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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여경 비율 확대, 퇴임 고위경찰과의 유착 금지...경찰 부패방지 방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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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용표 서울지방경찰청장이 23일 서울 종로구 청사 15층 제1서경마루에서 열린 ‘제2회 서울경찰 반부패 대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조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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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백한 부정이 적발되면 누구든지 패가망신할 정도로 일벌백계해야 한다. 일선 경찰 말고, 상급자에 대해서도 지휘감독체계가 강화돼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신뢰한다.” 경찰 반부패 대토론회가 달라졌다. 칭찬 일색이던 지난 토론회와 달리 쓴소리가 주로 나왔다.

서울지방경찰청은 23일 오후 내자동 청사 15층 제1서경마루에서 ‘제2회 서울경찰 반부패 대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는 본청 과·부장급 경찰관 34명과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전문가 12명이 참석했다. 1차 토론회 때는 자율방범대·지역보안협력위원회 등 경찰 유관단체 소속원이나 유흥·노래주점 업주 등이 참석했지만, 이번엔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좀 더 전문적인 제언을 받고 싶었다”며 “칭찬 말고 비판을 해달라고 청했다”고 했다.

경찰을 향한 전문가들의 조언은 다양했다. 김승돈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역을 망라한 부패 감시와 고위층 비리 제어 방안을 언급했다. 김 교수는 “‘반부패’를 버닝썬 사건 중심으로 규정하는 건 협소한 관점”이라며 “유착이 나타날 수 있는 지역은 강남 말고도 많다. 잠재적 부패 수요자에 대한 광범위한 감시망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어 “유착비리는 일선서 대민접촉하는 경찰관만 저지르는 게 아니다. 경찰 고위직이 로펌으로 가는 경우 ‘중간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것 같다”며 “검찰총장이 퇴임 후 몇 년간 변호사 개업 못하게 하는 이유를 생각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상학 한국투명성기구 정책위원장은 내부의 공익제보를 활성화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내부고발이란 굉장한 결단이 필요한 일이다. 신고자 본인이 손해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신고자의 신원 보장을 잘 해줘야 한다”고 했다. 이어 “‘내가 부패 신고했다가 잘려도 먹고 살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고도 했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부대표는 경찰 조직의 인적 구성을 쇄신해야 한다고 했다. 권 부대표는 “반부패 관련 계획에 ‘성인지 관점’이 반영돼있지 않다. 반부패 전담팀 등 기구에 참여하는 여경의 비율이 늘어야 한다”면서 “경찰 전체, 고위직에도 여성의 비율이 늘어야 한다. 당장 여기 토론회 모인 분들 가운데서도 부장급 여성은 한분도 안보이고, 과장급에서 한분만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경찰의 허점을 찌르는 말도 나왔다. 이 위원장은 “경찰이 나눠준 반부패 계획 자료를 보면, ‘청탁은 범죄행위라는 인식을 제고한다’는 문구가 있다. 지금도 김영란법에 청탁은 금지돼있다. 경찰은 집행기관 아닌가. 어떤 사건이 있을 때 부정청탁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판단해야 하는데, ‘인식을 제고한다’고 하니 황당하다”고 했다.

이용표 서울지방경찰청장은 토론회를 마치며 “경찰의 시각이 아닌 국민의 시각에서 말씀해줘서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당장 실현하진 못한다 해도, 말씀해주신 방향을 참고해 해결책을 찾아가겠다”고 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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