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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5 (수)

산업계, 여야 정쟁싸움에 고사 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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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정보보호법 등 데이터 규제완화 3법, 상임위서 논의안돼

고용효과 탁월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수년째 국회에서 표류

박용만 회장 “경제는 정치 못살려도 정치는 경제 살릴 수 있어”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모바일 보험중개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 보맵. 이 회사는 새로운 보험상품을 개발·판매하려고 했지만 높은 자본금(300억원) 규정에 발목이 잡혀있다. 현행 보험법상 소규모나 단기보험 등 위험도가 낮은 보험을 개발·판매하려고 해도 일반보험과 같은 수준의 자본금이 필요하다. 사실상 스타트업 규모에서는 어불성설이나 마찬가지다. 이 회사의 딜레마는 또 있다. 아이디어 상품이라고 할 수 있는 맞춤형 보험상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하지만 신용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활용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20대 국회의 공전이 이어지면서 산업계가 지쳐가고 있다. 제도개선이 선행해야 사업을 진행할 수 있지만 여야 정쟁으로 인한 국회가 제 역할을 못하면서 기업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보맵 등 유망 스타트업 CEO들은 최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함께 국회의원을 만나 제도개선을 요구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검토해보겠다”는 원론적 수준의 답변뿐이었다.

식물국회에 발목을 잡힌 곳은 비단 스타트업뿐만이 아니다.

오랫동안 한 우물을 파면서 전문성을 보유한 기업이 과도한 상속·증여세때문에 승계를 포기하고 회사를 매각하거나 폐업하는 사례를 고민하는 것은 작금의 상황은 아니다. 이미 여러 의원이 이같은 현황을 개선하기 위해 상속증여세법 개정안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이에 대한 논의조차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다.

실제로 지난 1980년대 자동차 부품회사를 창업한 김모(72) 대표는 최근 한국M&A(인수·합병)거래소에 회사 지분 100% 매각을 의뢰했다. 이 회사는 연매출 150억원대의 견실한 중소기업이지만 40억원 상당의 상속세때문에 기업승계가 어려워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세금없는 부의 이전’이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사회적 비판은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면서도 “사회적 비판을 보완할 수 있는 장치까지 마련해 제도개선을 건의했지만 정치권이 이에 대한 논의조차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경영자가 고령인 중소·중견기업의 경우에는 제도개선이 더뎌질수록 상속보다는 매각을 택하는 사례가 늘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한국경제의 허리를 담당할 중소·중견기업의 폐업사례가 늘어날수록 한국경제의 펀더멘탈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고용문제 해결에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서비스산업발전법의 경우 지난 2016년 제정안을 발의했지만 3년 넘게 국회에서 표류중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 제조업 위주의 성장동력 약화한 상황일뿐만 아니라 제조업도 고객만족을 위해 서비스화 추세가 강해지고 있다”며 “서비스산업은 인공지능, 핀테크,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며 청년 일자리문제 해결 위해 서비스산업 발전이 긴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전국상의회장단 회의에 참석한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도 “서비스업의 고용효과가 제조업의 2배다”라며 “서비스산업발전 관련 법안 제정요청을 수년째 했지만 국회에서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정도의 경제규모국가에서는 서비스업 비중이 70%인데 우리나라는 59%에 불과하다”며 “이런 점이 우리가 경제성장률이 높아도 고용창출을 못하는 원인 중의 하나”라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20대 국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지만 올해 들어서 국회 상황이 더더욱 나빠졌다”며 “최근 경제현안에 대한 논의는 거의 실종상태다. 경제는 정치를 살릴 수 없지만 정치는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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