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남편 살해’ 4차 공판서 의견진술…유족 항의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고유정(36·여)이 30일 오후 제주지법에서 열린 이 사건 제4차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제주=뉴시스 |
◆“극단적인 선택 하고 싶을 정도···진실 밝히려고 버텨”
고씨는 30일 오후 제주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정봉기) 심리로 열린 이 사건 제4차 공판에서 증인신문이 이뤄지기 전 모두진술을 통해 이 같이 말했다. 머리를 풀어헤친 채 연녹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들어선 그는 직접 작성한 A4용지 8쪽 분량의 의견진술서를 10분가량 울먹이며 읽었다.
진술에서 고씨는 “차가운 창살 속에 갇힌 비참한 모습을 보며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며 “하지만 제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면 아무런 진실을 밝힐 수 없기 때문에 버텨내고 있다”는 말로 입을 뗐다.
◆“(사건 당일) 수박을 칼로 자르려는 순간 전 남편의 성폭행 막으려다 우발적으로 찔러”
그는 이전 공판들에서와 같이 자신의 범행이 우발적이었다는 의견을 적극 피력했다. 고씨는 “(사건 당일) 저녁을 먹은 뒤 아이가 수박을 달라고 했고, 칼로 자르려는 순간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뒤를 돌아보니 전 남편이 갑자기 나타나 제 가슴과 허리를 만지기 시작했다”며 “다급하게 부엌으로 몸을 피했지만 그 사람이 칼을 들고 쫓아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벌어진 몸싸움에서 고씨는 “칼이 손에 잡혔고, 눈을 감고 그 사람을 찔렀다”며 “현관까지 실랑이를 벌였는데, 그 사람이 쓰러졌다”고 설명했다.
고씨는 “아이를 재우고 나서 밤새 피를 닦았다”며 “한 순간에 성폭행과 (전 남편의) 죽음을 겪게 돼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전 남편의 카레에 졸피뎀을 넣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고씨는 “아빠와 엄마 없이 살아가야 할 아이에게 정말 미안하다”면서 “반성하고 깊이 뉘우치고 있다”고도 말했다. 그는 또 “제가 저지르지 않은 죄로 처벌받고 싶지 않다”고 주장했다. 방청석에서는 탄식 소리와 함께 야유가 터져나왔다. “고인에 대한 명예훼손”이라거나 “거짓말하지 말라”는 등의 고성도 나왔다.
앞서 고씨는 이 사건 1차 공판 때는 진술 기회를 거부했으나, 지난 16일 열린 3차 공판 때 갑자기 입장을 바꿔 재판부에 의견을 말할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처음에 이를 거부한 재판부는 고씨의 거듭된 요구에 본인이 직접 의견서를 수기로 작성해 오는 조건으로 이를 허락한 바 있다.
◆경찰, 고씨가 의붓아들도 살해한 것으로 보고 기소의견 달아 검찰 송치
한편, 이 사건과 별개로 고씨의 ‘의붓아들 의문사 사건’을 수사한 청주 상당경찰서는 고씨가 전 남편 살해 사건과 비슷한 방법으로 의붓아들 역시 살해한 것으로 잠정 결론 내리고, 그를 기소의견으로 이날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6개월 간의 수사 자료를 토대로 전문가 등의 자문을 거쳐 이런 결론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고씨는 의붓아들이 숨진 날 새벽 잠을 자지 않고 인터넷에 살해 방법 등을 검색했다고 한다. 고씨의 의붓아들은 국과수 부검 결과 ‘압착에 의한 질식사’로 추정됐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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