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27일 국회 개정안 처리 주목
클라우드로 데이터 옮기려면
개인에 일일이 동의 받아야해
이견 적은데 정쟁으로 2년 표류
소위서 안 다뤄지면 폐기 우려
강원도 춘천에 있는 네이버 데이터센터.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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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버 관련 비용이 점점 커지고 있어서 고객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이전하려다 포기했습니다.”
유통 관련 스타트업을 운영 중인 A 씨의 한숨이다. A씨가 클라우드로 보유 중인 데이터를 옮기려다 포기한 건 자사 이용자 동의를 일일이 받도록 한 현행 규제 때문이다. 그는 그래서 대신 서버를 증설하는 길을 택했다.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눈에 뻔히 보이는 데도 비용이 더 드는 길을 택한 것이다.
정보기술(IT)업계가 오는 27일을 주목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도 없는 몇몇 규제들이 풀릴지가 이날 열리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소위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법안소위에선 이른바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이 다뤄진다. 이들 데이터 3법 개정안은 개인과 기업이 수집·활용할 수 있는 개인정보 범위를 확대하는 등 데이터 분석 및 활용과 관련한 현 규제를 완화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소위에서 법 개정안이 제대로 다뤄지지 않으면, 이번 국회에서는 사실상 이 개정안이 자동 폐기될 우려가 있다. 이 경우 스타트업과 IT업체들은 앞으로 수년간 관련 사업 기회를 잃게 된다.
SK C&C의 판교 데이터센터 전경.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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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을 비롯한 IT업체들은 3법중 특히 ‘개인정보 처리 업무 위탁 시’ 정보 주체의 개별 동의를 받도록 하는 현 정보통신망법(25조1항)의 개정 여부에 관심이 가장 크다. 현재대로라면 고객 관련 데이터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데이터를 클라우드 업체로 옮기거나, 다른 업종에서 발생한 데이터와 결합해 사용하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경우 가입자 모두에게 e메일 등을 보내 관련 동의를 개별적으로 받도록 규정하고 있어서다. 이 과정에서 수 억원의 비용과 수개월의 시간이 들 것이란 게 업계의 우려다.
심지어는 아마존 웹 서비스(AWS)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쓰던 스타트업이 네이버 등으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옮기려 해도 모든 이용자에게 일일이 동의를 받아야 한다. 혹시 모를 소송 등에도 대비해야 한다. 기업은 비용을 줄이려고 클라우드 서비스를 하려는 건데, 이를 막는 걸림돌이 아닐 수 없다.
반면에 선진국엔 이런 규제가 없다. 미국 넷플릭스의 경우 2016년 자체 데이터센터 운영을 종료한 뒤 글로벌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했다. 데이터는 클라우드 업체로 넘겼다. 2008년 대비, 2016년에 시청 시간이 1000배가량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한국 업체였다면, 고객들에게 일일이 관련 내용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했어야 하는 일이다.
이종 데이터를 결합하면 다양한 사업 기회가 생기는데도 이를 실현하긴 어렵다. 기존 규제들이 말끔히 정리되고 있지 않아서다. 한 예로 제약사와 통신사의 데이터를 결합해 특정 지역 내에서 연령대에 맞는 제약상품을 추천하는 등의 서비스가 현재로썬 불가능하다. 이종 데이터 간 결합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IT업계 내에선 ‘야식 업체가 구매 데이터를 갖고 있어도, 이를 배송 업체와 공유하기도 어려운 지경’이란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정부도 문제점을 잘 알고 있다. 법 개정안도 이미 2년 전에 발의한 바 있다. 하지만 국회가 정쟁 등으로 제대로 기능을 못 하고 있어 법 개정이 미뤄져왔다. 정광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데이터 3법 개정처럼 여야 간 이견이 적은 규제 해소 법들은 일종의 패스트 트랙 같은 것을 도입해 정쟁에 구애받지 않고 시급히 처리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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