라이언택시…혁신은 사라져

작년까지만 해도 차량 공유가 택시의 승차 거부를 막을 대안으로 여겨졌지만, 1년간 논란 끝에 택시 요금을 우회적으로 올리는 수단으로 전락했다. 2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카카오모빌리티가 운영하는 호출앱 '카카오T'로 합정동 가는 택시를 호출했다. 일반 택시의 예상 비용은 1만1500원이다. 택시가 안 잡히자, 카카오T는 브랜드 택시인 웨이고블루를 추천했다. 예상 비용은 1만4500원이다. 웨이고블루는 택시 가맹업체인 타고솔루션즈가 운영하는 브랜드 택시다. 승차 거부가 없는 '강제 배차'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 3000원의 호출비를 따로 받는다. 호출비 탓에 단거리 이동 시에는 일반 택시보다 60% 이상 비싸지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고가 택시'가 앞으로 국내 모빌리티 시장의 주류(主流)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는 대목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달 11일 웨이고블루를 운영하는 타고솔루션즈의 지분을 인수했다. 연내 기존 '웨이고블루'의 명칭을 '카카오T블루'로 바꿀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택시보다 값싼 요금을 내세웠던 스타트업이 모두 시장에서 밀려난 만큼, 이제부터는 고가의 택시 서비스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카카오나 타다, 택시업계 모두가 이런 우회적인 요금 인상에는 같은 입장"이라고 말했다.

규제 벽에 막혀 차량 공유 퇴보

원래 카카오는 지난해 2월 카풀(승차 공유) 스타트업 '럭시'를 인수하며 차량 공유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카카오가 10월 카풀 드라이버 모집에 나서자, 택시 업계가 대규모 집회를 열면서 반발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12월 초 일반 택시보다 30% 싼 요금의 카풀 시범 서비스를 내놨지만, 택시 기사들의 분신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이 이어졌다. 카카오는 카풀을 시작한 지 42일 만에 시범 서비스를 종료했다. 정부는 지난 3월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통해 출퇴근 4시간 동안만 유상(有償) 카풀 영업을 허가한다고 못 박았고, 카풀 서비스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어 지난 7월 국토교통부는 '택시제도 개편안'을 발표해 기존 택시 이외의 운송서비스는 택시면허를 매입 또는 대여해야 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카카오로서도 택시와 손을 잡는 것 이외에 다른 대안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정부가 택시 업계의 기득권을 인정하면서, 6000만원 이상인 택시 면허 비용을 떠안지 않으면 유료 운송 사업을 할 수 없게 됐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자본금이 부족한 스타트업은 사실상 퇴출당한 것"이라며 "자본을 갖춘 대기업 이외에는 이 시장에 진입하기조차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도윤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라이언 택시는 승차 공유라기보단 택시 중개업"이라며 "새로운 일자리와 시장을 만들어내는 '혁신'이 아니라 기존 법규 내에서 이해관계에 맞는 중간 지점을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오로라 기자(aurora@chosun.com);유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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