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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 (수)

이슈 아프리카돼지열병 국내 상륙

돼지열병에 전국 지자체 '몸부림'… 축제·행사 줄줄이 취소·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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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추가 확진된 27일 서울 마장동축산시장 돈육 납품 업체들의 작업대가 비어있다. 연합뉴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경기도 지역에서 빠른 속도로 전파되고 있는 가운데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줄줄이 축제와 행사를 전격 취소하거나 연기하고 있다. 사람과 차량 이동을 최소화해 ASF 확산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몸부림이다.

29일 전국 지자체 등에 따르면 경기도 고양시는 다음 달 3~6일까지 4일간 개최 예정이던 ‘고양호수예술축제’를 전격 취소했다. 이번 호수예술축제의 총예산은 5억5000만원이었으나 행사 취소로 인해 초청비 등 손해를 떠안게 됐다.

강화도에서 확진 판정이 나오면서 비상이 걸린 인천시 미추홀구는 지역 내 축제와 행사를 모두 취소했다. 구는 지난 26일 ‘제10회 미추 헤어쇼’를 비롯해 다음 달 초∙중순까지 계획돼 있던 대부분 행사를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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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국무총리가 28일 정부세종청사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중앙재난수습본부 상황실에서 범정부 ASF 방역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이천시는 다음 달 16~20일 예정된 ‘이천쌀문화축제’를 취소하기로 했다. 안성시도 연중 최대 규모 행사인 ‘안성맞춤 남사당 바우덕이 축제’(10월2~6일)를 열지 않기로 했다. 앞서 안산시는 지난 28일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개최 예정이던 ‘시민의 날 기념 체육대회’를 취소했다.

강원지역 지자체도 축제를 잇달아 취소하거나 축소했다. ASF 발생지역과 인접한 철원군은 다음 달 10일 예정이던 ‘태봉제’를 취소한 데 이어 DMZ 생태평화공원 관광을 잠정 중단했다. 홍천군도 다음 달 2일 열리는 ‘군인의 날 화합 한마당 행사’를 대폭 축소했으며, 10월3일부터 시작하는 ‘홍천인삼명품축제’도 개장식을 비롯한 공연 규모를 축소했다.

전국 기초단체 가운데 가장 많은 돼지를 사육하고 충남 홍성군은 ‘광천토굴새우젓∙광천김대축제’(10월12~13일)와 ‘국화축제∙농업대축전’(10월29일)을 개최하지 않기로 했다. 김석환 홍성군수는 “전국 제일의 축산 군으로 지역 양돈 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부득이 행사를 취소해 군민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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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돼지열병(ASF) 양성판정이 내려진 인천시 강화군 붙은면 소재 한 돼지농장에서 26일 오전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돼지를 구덩이에 밀어 넣고 있다. 뉴시스


ASF 발생지역으로부터 비교적 거리가 먼 영남권 지자체에선 ‘축산’과 관련한 축제를 중심으로 행사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전방위적으로 ASF가 확산하면서 남하 가능성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경남 진주시 ‘전국전통 민속 소싸움대회’(10월4~9일), 울산시 ‘봉계한우불고기축제’(10월3~6일), 문경시 ‘문경약돌한우축제’(28~29일)가 전격 취소됐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는 축산 관계자들이 모이는 행사를 모두 취소하라고 공문을 보냈다.

일부 지자체들은 행사 취소에 소극적인 모습도 보인다. 경기도에서만 확진 판정이 나온 상황에서 축제나 행사를 섣불리 취소할 경우 최소 수개월에서 최대 1년 이상 준비했던 시간과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안동시는 ‘2019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27~10월6일)을, 봉화군은 ‘봉화송이축제’(27~30일)를 당초 계획대로 열고 있다.

충남 공주시와 부여군도 ‘제65회 백제문화제’(28일~10월6일)를 일정대로 진행 중이다. 권영세 안동시장은 “현재 상황에서 축제를 취소하거나 연기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면서“소독발판 등 다양한 방역 대책을 꼼꼼히 마련해 행사를 치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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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국내에서 9번째로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확진판정을 받은 인천 강화군 하점면의 한 농장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현장 주변을 통제하고 있다. 뉴스1


ASF로 인해 축산 농가는 물론 다른 작물 재배 농가도 각종 농산물 축제가 취소되면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각 지자체는 농산물 축제의 잇따른 취소에 따라 해당 농산물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소규모 직거래장터 운영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파주개성인삼축제를 준비해 온 김포파주인삼조합 관계자는 “축제 때 평소보다 훨씬 많은 인삼이 판매돼 재배농가에 큰 도움이 되는데 올해는 돼지열병확산 방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취소되면서 경작 농민들이 크게 실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양·대구∙창원=송동근·김덕용∙강민한 기자, 전국종합 kimd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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