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1 (토)

맞수의 ‘인기 가전’ 흠집내기, 거칠게 부딪치는 삼성·LG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TV 전쟁’에서 건조기·의류관리기 등으로 상대 깎아내리기 번져

“소비자 알기 어려운 내용 호도 말고 자사 제품 성능 개선 노력을”

경향신문

LG전자 ‘듀얼 인버터 히트펌프 건조기’(왼쪽)와 삼성전자 ‘그랑데 의류건조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 전쟁’이 건조기, 의류관리기 등 다른 가전제품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LG전자가 삼성전자 TV 광고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고, 삼성전자는 LG전자의 건조기를 유튜브 등에서 저격하고 있다. 5년 전 ‘세탁기 소송’ 이후 두 회사가 정면 대결하는 양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일 자사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의류케어 가전, 속까지 확인해보셨어요?’라는 2분짜리 동영상을 내보냈다. 건조기를 샀다고 자랑하는 주인공에게 친구는 열교환기에 먼지가 쌓이는데 직접 청소할 수 있는 제품이냐고 묻는다.

건조하면서 고인 물로 열교환기를 자동세척해 주는 제품은 열교환기에 먼지가 쌓여서 냄새가 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영상에서 LG전자 건조기 제품 이름이 직접 거론된 건 아니지만 누구나 LG 건조기를 겨냥한 것을 알 수 있다. LG전자의 건조기는 최근 열교환기 자동세척 기능 문제로 소비자들의 불만이 제기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신문광고에서도 ‘예’ ‘아니요’ 퀴즈 방식으로 에둘러 LG전자 건조기를 겨냥했다. 자사의 건조기가 ‘열교환기에 물이 고이거나 닿을 걱정이 없는 설계’라고 광고하는 동시에 경쟁사 제품을 ‘내부에 물이 고인다’고 표현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8월 건조기 보상판매를 진행하면서 붙인 이벤트 명칭이 ‘대한민국 안심 건조 페스티벌’이라는 점 역시 LG전자의 제품을 정조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의류관리기로도 ‘전선’을 확대했다. 유튜브 공식 채널에서 LG전자의 건조기를 산 것으로 추정되는 여성에게 “털었던 미세먼지는 어떻게 되는 거야? 그대로 두면 옷은 깨끗해져도 속은 어떻게 되겠어?”라고 되물으며 자사의 제품은 “미세먼지까지 탈탈 털어준다”고 강조했다. 옷감을 흔드는 방식으로 깨끗하게 해주는 LG전자의 스타일러를 에둘러 지적한 셈이다. 같은 날 유튜브에 올라온 ‘삼성 에어드레서 성능 비교 실험’이라는 2분40초짜리 영상에서도 LG전자 제품보다 자사 제품의 성능이 더 좋다고 광고했다.

이달 초부터 시작된 두 회사의 ‘전쟁’은 지금까지 줄곧 LG전자가 ‘선제공격’을 하는 모양새였다. LG전자는 이달 초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가전전시회(IFA)에서부터 삼성전자 TV 공격에 시동을 걸고, 지난 17일 국내 언론설명회 개최, 19일 공정위에 삼성전자 ‘QLED TV’를 표시광고법 위반을 이유로 신고하면서 연일 맹공을 펼쳤다.

그동안 ‘상호비방은 자제하자’는 기류였던 삼성전자도 이제는 ‘가만있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전날 공개한 TV 판매량 자료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2017년부터 출시된 ‘QLED TV’의 누적 판매량이 전 세계적으로 540만대를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경쟁사인 LG전자의 올레드 TV 판매량까지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자사 제품이 소비자들로부터 더 선택받고 있음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다.

논란이 되는 건조기의 청소 방식이든 올레드와 QLED든 소비자가 쉽게 옳고 그름을 인지할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서 있어 업계 스스로 자정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지금 나오는 응축방식의 모든 건조기는 옷감의 습기를 빨아들인 고온다습한 공기가 여러 금속판으로 된 열교환기를 통과하면서 습기가 물로 배출되는 원리이기 때문에 열교환기에 습기가 닿지 않는 건조기는 없다”면서 “소비자들이 알기 어려운 내용을 호도하지 말고 회사들이 먼저 잘못된 점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최신 뉴스두고 두고 읽는 뉴스인기 무료만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