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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이슈 [연재] 뉴스1 '통신One'

[통신One]대형마트 안간다…프랑스서 자리잡은 '짧은 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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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푸드 직매장·근접농업 매장·온라인 매장 등 성업

[편집자주]정통 민영 뉴스통신사 뉴스1이 세계 구석구석의 모습을 현장감 넘치게 전달하기 위해 해외통신원 코너를 새롭게 기획했습니다. [통신One]은 기존 뉴스1 국제부의 정통한 해외뉴스 분석에 더해 미국과 유럽 등 각국에 포진한 해외 통신원의 '살맛'나는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현지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생생한 이야기, 현지 매체에서 다룬 좋은 기사 소개, 현지 한인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이슈 등을 다양한 형식의 글로 소개합니다.

뉴스1

일주일에 한번 로컬푸드 시장에서 장을 보는 루도빅씨© 정경화 통신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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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르노블=뉴스1) 정경화 통신원 = 프랑스 그르노블에서 두 자녀와 부인과 함께 사는 루도빅(43)은 대형마트에 간 기억이 까마득하다.

그는 일주일에 한번 집과 직장의 중간에 있는 시장에 들려 당일 따온 강낭콩, 햇사과와 토마토, 하루 전 산에서 캐온 야생 표고버섯 등의 제철 재료, 동네 산에서 키운 염소의 젖으로 만든 유제품과 가금류 고기 등으로 일주일치 장을 본다. 생산과 소비가 한동네에서 이뤄지며, 먹을 만큼만 사 남는 재료 없이 먹는 새로운 방식의 유통 즉 '짧은 유통'이 유럽에서 인기다.

생산자와 소비자간 직거래 혹은 단 하나의 중개 거래에 의한 판매 방식을 의미하는 '짧은 유통'은 특히 프랑스의 식료품 부문에서 스위스, 네덜란드와 독일을 제치고 압도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간) 루도빅이 시장에서 지출한 돈은 총 95유로(약 12만4200원). 그는 "이 날은 특별히 가을 제철 표고버섯을 사느라 30유로(3만9200원)를 썼다"면서 "이를 제외하면 지역 농산물시장에서 제철 음식으로 장을 보는 것은 대형 마트에서 사는 것보다 더 비싼건 아니다"고 말했다.

교수로 재직중인 그의 아내 에스텔(37)도 "대학교 앞에 한 달에 한두 번 열리는 시장에서 한 번에 20㎏ 이상의 제철 과일이나 채소를 사와 과일잼이나 겨울에 먹을 야채 소스를 만들어 보관한다"고 말했다. "생산자들이 고리바구니에 담아 대량으로 제철음식을 판매해 값이 저렴하다"는 말이 이어졌다.

그런 이유로 이 부부가 대형마트에 가는 횟수는 일 년에 네 번도 안된다. 루도빅 부부가 좀 불편하더라도 굳이 이렇게 짧은 유통을 고집하는 이유는 로컬푸드의 신선함 '쓰레기 제로', 지역 소농민들을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건을 팔면서 생산자들은 소비자들에게 농산물이 어디서 언제 채취되었는지 말해준다. 얼굴을 맞대고 사고 파는 이 과정은 먼곳에서 채취되어 몇날 며칠에 걸쳐 이동하거나 가공되는 음식과는 다른 '신뢰감'을 형성한다.

그리고 가까운 농가에서 어제나 오늘 바로 따왔기에 음식의 신선함도 오래 유지되고, 플라스틱 봉지가 아닌 재활용 종이봉투나 고리바구니에 담아 팔기에 환경도 오염시키지 않는다. 유통의 간소화로 농민들 역시 거래금액의 80%가 넘는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현재 70만명 거주민이 있는 그르노블과 그 외곽도시에는 로컬푸드 직매장 5개, 지역 농산물시장 33개, 근접농업유지협회(AMAP) 매장 40개, 로컬푸드 온라인 사이트 6개와 그르노블 반경 20㎞ 내 직거래가 가능한 농가 31개가 있다. 이 많은 매장들에도 지역농산물매장들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프랑스의 로컬푸드 붐은 전통적인 직판매 방식인 시장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는다. 현재 전국적으로 온라인으로 활성화된 사이트인 '예라고 말하는 벌통'(La Ruche qui dit Oui)도 있다. 농가들을 '벌통'에 빗댄 이 단체는 2010년에 창업돼 지금은 프랑스와 이웃 유럽나라에 1200개의 지점을 두고 성업중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소비자가 농산물을 미리 주문하고 되도록 직접 생산자가 소비자에게 농산물을 전달하는 것이다. 이런 '선주문' 판매 방식은 시장에서라면 팔지 못한 농산물은 폐기해야 하는 것과는 달리, 주문받은 만큼만 생산할 수 있어 농산물 낭비와 손해를 막을 수 있다.

대량 생산, 대량 유통과는 대조적으로 프랑스의 짧은 유통은 철저히 소농민들의 영리를 위해 이루어진다. '우리땅에서 난 좋은 것을 먹겠다'는 프랑스의 '신토불이' 정신은 '나만 건강하고 더 좋은 것을 먹겠다'는 이기적인 마음이 아니라 대형유통업체의 소농민 착취를 막아 지역 농가가 유지되기를 바라는 '공동체 정신'에 바탕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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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라고 말하는 벌통'(La Ruche qui dit Oui) 사이트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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