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4 (토)

학대 피해 장애인 10명 중 7명 ‘지적장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국가 차원 ‘2018년 전국 현황’ 첫 분석 / 의심사례 1835건… 889건 학대 판정 / 신체학대·경제적 착취 절반 넘어 / 가해자 23% 거주시설 직원 ‘최다’ / 장애인 직접 신고 비율 10% 불과 / 정부, 신고의무자 직군 확대 방침

#1. 식당에서 일하는 지적장애인 여성 A씨는 지난 7년 동안 임금도 못 받고 퇴직금도 없이 쫓겨났다. 식당 주인은 B씨가 장애가 있다는 점을 악용해 폭언과 폭행을 가하며 착취했다.

#2. 장애인시설 직원 B씨는 시설 지적장애인들을 종종 괴롭혔다. 서로 뺨을 때리라고 지시하고, 이를 영상으로 촬영하기도 했다. B씨는 결국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넘겨졌다.

세계일보

장애인들이 학대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1800건이 넘는 학대 의심사례가 발생했다. 학대를 당한 장애인 10명 중 7명은 지적장애인이었다. 가해자들은 장애인을 때리거나 돈도 주지 않고 부려먹었다.

23일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2018년 전국 장애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658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이 가운데 50.2%인 1835건이 장애인학대 의심사례다. 889건(24.3%)이 학대로 최종 판정됐고, 150건은 학대가 의심되지만 피해가 불분명하거나 증거가 부족해 학대로 판정할 수는 없으나 잠재적인 위험이 있는 경우였다.

국가 차원에서 전국적인 장애인 학대 현황을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학대 예방 정책 마련의 기초자료로 쓰일 예정이다.

피해자는 남성(488건)이 여성(401건)보다 많았다. 연령별로는 사회활동을 시작하는 20대가 211건(23.7%)으로 가장 많았고, 30대 165건, 20대 151건 순으로 집계됐다. 중증 장애인(790건)이 학대에 더 많이 노출돼 있었다.

세계일보

학대 피해 장애인 유형을 보면 지적장애인 비율이 66%로 가장 높았다. 이어 지체장애가 6.9%, 정신장애 5.6%, 뇌병변장애 5.2% 순이었다. 지적·자폐성·정신장애 등 정신적 장애가 있는 피해자가 전체의 74.1%에 달하는 셈이다.

장애인에 대한 학대는 신체적 학대(27.5%)와 경제적 착취(24.5%)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정서적 학대 비중이 큰 노인·아동 학대와는 다른 양상이다.

경제적 착취와 방임은 남성 피해자가, 정서적 학대와 성적 학대는 여성 피해자가 많았다. 지적장애인과 정신장애인은 경제적 착취를, 지체장애인과 뇌병변장애인은 신체적 학대를 당하는 비율이 높았다.

학대는 장애피해자의 거주지(35%)와 장애인복지시설(27.6%)에서 주로 발생했다. 직장 및 일터(12.3%)에서도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학대 가해자는 장애인거주시설 종사자가 23.1%로 가장 많았고, 부모가 12.9%로 뒤를 이었다. 장애인학대는 장애인 스스로 피해 사실을 신고한 경우가 10.6%로 매우 낮았다. 특히 발달장애인은 스스로 신고한 비율이 2.9%로 평균보다 낮았다. 사회복지 전담공무원 등 신고의무자나 이웃의 신고로 드러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정부는 장애인학대 예방과 피해자 보호를 위해 현재 21개인 신고의무자 직군을 국민연금공단 활동지원 업무 담당자,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종사자 등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신고의무자가 학대할 때 가중처벌하는 규정도 추진하고 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