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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7명에 새생명 주고 하늘나라로 떠난 '전교 1등' 중3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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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로 뇌사판정 임헌태 군, 심장 등 기증하고 눈 감아

조선일보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15일 새벽 부산대학교 사거리, 중학교 3학년 임헌태(15·사진)군이 운전하던 오토바이가 좌회전하는 택시를 미처 보지 못하고 부딪혔다. 119 구급대가 출동해 심정지가 온 헌태를 심폐소생술로 살렸지만 이때 다친 좌측 뇌는 수술 후에도 회복되지 않았다. 뇌사 상태에 빠진 채 상태가 점차 악화됐고, 19일 찍은 CT에서도 뇌사 판정에 변화가 없었다.

아들의 장기 기증을 결정한 아버지 임성훈(44)씨는 "착하게 살아온 헌태가 마지막 가는 길도 착한 일을 하고 갔으면 했다"고 말했다. 사고 엿새 뒤 헌태는 심장, 폐, 간, 췌장, 좌·우 신장 등을 기증해 7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100명 넘는 사람들에게 피부 조직도 기증했다.

임씨는 "중학교 3학년, 15살의 나이로 사랑하는 아들을 떠나보내야 했지만, 다른 누군가를 살리고 그 몸속에서 다시 살아 숨 쉰다는 것을 믿고 살아가겠다"며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못 해준 것이 지금 와서 많이 후회된다"고 했다.

헌태는 1남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전교 1, 2등을 다툴 정도의 모범생이면서 격투기 선수 출신인 아버지를 닮아 축구 등 스포츠에도 뛰어났다. 헌태의 꿈은 검사가 되는 것이었다고 주변에서 전했다. 추석 명절 가족들과 고향인 경남 밀양을 다녀와 친구들을 만나 늦은 시간까지 함께 놀다가, "집이 먼 친구를 바래다주겠다"며 선배의 오토바이를 빌렸다가 사고가 났다.

조원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헌태를 떠나보낸 슬픔을 이겨내고 숭고한 생명 나눔을 실천해주신 가족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장기 기증과 조직 기증 모두를 결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헌태의 이름을 모두가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헌태는 지난 23일 가족과 친구 5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부산추모공원에 안치됐다.

[허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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