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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조사 앞둔 조국 법무장관… 檢 개혁 동력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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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사퇴결단” 수차례 시그널 / 靑·조국 장관 버티기로 무시해 / 曺 ‘검사와 대화’ 계속 한다지만 / 일각 “유승준이 입대 권유하는 격”

“무슨 낯으로 장관직을 유지하며 수사를 받는 것인가.”

한 교수가 2017년 1월 검찰 조사를 받는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향해 던진 쓴소리다. 검찰 수사를 앞둔 장관을 향해 일침을 가한 학자는 장관이 됐지만 그 역시 검찰 소환조사를 받아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바로 조국 법무부 장관 본인 이야기다. 압수수색까지 이뤄진 조 장관의 퇴진 여론이 거세지만 그는 이런 목소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검찰개혁’을 외치고 있다.

세계일보

조국 법무부 장관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23일 법조계 안팎에서는 자택 압수수색까지 받는 조 장관이 과연 사퇴할지를 놓고 견해가 분분하다. 서초동 법조인들 사이에서는 이날 압수수색을 놓고 검찰이 수사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과 조 장관에게 ‘결단의 신호’를 보냈음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화를 자초했다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법조계 인사들은 관례에 비춰 그간 검찰이 청와대와 여권에 여러 번 신호를 발신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조 장관 청문회를 앞두고 지난달 27일 이뤄진 전방위 압수수색이 첫 번째 신호였다고 분석했다. 두 번째 신호는 조 장관 청문회가 열린 6일 검찰이 사문서위조 혐의로 조 장관 아내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기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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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검찰이 조국 장관은 안 된다는 신호를 수차례 보냈지만 청와대와 조 장관이 이를 계속 무시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라며 “청와대의 의지가 확고하니 조 장관도 버틸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직 검사는 “조 장관이 기소된다고 하더라도 무죄추정의 원칙 등을 주장할 것”이라며 “법원의 판단이 내려진 후에야 거취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동안 법무장관이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오르면 스스로 물러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박희태 전 법무장관(전 국회의장)은 딸의 이화여대 특혜입학 의혹이 불거지자 임기 열흘 만에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태정 전 법무장관은 1999년 부인이 ‘옷 로비’ 사건에 연루돼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오르자 보름 만에 자진사퇴했다. 김대중정부 때 문화관광부 장관에 발탁된 박지원 대안정치연대 의원도 2000년 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 여파로 사퇴한 뒤 검찰 조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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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라인 앞에 누가 먼저 설까 조국 법무부장관 일가 의혹과 관련 검찰이 조 장관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23일 서울시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취재진들이 부인 정경심 교수의 소환에 대비해 취재장비들을 준비해놓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조 장관의 안방에 수사관들이 들이닥쳤지만 조 장관은 의지를 꺾지 않고 검찰개혁을 부르짖으며 제 갈 길을 가겠다는 입장이다. 법무부는 이날 조 장관이 ‘제1회 법무혁신 검찰개혁 간부회의’를 열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홈페이지에 ‘국민제안’ 메뉴를 설치하고 전국 검사와 직원들로부터 검찰 제도와 조직문화 개선에 대한 의견을 듣겠다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25일 대전지방검찰청 천안지청에서 ‘검사와의 대화’를 이어갈 방침이다. 앞서 조 장관은 의정부지검에서 검사와의 대화를 열었지만 당시 조 장관의 대학 동기인 임무영 서울고검 검사는 소통 시점 등을 언급하며 “조 장관이 검찰개혁을 주장하는 건, 유승준이 군대 가라고 독려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정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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