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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개구리 던진 돌에 맞아 죽어" 영주市 공무원 떡볶이집 '갑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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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사진은 특정 업체와 상관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경북 영주시청 소속 공무원이 즉석떡볶이 업체에 대한 혹평 가득 후기 글을 온라인 상에 올렸다가 갑질논란에 휩말렸다. 이 공무원은 인터넷에 즉석 떡볶이 배달 업체가 조리기구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는데, 업체 점주가 다시 재반박을 하며 공무원 주장이 상당 부분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이에 분노한 누리꾼들은 공무원이 업체에 '갑질'을 했다는 민원 글을 쏟아 냈고 26일 오후부터 27일 현재까지 영주시청 홈페이지는 ‘접속자가 초과로 인해 접속이 불가한 상황’이다. 영주시청은 해당 공무원에 대한 징계 절차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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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영주시청 떡볶이 사건’은 2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인 ‘네이트 판’에 ‘즉석떡볶이 배달 누구 잘못일까요?’라는 제목의 글(위 사진)이 공개되면서 촉발됐다. 시청직원 글쓴이 A씨는 "야근 중에 즉석떡볶이집을 애플리케이션에서 보고 배달시켰다"라며 "야근 중 즉석떡볶이를 시켜 먹었는데 배달업체가 냄비와 버너를 가져오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문자 이름만 봐도 공공기관인 걸 알 수 있는데 주문을 하면 조리 기구가 있냐고 묻는 게 맞는 게 아니냐"라며 "떡볶이집 사장에게 버너를 대여해달라고 물었지만, 사장은 '즉석 떡볶이집인 거 몰랐냐'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A씨는 "냄비와 버너 대여, 매장에서 조리한 떡볶이와 재료 교환, 환불 등 세 가지 방법"을 제시했으나 "업체 측은 모두 어렵다"고 했다. 이에 A씨는 "(업체 측에서)환불은 힘들고 나머지 대안은 두 번 걸음하고 퀵비 들어서 곤란하다고 하시더라"고 밝혔다.

글쓴이는 "여기가 이름(영주시청)만 봐도 공공기관이란 게 유추될만한 곳이었다"라며 "상식적으로 공공기관에서 즉석떡볶이 주문 들어오면 '버너 있냐'고 물어보는 게 맞는 것"이라며 "세 가지 대안 중 하나는 절충해주는 게 맞다고 보는데 그 어느 것도 싫다고 하니 할 말이 없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A씨는 "앱 어디에도 버너 없이 익히지 않은 재료와 소스만 배달된단 말이 없었고 후기에도 그런 말이 없었다"라며 "버너가 당연히 올 거라 알고 주문한 게 이상한 것이냐"라고 억울한 마음을 토로 했다.

글쓴이는 이와 함께 인증사진을 올렸다. 해당 사진엔 업체의 상호가 찍힌 나무젓가락과 포장이 담겨 있어 업체 상호가 노출됐고, 이에 대부분들 대부분은 "배달시키면서 버너가 당연히 올 거라 알고 주문한 게 이상하다", "버너는 가게 먼저 전화해서 전화해서 확인 했어야 한다", "공공기관에 배달 갈 때는 예의 차려야 하는 거냐", "상호를 노출하는 의도는 무엇이냐"는 등의 댓글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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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논란이 퍼지자 즉석떡볶이 업체 주인으로 추정되는 B씨도 '점주입니다'라는 닉네임으로 댓글을 남겼다. 그는 "우선 저희가 버너, 냄비 비포함이라는 문구를 안 넣어 놓은 게 헷갈릴 수도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라면서도 "말씀하신 대로 시청은 동사무소랑 다른 줄 몰랐고 또 시청이라고 저희가 특별우대를 해드리는 경우는 없다"고 했다.

B씨는 "좁은 지역사회라 5분 안에 처리해드리고자 '비조리인데도 끓여 드리겠다'고 했는데 (A씨가) 가까이 사는 직원 분이 '버너랑 냄비 가지러 갔다'고 하기에 제 불찰이라고 사과도 드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저랑 통화한 내용을 많이 빠뜨리셨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댓글에서 B씨의 매장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C씨도 댓글을 남겨 "누가 뒷통수 치더라도 이것 보다 멍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른 저녁 어플로 음식이 들어와, 공공기관 음식결재 6만원, 고마운 마음에 모둠튀김 6000원 서비스로 드렸다"고 했다.

C씨는 "'냄비랑 버너는 원래 안오는거냐'는 전화를 받고 '비조리식품이라 직접 끓여드시는 것'"이라고 답했으며 "(A씨가) '조리시설이 없다'고 하니까 당황스러워서 '어떻게하죠'라고 반복했다"고 했다.

C씨는 이후 A씨가 올린 글을 동료를 통해 확인 했고, 이후 "미안한 마음이 싹 사라졌다"라면서 "저희 응대가 그렇게 불쾌했느냐. 상호까지 올려 저장할 만큼"이라고 했다. 이어 "생각 없이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 그렇게 공개 저격한 것 아니냐. 공무원이란 울타리에 숨으면 그만이냐"고 했다. 이어 "누군가 당신 기분에 의해 생계를 위협 받을 것이란 생각은 못해봤냐. 글쓰면서 눈물이 난다"고 했다.

B씨와 C씨에 따르면 A씨의 원 글과 달리 충분히 사과를 했고, 끓여서 드리겠다고도 했으나, A씨가 되려 버너와 조리도구를 빌렸다며 이를 거절 했단 것이다.

누리꾼들은 함께 올라온 사진 속 일회용 나무젓가락 포장지에 적힌 상호와 업체 주인이 ‘시청’이라고 언급한 점 등을 토대로 글쓴이의 소속이 영주시청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결국 이 같은 글과 점주 등의 해명이 온라인을 통해 빠르게 확산하면서 영주시청 홈페이지에 관련 민원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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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영주시청 홈페이지는 27일 오전 한 때 많은 접속자가 몰려 접속이 불가 했는데, 지난 25일부터 이른바 ‘떡볶이 사건’을 일으킨 공무원을 징계하라는 요청 민원 글 쇄도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이날 오후 1시33분 기준 영주시청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현재 사용자가 많아 접속이 지연되고 있다’는 문구가 안내된다. 접속 대기자는 약 160여명 수준인데, 전날인 26일 오후 3시쯤엔 2000여명까지 대기자가 치솟기도 했다.

한편, 동아닷컴에 영주시청 감사실 측은 이날 "온라인에 올라온 글은 시청 직원(공무원)이 작성한 것이 맞다. 사실 조사를 거의 마친 상태"라며 "해당 즉석떡볶이집은 전국에 하나밖에 없는데, 사진에서 떡볶이집 상호가 노출된 것이 문제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결과를 보고하고 징계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징계 수준에 대해선 감사실 측은 "징계위원회가 열린 후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사진=네이트판, 영주시청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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