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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국민 열망 역사상 가장 뜨거워"… '검찰개혁' 포문 연 조국 ['조국 정국' 격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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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위 “직접수사 축소, 형사·공판부로 중심이동” 1호 권고 / 법무·검찰개혁위원장에 김남준 / 이탄희 변호사 등 위원 16명 위촉 / “규칙 개정 실무작업 즉시 착수” / 민정수석 땐 특수부 폐단 언급 안해

세계일보

각종 의혹으로 가족이 검찰 수사 선상에 올라 있는 조국 법무부 장관이 30일 “국민들의 검찰개혁에 대한 열망이 헌정 역사상 가장 뜨겁다”고 했다. 이른바 ‘조국 수호’ 촛불 집회가 열린 지 이틀 만이다. 청와대·여당·국무총리실이 자신을 위한 ‘연합 방어선’을 구축한 데 이어 ‘촛불 시민’의 지지를 얻었다고 판단한 조 장관이 검찰을 향해 포문을 연 것으로 분석된다.

조 장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 발족식에서 “지난 토요일 수많은 국민이 검찰개혁을 요구하며 광장에 모여 촛불을 들었다”며 “법무·검찰 개혁에 관한 국민 제안은 3일 만에 1300건을 넘어섰다”고 했다. 또 “국민들은 검찰개혁을 요구하면서 이 나라의 주인이 누구인지 다시 묻고 있으며, 선출되지 않은 권력에 대한 견제를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자신과 가족을 수사하는 검찰을 향해 경고장을 보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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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부탁드립니다” 30일 경기도 과천시 법무부에서 열린 제2기 법무·검찰 개혁위원회 발족식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맨 앞 뒷모습)이 기념사진을 찍은 뒤 위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조 장관은 또 “누구도 함부로 되돌릴 수 없는 검찰개혁 방안을 국민의 눈높이에서 마련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면서 “특히 비입법적 조치로 신속히 실현 가능한 개혁방안도 제안해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특히 “속도감 있게, 그리고 과감하게 제안해 달라”고 강조했다.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에 대한 소환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검찰 수사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지만, ‘내 갈 길을 가겠다’는 입장을 굳힌 것으로 풀이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검찰개혁 법안이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라 있어 사실상 장관으로서 손쓸 수 없는 상황”이라며 “시행령 개정이나 인사권을 활용해 검찰을 손볼 수 있는 카드를 위원회가 대신 제시해 달라고 주문한 것 아니겠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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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탄희(왼쪽), 김남준


법무부는 김남준(56·사법연수원 22기) 변호사를 위원장으로 임명하고, 김용민(43·〃35기) 변호사와 이탄희(41·〃34기) 변호사 등을 위원으로 위촉했다. 총 16명이다. 이 변호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현직 법관 신분으로 고발한 인물인데, 이번엔 검찰개혁 작업에 참여했다. 이들은 매주 1차례 정기적으로 모여 검찰개혁 방안을 논의하고, 주요 개혁 안건들을 심의·의결할 예정이라고 법무부는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에는 반드시 근본적인 검찰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국민의 뜻에 따라 신속히 실현 가능한 제도적 개혁 방안을 마련하는 데 위원회의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위원회는 이날 첫 안건에 ‘형사부·공판부 강화 방안’을 논의한 뒤 “직접수사 축소, 형사·공판부로의 중심 이동 등을 위한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검사 전보 및 보직 관리 등에 관한 규칙 개정을 위한 실무 작업에 즉시 착수하라”고 1호 권고를 내렸다.

조 장관은 물론 정부·여당이 검찰의 특수부 폐지를 연일 강조하고 나선 데 대한 법조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지난 정권 인사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 등 이른바 ‘정치·사법 적폐’로 낙인찍힌 인사들을 도맡아 수사해 왔다. ‘검찰개혁’의 아이콘으로,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조 장관은 특수부 폐단에 대한 언급을 자제했다. 검찰 특수부는 고소·고발 없이도 ‘인지 수사’라는 명목으로 자체 판단에 따라 수사에 착수한다. 이 때문에 어떻게든 피의자를 기소하기 위해 무리하게 먼지털기식 수사를 한다는 지적이 법조계 안팎에서 이어져 왔다. 한 특수통 검찰 간부는 “특수부 폐지가 시대적 흐름은 맞다”면서도 “다만 현재 수사를 받는 입장에서 언급하는 건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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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등 지도부와 의원들이 30일 이학재 의원이 단식 농성을 하고 있는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의원총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당 “文, 검찰개혁 요구는 사법 계엄령” 맹비난

자유한국당은 30일 지난 주말 열린 대규모 검찰개혁 촛불집회를 지지세력 동원을 통한 여론조작 시도로 규정하고 조국 법무부 장관과 여권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개혁 지시에 대해 “외압을 중단하라”고 비판하며 검찰 수사에 대한 ‘사법 계엄령’으로 몰아붙였다.

황교안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대통령과 친문(친문재인) 세력의 요구는 조국 수사를 하지 말라는 것으로, 지금 이 정권이 사법 계엄령을 내린 게 아니냐”라고 맹비난했다.

전희경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대통령의 ‘검찰개혁’이라는 말이 ‘알아서 처신하라’, ‘대통령 심기를 읽고 수사하라’는 말로 자동 변환되어 들려 국민들이 비웃고 있는데 대통령과 집권여당만 모르고 있다”며 “문 대통령은 검찰에 대한 외압을 중단하고 조국 파면으로 국정을 정상으로 돌려놓으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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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려가는 이학재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왼쪽에서 세번째)가 30일 국회 본청 앞에서 조국 장관 사퇴를 주장하며 단식 중인 이학재 의원을 앰뷸런스에 태우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한국당은 3년 만에 재점화한 촛불집회를 통해 검찰개혁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여론전에서 자칫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에 개천절인 10월3일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장외집회를 통해 세대결에 본격 나설 태세다. 박맹우 사무총장은 “광화문에서 대한문, 서울역에 이르기까지 약 150만명이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검찰개혁 촛불집회를 겨냥해 “결국 범죄와 비리가 있다면 명명백백하게 수사하고 처벌해야 하는 법제도 자체를 완전히 부정하는 것으로 사법체제 전복 행위”라며 “문 대통령의 홍위병을 앞세운 체제 쿠데타”라고 맹공했다.

지난 주말 검찰개혁 촛불집회 참여 인원에 대한 공세도 이어갔다. 나 원내대표는 “집회에 200만명이 모였다고 하는데 대전 인구 150만명보다도 더 많은 사람이 모였다는 것으로서 판타지 소설급으로 뻥튀기하고 선동한다”고 꼬집었다. 조 장관 사퇴를 주장하며 국회 본청 앞에서 16일째 단식을 이어가던 이학재 의원은 이날 오후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다가 돌아와 단식을 이어갔다.

한편 무소속 이언주 의원이 공동대표로 있는 ‘행동하는 자유시민’은 검찰개혁 지시를 내린 문 대통령을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내란선동죄 등으로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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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위 연 민주당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오른쪽)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촛불 등에 업고… ‘檢 개혁’ 고삐 죄는 민주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주말 서울 서초동에서 열린 대규모 검찰개혁 촛불집회의 기세를 등에 업고 검찰개혁에 대한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다. 특히 촛불집회를 계기로 ‘조국 정국’의 프레임을 조국 법무부 장관의 거취 공방에서 검찰개혁으로 전환하기 위한 여론확산에 힘을 쏟고 있다. ‘검찰개혁 대 반(反)개혁’ 구도를 통해 검찰과 야당을 압박하겠다는 전략이다.

이해찬 대표는 3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촛불집회 관련해 “대한민국 헌법 제1조2항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선언한다”며 “검찰개혁이 더 미룰 수 없는 우리 시대의 사명임이 확인됐고, 과잉 수사를 일삼는 검찰, 이를 정쟁의 소재로 삼는 야당에 경종을 울렸다”고 지적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도 “국민은 검찰개혁 그 순간까지 지속적으로 더 많은 촛불을 들겠다고 경고했다”며 “정치권이 지체 말고 검찰개혁에 나설 것을 준엄하게 명령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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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7차 검찰개혁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촛불집회에 수많은 인파가 모여 있다. 뉴시스


안민석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를 통해 “‘조국 낙마’가 아닌 ‘윤석열 낙마’가 더 우려되는 상황으로 반전되는 커다란 국면 전환이 되고 있는 것 같다”고 윤 총장의 낙마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그동안 조 장관과 그 가족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피의사실 유포, 먼지털기식 별건 수사, 과잉 압수수색, 야당 의원과의 내통 의혹 등을 제기해왔다. 여당 지도부가 나서서 촛불집회를 통해 잘못된 검찰 수사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확인됐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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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이 30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제2기 법무·검찰 개혁위원회 발족식에서 김남준 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이날 박주민 최고위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검찰개혁 특별위원회’도 구성했다. 이 원내대표는 검찰개혁 특위 활동 방향에 대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통한 법제도 개선과 법 개정 이전에도 준칙이나 시행령을 개선할 수 있는 정치개혁 과제를 모두 담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입법 조치 없이 대통령령 또는 관련 규정을 개정해 형사부·공판부 이외에 특수부·강력부·공공수사부·조사부 등을 모두 ‘특수부’로 통폐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5급 공채(옛 행정고시) 등과 달리 검사가 초임부터 3급 상당의 보수 등으로 예우받아 논란이 지속되는 점 역시 ‘검사의 보수에 관한 법률’ 시행령 등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배민영·곽은산·이귀전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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