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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조국 의혹 진상 규명 안 하고 고교생 인턴 뽑는다니" 오세정 서울대 총장 발언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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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정 총장, 언론 인터뷰서 "고교생 인턴 운영·성적장학금 폐지"
"시스템 문제 아닌 ‘개인 입학 비리 잘못됐다’고 지적해야"
"조국 관련 의혹 해명이 우선…정치 총장이냐"

오세정 서울대 총장이 최근 언론을 통해 조국 법무장관 자녀의 특혜 논란이 불거진 서울대 인턴십과 장학금 제도의 개선 방안에 대해 언급한 것을 두고, 서울대 학생 사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오 총장이 조 장관 자녀의 특혜·부정 문제를 ‘서울대 내 시스템의 문제’ 정도로 치부해 엉뚱한 해결책을 내놨다는 것이다.

발단이 된 건 오 총장이 지난달 30일 한국일보와 진행한 인터뷰 내용이다. 그는 ‘조 장관의 자녀들의 인턴 특혜 논란에 대해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서울대 인턴 제도를 운영할 계획"이라며 "지인을 통한 지원방식이 아니라 원하는 고등학생은 누구라도 지원할 수 있도록 교육청 등을 통한 공식적인 지원 채널을 만들겠다"고 했다. 오 총장은 "내년부터 성적 우수 장학금을 폐지,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더 많은 장학금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겠다"면서 서울대 교내 장학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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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정 서울대 총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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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고교 인턴 공식 운영’ 방침에 "허드렛일만 할뿐…대학에서 고교생 인턴을 왜?"
오 총장의 ‘고등학생 인턴십’ 발언은 최근 불거진 조 장관 자녀의 인턴 의혹과 관련해 나온 것이다. 서울 법대 교수인 조 장관의 딸·아들은 모두 고교 시절, 서울대 법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인턴 활동증명서를 발급 받고, 이를 대학교와 대학원 진학에 활용한 의혹으로 최근 검찰 조사를 받았다. 특히 공익인권법센터는 조 장관과 친분이 두터운 한인섭 서울대 법대 교수가 센터장을 맡은 곳이어서 ‘셀프 인턴’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오 총장은 이에 대해 "서울대에 ‘아는 사람’이 없어 인턴에 지원조차 할 수 없는 사람을 생각하지 못했다. 대개의 경우 친구가 (인턴) 부탁을 하니까 해주고, 시간이 되니까 해주고 그런 거다. ‘공정성에 어긋나니까 안 돼’ 그렇게 생각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라고 했다. 이어 "기회를 막기보다는 그 기회를 모두에게 열어주는 방향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고등학생들이 인턴을 지인을 통해 알음알음으로 하지 않고, 고등학교나 교육청 같은 기관을 통해서 인턴을 신청할 수 있는 공식적인 채널을 만들려고 한다"고 했다.

이를 두고 학생 사이에서는 ‘뜬금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대학교가 주체가 돼 굳이 고등학생 인턴 프로그램을 운영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서울대 재학생과 동문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에서는 "인턴은 결국 대학원생이 전담하는데, 이미 매번 방학 때 오는 대학생 인턴들만으로도 벅차다. 고생은 대학원생들 몫 아니냐" "서울대 연구실이 공용화되는 거냐" "재택 인턴 하나도 관리 못 하면서 자성은 못 할 망정 고교 인턴을 지금 왜 하겠다는 것이냐"란 비판이 이어졌다.

일선 교수들 사이에서도 고등학생을 바라보는 회의적인 시각은 마찬가지다. 한 서울대 법대 교수는 조 장관 딸의 인턴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일례로 내가 운용했던 인턴십은 국내 판례나 학술 자료 등을 분석하는 일이어서 졸업생 정도가 아니면 학부생도 거의 수행할 수 없는 수준을 요한다"면서 "고등학생은 인턴으로 데려다 놔 봐야 아무 쓸 일이 없다. 가끔 행사할 때 하루이틀 허드렛일 시키는 일밖에는 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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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 관악캠퍼스 학생회관 앞 광장 ‘아크로’에서 참석자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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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장학금 폐지는 3년 전부터 논란…학생 사회와의 소통 없는 일방 통보"
딸 조씨는 2014년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두 학기 연속 전액 장학금(802만원)을 받았다. 그러나 이 장학금을 받은 경위에 대해 "신청한 적이 없는데 그냥 줬다"고만 했다. 장학금을 수여한 서울대 총동창회 산하 장학재단 ‘관악회’ 측도 "보존기한 5년이 지나 당시 서류가 없다"고 했고, 서울대 환경대학원과 본부 측도 "조씨 장학금 추천에 아무도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들의 해명에 따르면 준 사람도, 신청한 사람도 없는 장학금인 셈이다.

이와 관련 오 총장은 "교내 장학금은 성적 우수 장학금을 없애고, 형편상 필요한 사람에게 주는 가계 곤란 장학금을 확대하려고 한다"고 했다. 그는 "형편이 어려운 학생은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고 공부할 시간이 없어 성적이 부진한 악순환을 경험한다"며 "그래서 내년부터 소득 1, 2분위까지는 생활비까지 충분히 장학금으로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문제는 서울대 장학금의 3분의 2에 달하는 교외장학금이다. 조 장관 딸이 받은 장학금도 교외 장학금에 해당되는데, 출연하신 분들 의사가 있으니 선발 방식을 우리 마음대로 할 수는 없다"며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교외 장학금도 선발 기준을 확실하게 하고, 가능하면 학교에서 대상자를 추천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성적장학금 폐지는 약 3년 전부터 대학가에서 논란이 된 주제였다. 2016년 고려대가 성적장학금을 폐지하는 대신 저소득층을 위한 혜택을 늘렸고, 그 이듬해 서강대도 이 기조를 따랐다. 그러나 ‘장학금이 절실한 저소득층 학생에게 지원을 늘리는 대학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과 ‘장학금이 필요해 열심히 공부하는 중위소득계층 학생의 기회가 줄어든다’는 반대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이 때문에 학교와 총학생회 사이에선 장학금 제도를 바꾸는 과정에서 학생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없었다며 마찰을 빚기도 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오 총장의 ‘성적 우수 장학금 폐지’ 방침이 학내 구성원과 소통 없이 통보한 일방적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스누라이프에는 "이전부터 성적 장학금 폐지가 논의됐다고 하더라도 정말 이것이 맞는 방식인지에 대해 학내 구성원과 소통하고자 노력해 본 적도 없다" "성적 장학금 줄이는 건 추세이긴 한데, 발표 타이밍이 이상하다" "잘못된 수혜를 바로 잡아야지, 한 명 때문에 밤새 공부하는 수십 명 학생들 장학금 기회를 전면 폐지한다는 건 부당한 것 같다"는 의견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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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7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압수수색에 돌입한 서울 관악구 서울대 환경대학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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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으로 오 총장이 제도 개편에 대해 언급하기에 앞서, 조 장관과 관련해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징계 방안을 발표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도 잇따랐다. 총동문회 장학금 수여를 누가 결정했는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증명서 발급을 누가했는지에 대해 서울대 측에서 먼저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일각에선 "정치검찰보다 정치총장 먼저 규탄해야 한다" "총장도 탄핵이 되느냐" "총장 퇴진 운동이라도 열어야 하는 것 아니냐" 등의 주장도 나왔다.

서울대 관계자는 "조 장관 논란과 별개로 서울대가 본래 추진하려고 했던 장학금 개편 방안의 연장선상에서 언급했던 것"이라며 "성적 장학금도 완전 폐지하겠다는 말이 아니다"라고 했다. 또 고등학생 인턴과 관련해 "방학 때 고등학생들이 서울대에서 하는 단순한 봉사활동부터 캠프까지 정체성이 모호한 활동이 많은데, 이런 제도를 체계적으로 정비하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박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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