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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여 “검찰개혁” 야 “조국 심판”…민생 외면 ‘정쟁 국감’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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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 2일부터 시작

민주당, ‘국감 상황실’ 가동 대신 ‘당 검찰개혁특위’ 주력

한국당, 조국 관련 증인만 129명 신청…바른미래도 동조

경향신문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운데)가 1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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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2일부터 시작된다. 20일간 열리는 이번 국감은 시작 전부터 ‘조국 국감’이 예고됐다. 여당은 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에 맞서 ‘검찰개혁 국감’을 선언했다. 반면 야당은 조 장관 관련 증인만 129명을 신청하는 등 ‘조국 심판 국감’을 벼르고 있다.

정부 정책 전반을 감시해야 할 국정감사가 민생 없는 ‘맹탕 국감’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조국 2라운드’ 무대를 예고하면서 ‘정쟁 국감’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1일 국감 기조로 ‘민생 국감·경제 국감·개혁 국감’을 내세웠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표단·상임위원회 간사단 연석회의에서 “내실 있는 국감 실현을 위해 민생경제, 평화, 개혁 등 3개 기조를 바탕으로 국감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은 민생보다는 검찰개혁에 힘을 집중하고 있다. 당 검찰개혁특위가 국감 전날인 이날 첫 회의를 열어 위원 구성을 완료하고 검찰개혁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특위는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오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처리를 지원하고 수사공보준칙 등 법 개정 없이 추진할 수 있는 검찰개혁안 등을 다루기로 했다. 특위 위원으로는 당 소속 법제사법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전·현직 의원 17명을 대거 임명했다. 회의에 참석한 이인영 원내대표는 “국회와 법무부, 검찰이 삼각 편대를 이뤄 검찰개혁을 완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날 ‘검찰개혁 완수를 위한 국회 토론회’도 열어 검찰의 과거 사건 수사에서 나타난 폐해 등을 짚었다.

매년 국감 상황실을 가동해 상임위원회별 현안을 정리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당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첫해 국감은 박근혜 정부의 적폐청산 국감이었고, 지난해 사실상 현 정부 국정에 대한 첫 국감이 진행됐는데 올해는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자유한국당은 아예 ‘조국 국감’ 기치를 내걸었다. 이날 국회에 마련한 국정감사 종합상황실 앞에는 ‘文(문재인 대통령)실정·조국 심판 국정감사’라고 적은 현판이 걸렸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현판 제막식에서 “문(재인) 정권의 무능과 부도덕, 조국을 심판해야만 대한민국의 민생이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당이 각 상임위별로 조 장관 일가에 제기된 사모펀드·입시 의혹 등과 관련해 요구한 증인은 모두 129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조 장관 의혹 등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법사위나 정무위, 교육위뿐만 아니라 문화체육관광위까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소속 한인섭 교수의 부인인 문경란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혁신위원장까지 증인으로 요구했다. 조 장관 의혹 관련자를 샅샅이 훑는 분위기다.

한국당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는 국감대책회의에서 “현재까지 합의된 증인이 7명밖에 안된다. 민주당의 국감 방해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역대 최악의 부실 국감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지난 주말 서울 서초동 대규모 촛불집회의 참석자 규모와 관련해 ‘200만명 대 5만, 누가 가짜뉴스인가’라는 토론회를 열어 기싸움을 벌였다.

바른미래당은 ‘공정과 정의를 바로 세우는 국감’을 제시하며 조 장관 관련 증인 신청을 한국당과 함께 요구하고 있다. 정의당은 “조국 국감을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당 검찰개혁특위를 설치하는 등 사실상 조국 국감에 뛰어들었다.

문재인 정부의 올해 국정을 평가하고 민생·경제 정책 대안을 제시해야 할 국감은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여야 내부에서도 “태풍 같은 ‘조국 정국’ 때문에 국감이 물 건너간 것 같다”며 “20대 국회 마지막까지 ‘일하지 않는 국회’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는 말이 나온다.

박홍두·허남설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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