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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北에 무력 행사 안할 것”… 트럼프 ‘비핵화 새 방법’은 안 내놔 [韓·美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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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트럼프 회담 주요 내용 / 北·美대화 재개 청신호 / 北과 관계전환… 적대관계 종식 의지 / 트럼프 “대북제재는 계속 유지” 강조 / 韓·美동맹 균열 우려 봉합 / 지소미아 대신 경협 통한 안정화 도모 / 미국산 LNG 구매·자율주행 합작 거론

세계일보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열기에 앞서 손을 맞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방문에 앞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강조했던 대로 23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과 24일(현지시간) 유엔총회 기조연설은 ‘북·미 대화 촉진’에 집중됐다.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무력 사용을 하지 않기로 재확인했으며 “한·미동맹이 한반도 동북아 평화 및 안보에 핵심축으로써 추호의 흔들림도 없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뜻을 모았다. 청와대는 이를 “한·미동맹 업그레이드”라고 표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회담에서 두 정상은 한·미동맹의 지속적이며 상호 호혜적인 발전 방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 정착 방안, 지역 내에서의 협력 강화 문제 및 상호 관심 사안 등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가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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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무르익은 북·미 대화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보여준 북한의 실무협상 재개 의지를 높이 평가했다. 이로써 제3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도 점치는 분위기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회담 결과 브리핑에서 “최근 북한의 대화재개 의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싱가포르 정상회담 합의 정신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북·미 실무협상에서 조기에 실질적 성과를 도출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며 “이와 관련해 두 정상은 한·미 양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전환해 70년 가까이 지속된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3차 정상회담 추진을 위한 실무협상을 조속히 진행할 것과 성과를 내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비핵화 논의 과정에서 북한에 대해 무력사용을 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함으로써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체제 보장에 한 걸음 다가선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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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30일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새로운 방법론’ 언급 안 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선 최근 언급해온 ‘새로운 방법론’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 콘셉트에 대해선 전혀 언급이 없었다”고 전했다. 다만 북·미가 실무협상을 재개할 경우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도록 하는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정상 모두 비핵화와 평화 구축을 진전시키기 위한 좋은 기회를 맞고 있다는 점에 동의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새 방법론은 선 비핵화 후 보상이라는 리비아 방식이 아닌 단계적 비핵화를 의미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대북 제재 유지 방침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져 단계적 비핵화는 섣부른 판단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견인하기 위한 제재완화, 종전선언에 대해 논의가 됐나’라는 물음에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으나 ‘제재는 유지돼야 한다’는 언급은 나왔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보장이나 금강산 관광·개성공단 재개에 대해선 각각 “두 정상 간 구체적 말씀은 없었다”, “언급이 없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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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인터콘티넨털 바클레이 호텔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수행단인 조윤제 주미대사(왼쪽부터),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이 회담을 지켜보고 있다. 뉴욕=뉴시스


◆한·미동맹 균열 우려 일단 ‘봉합’

두 정상은 한·미동맹의 균열로 비쳤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문제는 다루지 않았다. 대신 미국산 LNG(액화천연가스) 추가 구매와 자율주행 합작법인 투자 등 경협 이슈를 회담 의제로 부상시켰다. 동맹의 관계가 흔들렸던 지소미아를 다시 거론하는 것보다 한·미간 경협을 통해 동맹의 안정화를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특히 두 정상은 양국의 경제 관계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는 상호 호혜적인 방면으로 한층 심화·확대되고 있는 것을 높이 평가했다”고 전했다.

한·미 두 정상이 회담하던 날 뉴욕의 한 호텔에서는 미국산 LNG 96억100만달러(11조5000억원)를 오는 2025년부터 한국이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예상대로라면 오는 2025년에는 국내에 수입되는 미국산 LNG 비중이 22.8%로 늘어나게 된다. 같은 날 한국 기업이 자율주행 합작법인에 투자하는 내용의 경협도 확정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문 대통령을 포함해) 우리 두 사람은 굉장히 오랫동안 우애를 유지하고 있는 그러한 관계이고, 양국 간의 관계에서도 상당히 많은 진전이 있었다”고 문 대통령과 ‘흔들림 없는 우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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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뉴욕 인터콘티넨탈 뉴욕 바클레이 호텔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 배석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왼쪽부터), 스티븐 므누신 재무부 장관,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직무대행, 로버트 오브라이언 국가안보보좌관이 앉아 있다. 뉴욕=뉴시스


◆‘플러스 계산서’ 쥔 트럼프

이날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손해 보지 않은 계산서를 손에 쥐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시작 때부터 “한국이 저희(미국)의 군사 장비를 굉장히 많이 구매하고 계시는 큰 고객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게 될 것 같다”고 한국의 무기 구매를 의제화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년과 앞으로 3년 동안 우리가 구매하게 될 계획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체적인 액수와 무기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뉴욕=김달중 기자 da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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