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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늘 생각하죠, 권력자가 숨기는 게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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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게이트 특종의 주인공, 밥 우드워드 WP 부편집인

'저널리즘 위기' 포럼 참석차 방한 "가짜뉴스는 트럼프가 지어낸 말"

"저는 취재하고 기사 쓰는 게 너무 좋습니다. 지금도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이놈들(권력자)이 뭘 숨기고 있을까'를 생각합니다."

'미국 언론의 전설'로 불리는 밥 우드워드(76)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인은 26일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세계지식포럼과 한국언론재단이 공동 주최한 '4차 산업혁명과 허위조작정보(가짜 뉴스)로 인한 저널리즘의 위기' 세션에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책임지고 투명하게 행동하도록 하는 게 언론의 역할"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대통령은 막강한 권력을 가졌다"면서 "민주주의가 완벽하진 않지만 언론이 적극적이고 탄탄한 취재 활동을 통해 좋은 기사를 쏟아낸다면 민주주의 시스템이 작동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선일보

26일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밥 우드워드 미국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은 “언론은 진실한 기사를 써내는 수밖에 없고, 훌륭한 보도를 해낸다면 결국 독자들이 알아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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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을 바라보는 우드워드는 "매일 아침마다 뉴스 흐름에 따라 이번 주에 만나야 할 톱10 취재원이 누구인지, 그 주변 사람들이 누구인지, 만나서 어떻게 취재원의 입을 열 것인지를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드워드는 기자 초년 시절이던 1970년대 미국 최대 정치 스캔들인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해 현직이었던 닉슨 대통령을 물러나게 한 주역이다.

그는 또 "페이크 뉴스(가짜 뉴스)는 마케팅의 천재인 트럼프 대통령이 만들어낸 말"이라면서 "언론의 신뢰성에 흠집을 내기 위해 지어낸 표현"이라고 말했다. 우드워드는 기자들이 거듭 '가짜 뉴스'에 대해 질문하자 "가짜 뉴스란 표현은 트럼프의 손에 놀아나는 꼴이기에 폐기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 언론들은 지금까지 트럼프가 했던 수많은 거짓말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언론은 인내심과 사실 확인을 통해 권력을 견제해야 합니다."

그는 지난해 백악관 관계자들을 인터뷰한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Fear: Trump in the White House)'란 저서를 발간, 현 트럼프 행정부에 날 선 비판을 하는 대표적 언론인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용 문제로 주한미군을 철수하고 싶어한다는 내용을 책에 담아 한국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의 탐사 보도 취재 기법은 '벽에 붙어있는 파리(a fly on the wall)'란 별칭이 붙을 정도로, 권력자들의 내밀한 현장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입은 무겁지만, 발은 가볍다. 우드워드는 워터게이트 사건 정보를 알려줬던 내부 고발자 '딥 스로트(Deep Throat)'의 신원을 33년 만에 밝혔고, 새 책을 내기 위해 백악관 고위 관계자 수십 명을 만나 수백 시간 얘기를 나눴다고 한다. 우드워드는 "신뢰를 쌓기 위해 취재원이 30년 전에 이름 모를 잡지에 기고한 글까지 찾아 읽고 인터뷰에 나선다"며 "취재원과 공감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드워드는 예일대 졸업 후 5년간 해군 장교로 복무한 뒤, 워싱턴 DC 지역 주간지를 거쳐 1971년 워싱턴포스트에 입사했다. 이듬해인 1972년 6월 '워터게이트 사건'이 터졌다. 당시 리처드 닉슨 대통령(공화당) 측은 워터게이트빌딩에 있던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에 불법 도청을 시도했다. 우드워드는 워싱턴포스트 동료인 칼 번스틴과 함께 이 사실을 특종 보도했다. 3년에 걸친 연이은 특종 보도로 닉슨 대통령은 1974년 미국 헌정 사상 최초로 임기 도중 사퇴하는 오명을 썼다. 우드워드는 이 보도로 퓰리처상(賞)을 받았다. 지금까지 19권의 책을 펴냈고, 이 가운데 13권이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기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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